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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파워인터뷰 게재 일자 : 2020년 05월 27일(水)
하재주 “脫원전은 대통령의 뜻… 거역할 수 없는 성역이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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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재주 전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이 지난 19일 대전 유성구 한국원자력연구원 외벽에 적힌 ‘E=mc²’ 공식 앞에서 원자력 에너지의 장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우라늄은 세계에 골고루 매장돼 있어 자원을 놓고 싸울 일이 적고, 원자력 발전소는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를 배출하지 않는다”며 “에너지 비축 기간도 길어 에너지 안보에도 유리하다”고 말했다. 김호웅 기자
■ 하재주 前한국원자력연구원장

대전제 깔린 상태로 에너지정책 수립하고 집행
실용적이고 과학적인 배경이 아니라 감성적·이념적 동기로 추진

위험해서 안짓겠단 원전, 외국엔 안전하다 세일즈?… 스스로 이율배반적인 태도
정부 요직에 반핵단체 인사 포진… 대통령의 언어와 닮아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한마디로 모순덩어리입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원자력 관련 기관까지 환경단체가 장악하고, 탈원전만은 거역할 수 없다는 비상식이 ‘대통령의 뜻’으로 통용되면서 과학적 사실이 감성적 선동에 밀려났습니다.”

지난 19일 대전 유성구 한국원자력연구원 입구. 하재주(64) 전 원자력연구원장은 연구원 외벽에 적힌 그 유명한 ‘E=mc²’ 공식 앞에서 탈원전 정책의 허구성에 대해 열변을 토해냈다. 그는 경제협력개발기구 원자력기구(OECD NEA) 원자력개발국장을 지낸 최고의 원자력 전문가. 그러나 탈원전 정책의 ‘희생양’으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난 아픔을 갖고 있다.

―마침 원자력 분야를 상징하는 공식 앞에 서 계시니, 원자력의 장점부터 설명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우라늄 1㎏이 석탄 3000t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냅니다. 이 공식이 그걸 잘 보여줍니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질량이 에너지로 변환된다는 이론을 만들었죠. 우라늄 핵분열 후에 아주 조금 질량이 줄어드는데, 그게 아인슈타인의 공식에 따라 에너지로 변환하는 것이지요. 석유는 중동 등 일부 지역에만 묻혀 있어서 산유국이 전략무기화할 수 있지만, 우라늄은 상대적으로 골고루 매장돼 있어 자원을 갖고 싸울 일이 적습니다. 원자력 에너지는 온실가스와 미세먼지가 전혀 나오지 않는 청정에너지죠. 에너지 비축량도 LNG는 48일, 석유가 105일, 원자력은 18개월로 원자력이 에너지 안보 면에서도 가장 우수합니다.”

하 전 원장은 이어 원자력 홍보 시설인 ‘원자력체험관’으로 기자를 안내했다. 어두운 전시관 안에서 원자로 모형이 눈에 들어왔다. 원자력연구원 안에 있는 원자로인 ‘하나로’의 모형이다. 그런데 실물 하나로는 가동 중단 상태라고 했다.

―하나로는 왜 가동이 중단됐습니까.

“하나로는 30㎿ 연구용 원자로입니다. 1995년에 운전을 시작한 다목적 연구로로, 지난해 말 국제원자력기구(IAEA)로부터 국제연구용원자로센터(ICERR)로 지정되는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시설입니다. 그런데 2011년 일본 후쿠시마(福島) 사고 후속대책으로 원자로를 정지하고 보완공사를 했었고요. 2016년 경북 경주 지진이 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재가동했는데 문제가 생겨 다시 정지하는 과정이 반복됐습니다. 이번 정부에서는 아무리 사소한 이유라도 일단 정지하면 재가동이 매우 어렵습니다. 참고로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에 20㎿짜리 연구용 원자로가 있습니다. 백악관에서 겨우 29㎞, 주민들이 사는 마을에서는 단 400m 떨어진 곳에 자리해 있고 50년도 더 된 설비입니다. 이 원자로가 2∼3년 전에 3차례 정지된 적이 있는데, 가동 중단 시간이 총 5.6일이었습니다. 미국은 불시 정지를 초래한 원인을 해결하고 안전에 문제가 없으면 바로 재가동하는데요. 과학적이고 실용적인 규제를 하는 거죠.”

