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위주도 세력 극좌파 테러리스트 지정”

군병력 동원 강경진압 예고
‘흑인사망’ 전세계 동조시위

백인 경찰 무릎에 목이 눌려 사망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가 주말 동안 미국 75개 도시로 확산하고, 영국·독일 등 세계 각국에서도 동조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약탈·방화를 동반한 유혈 폭력 시위 사태에 52년 만에 도시들에 통행금지령이 동시 발동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시위 주도 세력을 ‘안티파(극좌파·Antifa)’로 규정하고 “테러 조직으로 지정하겠다”며 군을 동원한 강경 진압을 예고해 유혈 사태 악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AP통신과 CNN 등에 따르면 백인 경찰에 의해 사망한 조지 플로이드 사건에 항의하는 미국 내 시위는 이날 사건이 발생한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를 넘어 수도인 워싱턴DC와 캘리포니아, 뉴욕, 시카고 등으로 번졌다. 시위대는 플로이드가 사망하기 전에 말한 ‘숨을 쉴 수가 없다(I can’t Breathe)’ 등이 적힌 팻말을 들고 행진했다. 영국 런던의 트래펄가 광장에서도 수천 명이 결집해 미국 대사관까지 행진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에서는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하면서 최소 4명이 사망했고, 1600여 명이 체포됐다. 워싱턴DC 등 15개 주에는 5000명의 주 방위군이 배치됐으며, 로스앤젤레스와 시애틀, 시카고 등 20여 개 도시에는 야간 통행금지령이 발령됐다. 동시 통행금지령은 1968년 마틴 루서 킹 목사 암살 사건 이후 처음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서 “미국은 안티파를 테러 조직으로 지정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강력 대응을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시장과 주지사들은 터프해져라. 이 사람들(시위대)은 무정부주의자들이다. 지금 주 방위군을 불러라”면서 이번 사태를 인종 문제가 아닌 이념 대결로 몰면서 민주당을 압박했다.

워싱턴=김석 특파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