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文대통령의 여전한 탈원전·공수처 왜곡 인식

제21대 국회 임기 시작을 앞두고 28일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가 만난 것은, 특별한 합의가 없었더라도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협치 공감대’가 문 대통령의 일방적 국정 운영에 대한 국회와 야당의 ‘들러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문 대통령이 민감한 주요 현안들에 대해 협의 가능성을 열어놓기는커녕 더욱 강한 고집을 피력했기 때문이다. 특히, 탈원전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문제에 대해서는 인식 왜곡의 정도가 더 심해진 것 같다.

문 대통령은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의 신한울 3·4호기 건설 중단 등 탈원전 정책 재고 요청에 “에너지 공급이 끄떡없어 전력예비율이 30%를 넘는 상황”이라며 “설비를 봐도 과잉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원전 제로’ 공약에 따른 탈원전 드라이브는 세계 추세 및 국익에 역행하고 부작용도 심각하다. 세계적으로 원전 440기가 운영 중이고 55기가 건설 중이며, 계획·검토 중인 원전도 430기에 이른다. 미국을 포함해 세계 각국에서 다시 원전 건설 붐이 일고 있다. 다른 나라는 생각이 없어 그러겠는가. 현재 전력예비율은 코로나19로 공장가동률이 낮아지고, 혹한·혹서가 덜했다는 영향도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고품질의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원자력만 한 전력원이 없다. 신재생 에너지는 아직 저효율·고비용에다 불안정하다. 탈원전 정책은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춘 원전 산업은 죽이고, 태양광 사업으로 중국 업체들 배만 불리고 있다.

문 대통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7월 발족을 재촉하면서 “원래 뜻은 대통령 주변의 측근 권력형 비리를 막자는 취지”라고 했다. 여권 인사들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공수처 첫 수사 대상으로 하거나, 한명숙 뇌물사건 재수사 등도 요구한다. 검찰의 권력범죄 수사 방해도 횡행한다. 정작 측근 비리를 조사할 특별감찰관은 임명하지도 않았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는 한 문 대통령의 발언은 진정성을 갖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