본격적인 인터뷰는 연구원 입구 바깥에 있는 별도 건물 내 ‘시민안전소통센터’에서 진행됐다. 하 전 원장은 자신이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발언을 해 후배들이 곤란해질까 걱정해 연구원 경내가 아닌 건물에서 만나길 희망했다. 작은 접견실 같은 소통센터 벽에는 그가 연구원장을 맡고 있었을 때 찍은 사진이 걸려 있었다.

―연구원에 무슨 공사를 하고 있는 사진인가요.

“(창밖을 가리키며) 당시에 주민들이 이 앞을 검사해보겠다고, 연구원 주변 하천과 토양에 방사능 오염 검사를 해야 한다고 해서, ‘여러분이 궁금한 것은 얼마든지 조사해보시라’고 했어요. 2m 깊이까지 팠는데, 아무것도 검출되지 않았죠. 사진 날짜가 2017년 8월 9일이네요. 이런 일들을 통해 주민 신뢰가 많이 회복됐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강성 반핵단체가 붙인 플래카드로 연구원 앞이 온통 도배돼 있었는데, 나중에는 주민들이 나서서 플래카드 떼라고 구청에 민원을 넣어주시더라고요. 눈물 나게 고마웠죠.”

―그런데도 3년 임기를 못 채우셨습니다. 2017년 3월에 취임해 2018년 11월에 사임했는데, 당시 표면적 이유는 ‘폐기물 관리 허점’이라고 알려졌습니다.

“연구원이 1959년 처음 설립될 때는 서울 공릉동에 있었는데, 미국 무상원조로 예산 절반을 지원받아 조그만 연구용 원자로를 지었습니다. 그걸 1990년대 말쯤 성공적으로 해체했는데, 폐기물 처리 과정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소홀히 취급했던 게 2016년 가을에 불거진 겁니다. 그 일로 연구원이 엄청 어려운 상황에서 신임 원장 공고가 났습니다. 저는 2015년 3월부터 OECD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전쟁이 났을 때 조국을 지키기 위해 귀국하는 마음으로 돌아왔습니다. 저는 OECD 가기 전 연구원에서 근무할 때도 안전 분야나 원자로 분야만 담당해서 폐기물 분야와는 무관하고 이 문제에 책임이 없는 사람이죠. 그래서 일종의 ‘해결사’로 원장을 맡게 됐던 겁니다. 그때 돌아오지 않았으면 지금도 프랑스 파리에서 저녁에 에펠탑을 보면서 부부가 와인도 마시고 잘 지내고 있었겠지요. 취임 후 기관을 대표해서 무조건 사과부터 했습니다.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 연구소 앞으로 이사도 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도 저에게 상당한 신뢰를 보여줬을 정도였고, 2차에 걸친 자진신고까지 받아 연구원의 과거 잘못을 모두 고백했습니다. 불행히도 경주로 가는 폐기물 분석 오류가 추가로 발견돼 힘들었지만, 모든 걸 솔직히 밝혔습니다. 관여하지도 않은 일의 뒤처리에 온 힘을 다한 저에게 폐기물 관리 책임으로 사퇴하라는 게 납득이 됩니까.”

―탈원전 정책으로 원자력연구원이 겪은 어려움이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파이로프로세싱(사용 후 핵연료 재활용 기술)과 고속로 과제는 당장 중단하고 원전 해체 연구로 전환하라는 등 압박이 있었습니다. 그건 제가 ‘예스’할 수 없는 일이라서 버텼습니다. 연구원 예산도 대폭 깎였는데 여의도에 모텔 잡아놓고 국회 샤워실, 주차장까지 쫓아다녀서 겨우 지킨 게 반 토막 수준이었습니다. 여당 의원실은 아예 연구원 직원의 출입을 금지하기도 했어요. 그래도 저는 원장이라고 쫓아내지는 않더군요.”

―이면에서 사퇴 압박이 있었습니까.

“제가 연구원의 과거 잘못에 대해 2018년도 국정감사도 하기 전에 먼저 다 밝혀 버렸습니다. 그래서 국감도 질문 하나 없이 잘 넘어갔어요. 솔직하게 자진신고까지 한 것은 참 잘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아마 제가 이번 정권에서 임명됐다면 적폐청산하느라 수고한다고 칭찬을 받았을 겁니다. 그런데 국감 끝나고 갑자기 사퇴하라고 압력이 오더라고요. ‘하 원장은 직원들 신뢰도가 높고 열심히 한 것은 다 아는데, 이는 정무적 문제’라며 물러나라더군요. 정무적 판단이라고 하니, 버티는 것도 의미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 그만뒀습니다. 제가 정부 코드에 맞지 않는, 마지막 남은 친원자력 인사니까 뿌리를 뽑겠다는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정부 위에 정치가 있고, 그 정치를 좌우하는 청와대와 여당은 반핵단체와 성향이 같으니 저 같은 사람은 탈원전의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겠죠.”

