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높이겠다면서… 정부, 현금 퍼주는 ‘선순환론’ 집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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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확대 투자 선순환’ 내걸고
세금 일자리 등 소모성 지출만
기업 투자·고용유도 정책없어
결국 文정부 GDP ‘뒷걸음질’
“돈 나눠주기로 성장률 못높여”

‘명목 성장률(물가상승을 포함한 성장률)을 높이겠다면서 재정(국민 세금) 일자리 늘리기와 현금 지원만….’

27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 등 여권은 최근 사상 최대 규모의 재정 지출 확대를 합리화하기 위해서 “재정 지출을 늘려서 명목 성장률을 높이면 국가채무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포함한 재정 건전성 지표를 개선할 수 있다”는 주장을 일제히 펼치고 있다. 소위 ‘재정 확대를 통한 경제 선순환론(善循環論)’이다. 국가채무 비율은 국가채무액을 명목 GDP로 나눈 뒤 100을 곱해서 계산한다. 분자인 국가채무액이 늘어도 국가채무 비율이 상승하지만, 분모인 명목 GDP가 작아져도 국가채무 비율이 올라간다.

이에 따라 올해 1∼3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으로 분자인 국가채무액이 커져도, 분모인 명목 GDP를 키워서 국가채무 비율 급증을 막겠다는 것이 여권 주장의 핵심이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홍남기(왼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추미애(오른쪽) 법무부 장관 등과 함께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시스

문제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명목 GDP 성장률(명목 성장률)이 낮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명목 GDP는 1조6421억8000만 달러로 OECD 회원국과 주요 신흥국 등 38개국 중에서 10위를 기록했다. 2018년 8위에서 두 계단이나 하락했다. 재정 지출 확대를 통해서 성장률을 높이고, 국가채무 비율을 낮추려면 재정 지출 사업이 성장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구성돼야 하는데 현 정부의 전략은 분명히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올해 1차 및 2차 추경 사업 대부분은 국민 세금으로 일자리를 만들거나 일자리를 지키는 데 사용되거나, 현금을 나눠주는 데 집중돼 있다. 성장에 일부 기여할 수는 있겠지만, 성장에 이바지하는 정도가 매우 떨어진다.

심지어 정부는 올해 2차 추경으로 마련한 긴급재난준비금(중앙정부 몫 12조2000억 원)을 보건·복지·고용 예산으로 분류하지 않고, 일반공공행정 예산으로 분류했다. 행정안전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주축이 된 긴급재난준비금이 정부 분류 기준으로는 일반공공행정예산이 맞는다고 하더라도 내용으로 보면 복지 예산 성격이 커서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나라 예산(총지출)에서 보건·복지·고용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9년 25.5%에서 올해 본예산에서는 35.2%로 10%포인트 가까이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추경 예산 대부분을 보건·복지·고용 쪽으로 사실상 ‘몰빵’하고 있다. 국민에게 ‘고기 잡는 법’은 가르치지 않고 ‘빚낸 돈으로 가게에서 산 고기를 나눠주기’만 하고 있다는 뜻이다.

명목 성장률을 높이려면 기업이 위기 상황에서도 투자하도록 각종 인센티브(혜택)를 주고, 투자의 결과로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도록 유도해야 한다. 투자와 고용이 일어나면 가계의 소득이 높아지고, 소비 지출 확대로 이어지면서 경제가 선순환한다.

민간 경제연구소 고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기업의 투자와 고용에 대한 인센티브가 과거 정부보다 부족한 이유는 반(反)기업 정서가 강하기 때문”이라며 “국내 시장이 작고, 내수가 아니라 수출 중심인 한국 경제는 현금 나눠주기 등을 통한 소비 확대로는 성장률을 높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