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디플레로 보긴 부적절”… 전문가 “가능성 배제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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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개월만에 또 ‘마이너스 물가’

통계청 “하락세 장기지속 아냐”
전문가 “저성장·저물가 불안감”
소·돼지고기 가격 최대폭 상승

통계청이 2일 내놓은 ‘소비자물가 동향’(2020년 5월)은 한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장기적인 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공포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올해 5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0.3% 하락했다. 우리나라가 소비자물가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65년 1월 이후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8월(-0.038%), 9월(-0.4%)과 올해 5월 단 세 번뿐이다. 통계청 공식 통계는 소수점 첫째 자리까지만 쓰기 때문에(소수점 둘째 자리에서 반올림) 지난해 8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을 공식적으로는 0.0%로 표기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마이너스 상승률을 기록한 것이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디플레이션은 장기간의 경기 불황으로 수요가 부족해서 물가 하락세가 장기간 지속하는 현상을 뜻한다”며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수요 부족보다는 공급 요인(유가 하락) 때문에 소비자물가가 하락했고, 기간도 올해는 5월에만 마이너스 상승률을 기록했기 때문에 현시점에서 디플레이션이라고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경제 전문가들도 “디플레이션 여부는 장기적인 시계(視界)를 갖고 얘기해야 하는 사안”이라는 점에는 동의한다.

다만, 1965년 1월 통계 작성 이후 1997∼1998년 외환위기,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발생하지 않은 마이너스 물가가 지난해와 올해 연달아 발생한 사실은 ‘좋지 않은 징조’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한국 경제가 저(低)성장, 저(低)물가가 발생하기 쉬운 체질이 돼 가고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올해 5월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물가상승률(근원 인플레이션)은 0.1%로 아직 마이너스가 아니니 디플레이션이라고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인 달이 나왔다는 사실은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올해 5월 정부가 나눠준 긴급재난지원금 덕분에 전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상황에서도 돼지고기, 국산 쇠고기 가격 등 축산물값은 크게 올랐다. 올해 5월 축산물값은 전년 동월 대비 7.2% 올라 2017년 8월(8.6%) 이후 가장 상승 폭이 컸다. 특히 돼지고기 가격은 12.2% 올라 2015년 2월(12.9%) 이후 5년 3개월 만에 가장 크게 올랐다. 국산 쇠고기 가격은 6.6% 올라 2016년 12월(6.9%) 이후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