“원전해체 산업 키운다? … 현대車에 폐차산업 하라면 말이 되나”

新재생 78GW 생산하려면 새만금 부지 34배 필요… 왜 국토를 중금속으로 덮나
정부, 도박에 가까운 목표로 밀어붙여 … 특정집단 이익 때문은 아니길

反核단체들 ‘핵연료 수조에 20초만 있어도 죽는다’며 공포심 조장
누가 굳이 다이빙해 끌어안겠나 … 핵연료 녹아도 사람·환경엔 피해 없어


―탈원전 정책을 정면으로 반대하는 게 부담스럽지는 않으신가요.

“이제는 자연인이니 할 말 하고 살아야죠. 지금은 한국원자력학회 수석부회장이고, 오는 9월 1일부터는 학회장을 맡게 됩니다. 앞으로 학회장으로서 할 일이 많을 것 같습니다. 지금 학회에서도 가장 중요한 게 에너지정책을 바로잡는 것 아니겠어요. 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여당이 압승해서 솔직히 에너지 정책이 바뀔 수 있겠는가 하는 회의감도 들지만,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도 계속해야 합니다.”

―탈원전 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뭐라고 보십니까.

“에너지 정책에서 문재인 정부의 가장 기본적인 잘못은 ‘탈원전은 대통령의 뜻이고 성역이므로 논의하지 않는다’는 대명제 하에서 모든 것을 진행한다는 점입니다. 정책의 수립과 집행 과정이 독단적이고, 그 결과 국민이 불행해지는 거지요. 원자력 발전을 하면 안 된다고 도대체 누가 증명하고 동의했나요. 더구나 원자력은 전력뿐 아니라 산업 측면도 고려해야 합니다. 독일도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하면서 갈탄(褐炭)발전소를 포기하지 못했고, 미국은 기후 위기에 최적 대응책이 아닌 줄 알면서도 셰일가스를 활용합니다. 석유가 많이 나는 중동조차 에너지 믹스를 합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원전을 제작하고 수출하는 산업을 갖고 있습니다. 정부는 서서히 탈원전을 하며 원전산업 생태계를 살리고 수출도 하겠다는 ‘립서비스’를 하지만, 이미 산업이 무너지고 기업이 도산하는데 어떻게 수출을 하겠어요. 국가는 미래를 위해 많은 옵션을 만들어 놓아야 하는 법인데, 현재의 정치적 이유로 미래의 옵션을 없애는 것은 현명한 국가가 할 일이 아니죠.”

―문재인 정부도 그 정도는 알고 있을 텐데, 왜 탈원전에 집착하는 걸까요.

“우리끼리는 ‘정부가 뭐에 홀렸다’는 것 외에 설명할 방법이 없다고 자조적으로 얘기합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해서도 비판이 많지만, ‘소득이 성장을 견인한다’는 이론이 맞느냐 틀리냐를 놓고 논쟁하는 것이니 적어도 정부가 논리는 갖고 있잖아요. 그런데 탈원전은 정부 스스로 설명이 안 돼요. 기후변화에 대처하겠다면서 가장 효과가 좋은 원자력 발전은 안 한다는 게 일단 이율배반이고요. 우리나라에는 위험해서 원전을 안 짓겠다면서, 대통령이 외국 가서는 ‘우리 원전이 굉장히 안전하니 지으라’고 합니다. 또 위험하다면서 60년 동안 원전을 더 운전한다고 합니다. 이 모든 게 이율배반적입니다. 상식적·합리적·실용적·과학적 배경이 아니고 감성적·이념적 동기로 추진한 정책이라고밖에 설명이 안 되는 겁니다. 정부의 요직, 정책 결정을 하는 자리에 환경·반핵단체가 워낙 밀접하게 연결돼 있으니 그 영향이 큰 거죠. 청와대 기후환경비서관은 녹색연합 출신 김제남 전 정의당 의원이고, 이번 총선을 통해 에너지전환포럼의 양이원영 사무처장이 국회에 들어가게 됐죠. 탈원전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과연 어떻게 헤쳐나갈지 걱정입니다.”

