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숭현의 지구문답>산소의 70% 만들어지는 바다는 진정한 ‘지구의 허파’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다양한 기체 녹이고 다시 방출
온도 유지로 생태계 파괴 막고
태양 에너지 균등 공급 역할도
만물의 근원이자 생명의 상징

우주에서 바라보는 지구의 빛깔은 푸른색이다. 지구에서 61억㎞ 떨어진 거리에서 바라본 지구도 창백하긴 하지만 여전히 푸른색이다. 칼 세이건이 보이저호가 해왕성을 지나며 마지막으로 촬영해 보낸 이 ‘창백한 푸른 점’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남긴 것은 유명하다.

그런데 지구는 왜 푸른 빛깔을 띠는 것일까? 그것은 지구 표면의 70%가 푸른색을 띠는 바다로 덮여 있기 때문이다. 즉 지구의 빛깔은 바로 바다의 빛깔인 것이다. 표면만 본다면 지구는 지구(地球)가 아닌 수구(水球)라고 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바다는 지구의 빛깔을 대표하는 것 이상으로 지구 환경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흔히들 지구 전체 열대우림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아마존 열대우림을 지구의 허파라고 한다. 그러나 진정한 지구의 허파는 바다다.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만들어지는 산소량은 전체의 20% 정도지만 바다를 떠다니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생산하는 산소량은 70%에 달하기 때문이다. 바다는 대기와 가장 넓게 접하고 있고 다양한 기체를 녹이거나 다시 방출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에 기체들의 농도를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

바닷물 온도는 쉽게 변할 수 없기 때문에 지구 온도가 일정한 범위를 유지하는 데 큰 기여를 한다. 바다는 지표 대부분 영역을 흐르면서 위도에 따라 불균등하게 공급되는 태양 에너지를 골고루 퍼질 수 있도록 한다. 지구가 생명의 행성인 것은 바로 바다가 있기 때문인 것이다. 바다가 없는 금성과 화성이 어떤 상태인지 상상해 보면 이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류가 바다의 중요성을 인식한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대항해 시대를 열었던 콜럼버스는 지구에서 육지가 차지하는 면적이 바다보다 훨씬 크다고 생각했다. 역설적이지만 그는 바다를 과소평가했기 때문에 모험에 나설 용기를 얻을 수 있었는지 모른다. 그 동기가 무엇이었든 콜럼버스가 열어젖힌 대양 항해는 바다를 전 인류의 교류가 일어나는 마당으로 전환시켰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비극이 있었지만 해상 무역은 분명 인류의 생산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게 한 중요한 조건 중의 하나였다. 20세기, 항공기의 탄생으로 하늘길이 열렸지만 해상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이다. 바다는 생명의 조건일 뿐 아니라 경제의 조건이기도 한 것이다.

바다에 대한 과학적 인식의 시작은 19세기 후반이었다. 1872년 영국 왕실의 후원하에 수많은 과학자는 물론 미술가도 태운 2300t급 목선 챌린저호는 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전 세계 바다를 일주하는 해양 탐사를 통해 해저 지형, 해양생물, 바다 온도에 대한 방대한 관찰 결과를 남겼다. 챌린저호 탐사가 바다에 대한 과학적 이해의 모태가 됐음은 물론이다. 챌린저호 탐사를 해양 과학의 기점으로 잡는다면 그 역사는 150년 남짓에 불과한 것이다. 인류는 바다로 나감으로써 바다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지구 전체를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아내게 된다. 메커니즘을 이해할 수 없어 사장될 뻔했던 알프레트 베게너의 대륙 이동설은 해저 산맥의 관찰을 통해 수립된 해저 확장설을 통해 그 과학적 근거를 얻었고 지구를 전체적으로 설명하는 종합 이론인 판구조론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이다.

홍대용은 ‘의산문답’에서 흥미롭게도 지(地), 즉 지구를 흙(土)과 물(水)의 작용으로 이해한다. 여기서 물이 바다임은 물론이다. 홍대용에게 태양은 불(火)이었으며 만물이란 지와 화의 상호작용으로 생기는 것으로 봤다. 즉 금목수화토 오행이 아닌 화수토 삼행을 주장하는 것이다. 금과 목은 화수토 삼행 상호 작용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홍대용의 개념과 생각을 현대 과학에 비해 매우 빈약하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전체를 보고자 하는 그의 통찰력이다. 땅과 바다를 포괄하는 지구, 달, 에너지원인 태양, 그리고 우주라는 배경, 그는 이 모든 것을 총체적으로 사고하고자 했다.

그는 이러한 총체적 사고를 통해 뽕밭이 바다로 변하는 현상, 즉 상전벽해(桑田碧海)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것으로 본다. 바다의 망각은 전체의 망각이기도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