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고인(왼쪽)과 아들 송영구씨.
송익호 (1920~1976)
1976년 9월, 열아홉의 나이로 군에 자원입대해 훈련을 끝내고 자대에 배치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날이었다. 당직 사관이 나를 따로 불러 역에 데려다주더니 “집에 좋지 않은 일이 있다”고 말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뜻밖의 휴가를 얻은 것 같아 철없이 설레는 기분이었지만, 곧 상황을 알게 됐다. 새벽 동네 어귀 길목으로 들어서자 부고를 알리는 백열등이 우리 집 대문을 밝히고 있었다. 낚시광이었던 아버지가 그날 일요일에도 백마강으로 낚시를 가셨다가 바위에서 미끄러져 사고를 당했다. 아버지의 나이 57세 때였다.
평생 공직에 몸담았던 아버지는 전통과 관례를 중요시하는 분이었다. 가부장적이고, 집안 내에서도 서열을 강조하셨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직원 보증 건이 잘못되면서 가세가 크게 기울자 아버지는 큰 형에게 집안의 운명을 걸었다. 가산을 전부 큰 형 공부하는 데 들인 것이다. 또 아버지는 차갑고 대하기 어려운 분이었다. 집안서열을 강조하는 데다가, 성격마저 차가운 분이었으니 막내아들이었던 내게는 더 대하기 어려운 분이었다. 때로 겸상을 하게 되면 빨리 식사가 끝나기만을 바랐던 기억이 난다.
아버지는 그래도 자식 사랑에 있어서는 서열 나누듯 차별을 두진 않으셨던 것 같다. 아버지가 부하직원들과 계룡산 산행 때 중학생이었던 나를 데리고 가서 찍었던 사진이 있다. 지금 보면 막내아들과 친해지고 싶은 아버지의 애틋한 마음이 읽힌다. 아버지는 내가 고등학교에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하자 어려운 형편에도 그 당시 귀했던 세이코 시계를 선물로 사 주시기도 했고, 낚시로 잡은 생선으로 매운탕을 드시면서 소주 한 잔을 따라주는 낭만을 보이기도 했다. 훈련병 시절 면회를 오셨을 때는 어머니에게 “뭘 울고 그러느냐”고 핀잔을 주면서도 아버지 역시 눈물 훔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다 좋은 추억이다.
어느덧 살다 보니 아버지보다 더 오래 살게 됐다. 내게도 아들이 있고, 며느리가 있다. 10대의 나이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아버지의 마음을 이제는 이해하게 되고, 아들 부부가 여차여차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면, 삶의 순환이란 것이 이런 것이구나 알 것도 같다.
아들 송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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