―반핵단체의 장악력이 설마 그렇게나 클까요.

“에너지 관련 기관의 기관장과 감사 등이 줄줄이 환경단체 출신으로 바뀌었잖아요. 특히 원자력은 전 기관이 그렇고요. 제가 연구원장을 그만둘 때, 원자력 전문가로는 마지막으로 남은 사람이 물러난다고들 했습니다. 원자력 관련 기관에 환경단체 인사를 낙하산으로 내려보낸 것은 의도적이라고 봅니다. 어떻게 전문성도 고려하지 않고 거의 100% 환경단체 출신으로 바꿀 수 있습니까. 대통령이 사용하는 단어나 데이터 전부 반핵단체들이 쓰는 말과 거의 비슷합니다.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 연설문이 대표적이고, 이번에 그린 뉴딜도 환경단체가 주장하니까 바로 대통령이 직접 지시하는 정책이 되더군요.”

―반핵단체 주장 가운데 대표적으로 잘못된 걸 지적해 주신다면.

“원자력연구원 앞에도 반핵단체들이 집회하러 많이 찾아오는데, 경주 월성 원전의 사용 후 핵연료 저장시설인 맥스터 건설을 두고 ‘사용 후 핵연료를 저장해 놓은 수조에 들어가서 20초만 있으면 1개월 안에 죽는다’면서 위험하다고 선동해요. ‘포항제철소 용광로에 들어가면 곧바로 죽습니다’ 하는 거나 똑같은 소리입니다. 공포심을 조장해서 원전을 멈추려고 혹세무민하는 겁니다. 어떤 미친 사람이 굳이 수조 속 10m 밑으로 다이빙해 들어가 핵연료를 끌어안겠습니까.”

―러시아 체르노빌, 일본 후쿠시마, 미국 스리마일 섬(Three Mile Island·TMI) 사고 등을 보면 실제로 걱정할 만한 부분이 있는 것 아닌가요. ‘1억 분의 1 확률이라도 실제 방사능 유출이 발생하면 끔찍한 재앙으로 이어지니까 원전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을 무시할 수 있을까요.

“우리가 지금 여기 앉아 있는데, 우연히 프랑스로 향하는 에어버스를 테러리스트가 납치해 일본으로 끌고 가려 하고, 또 우연히 엔진까지 고장 나 우리 머리 위로 떨어지면 어떡할 거냐고 한다면 그게 불가능하다고 말하긴 어렵죠. 그런데 그런 식으로 가면 끝이 없어요. 그런 위험을 줄이려고 공항에서 보안체크를 하고 위험 관리를 하는 것 아닙니까. 원자력도 마찬가지예요. 아까 사용 후 핵연료의 위험성을 부풀리는 반핵단체 예를 들었는데, 원자로 안에 못 들어가게 하고, 핵연료는 수조에 넣어서 방사능 유출이 안 되게 물로 막고 있지 않습니까. 위험 관리를 하고 있는 겁니다. 다음으로 우리나라 원전은 안전한가에 대해서인데요. 끔찍한 재앙의 이미지는 일단 체르노빌인데, 공학적으로 체르노빌 같은 원자로는 지구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런 형태 원자로는 이미 다 폐쇄되고 없어요. 후쿠시마는 우리 경수로와 원자로 형태·구조가 매우 다르고, 또 그런 사고가 나려면 엄청난 쓰나미가 와서 비상발전기가 침수돼야 합니다. 미국이 후쿠시마 사고가 났을 때 ‘우리는 상관없다. 쓰나미 오는 곳에 발전소 없다’고 ‘쿨’하게 반응하지 않았습니까. 우리는 원전이 동해에 있고 혹시나 해서 쓰나미 방벽을 더 쌓았기에 후쿠시마 같은 사고가 발생할 조건이 아닙니다. 우리 경수로에서 가장 큰 사고가 난다고 가정하면 미국 TMI 사고 수준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핵연료가 녹았지만 원자로 안에 다 갇히고 격납건물까지 있어서, 원자로만 못 쓰게 됐을 뿐 사람과 환경에 대한 피해는 없었습니다. 방사능이 밖으로 하나도 안 나왔으니까요. 또 1979년 스리마일 원전 사고가 났을 때 세계 원자력계가 얼마나 놀랐겠어요. 그 이후로 엄청나게 보완이 이뤄져 그 정도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도 훨씬 낮아졌지만, 어쨌든 ‘만약에 사고가 난다’고 하더라도 ‘피해 최대치가 TMI 사고’란 것입니다. 반핵단체는 수십만 명이 죽는다고 하는데, 말이 안 되는 얘기입니다.”

하 전 원장은 21대 총선에 미래한국당 비례대표로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평생 원자력 전문가로 살아온 그가 왜 갑자기 정치에 뜻을 뒀는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에 16번을 받았다가 미래통합당과 한국당 간 내홍 속에 유탄을 맞고 26번으로 밀렸습니다. 16번이었으면 당선됐을 텐데, 국회에 입성했다면 어떤 일을 하고 싶으셨나요.

“국회나 청와대, 정부와 그동안 많은 일을 해봐서 ‘정치권은 갈 만한 곳이 못 된다’는 건 잘 알고 있었죠. 저보다 똑똑하고 활동적인 사람이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분이 국회는 안 가겠다고 하는 바람에 저라도 가서 원자력을 살려야겠다고 생각해 출마를 결심했던 겁니다. 탈원전이 비상식적으로 성역화돼 추진되는 배경에 혹시 순수하지 않은 이익이 연계돼 있는 건 아닌지 파보고 싶은 생각도 있었고요. 또 지금처럼 정치권과 정부의 간섭·통제로 과학기술이 자율성과 창의성을 잃어버린 상황을 바로 잡으려면 이를 법으로 보장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난 8일 발표된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초안에 따르면 원자력발전소는 2024년 24기로 정점을 찍은 뒤 2034년까지 17기로 줄고, 원전 비중은 올해 19.2%에서 2034년 9.9%로 내려갑니다. 탈원전 정책은 절대 바꾸지 않겠다는 것인데, 에너지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까요.

“신재생에너지 78GW 설치의 의미는 바람 없는 장마철엔 0GW, 햇빛 좋고 바람 좋을 때 78GW를 생산한다는 의미입니다. 그것도 가동률을 고려해 평균하면 15GW 정도로 떨어집니다. 광활한 새만금 신재생에너지 단지에 겨우 2.3GW 규모를 설치할 수 있어요. 78GW를 하려면 새만금의 34배나 되는 부지가 필요합니다. 이 정도 발전 규모는 원자력발전소 10개, 고리 원전 사이트 한두 개 정도면 되는데 왜 온 국토를 실리콘과 중금속 덩어리로 덮어야 하나요. 또 신재생에너지는 변동성 때문에 배터리 등 백업 전원이 있어야 하는데, 햇빛이 좋을 때는 유지비만 들이면서 놀리게 되는 시설입니다. 이런 비용은 지금 신재생에너지 가격에 포함돼 있지 않습니다. 독일은 1년에 230억 유로(약 30조 원)를 신재생에너지에 쏟아부으면서 가장 비싼 전기를 쓰는 나라인데, 우리가 왜 맹목적으로 따라가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신재생에너지를 반대하는 게 아닙니다. 에너지 연구하는 사람들은 ‘스피드 리미트(속도제한)’란 말을 씁니다. 일정 한계치를 넘으면 전력망 안정성이 흔들립니다. 그나마 독일은 다른 나라와 전력망이 연결돼 있어 전력이 모자라면 프랑스 원전에서 수입하고, 남으면 수출하니까 버티는 겁니다. 우리는 지리적으로 그럴 수가 없잖아요. 지금 정부는 오로지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도박에 가까운 목표를 정해 놓고 밀어붙이는데, 특정 집단의 이익과 논리 때문이 아니길 바랍니다.”

―정부가 말하는 원전해체 시장은 사업성이 있을까요.

“원전해체 시장은 절반이 폐기물 처리 분야입니다. 원전해체는 방사능 오염을 제거하고, 큰 기기는 절단하고 패킹(Packing)해서 폐기물처리장으로 보내는 것입니다. 해체사업 전체 금액은 클지 몰라도, 다른 산업이나 양질의 일자리로 연계되는 효과는 크지 않습니다. 해체로 건설 분야를 대체한다는 생각은 큰 오산입니다. 폐차도 자동차산업이라면서 현대자동차에 폐차사업이나 하라고 하면 말이 됩니까.”

인터뷰 = 김성훈 산업부 차장 tarant@munhwa.com
e-mail 김성훈 기자 / 산업부 / 차장 김성훈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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