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상담소>Q. 벼락치기로 살아온 40대 교수입니다… 논문도 몇 개월째 미루고 있어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 독자 고민

40대 대학교수입니다. 재임용 심사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논문을 못 쓰고 있습니다. 세부적인 계획을 세웠지만 몇 개월째 ‘내일부터…’라며 미루고 있습니다. 비단 이번뿐만이 아닙니다. 돌아보면 인생 전체가 벼락치기였습니다. 늘 마감에 쫓겨 공부나 일을 했습니다. 과거에는 그나마 통했는데 이제 잘 안 됩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문요한 정신과 의사

▶▶ 솔루션
A.의무감 벗고 목표 설정을… ‘내일’ 아닌 ‘오늘’ 잘하기로

미루는 습관이 아주 심각한 상태인 것 같습니다. 미루는 습관은 흔히 벼락치기 습관을 동반합니다. 미룰 수 있는 데까지 미루다가 마감 시간을 앞두고 혼신의 힘을 다해서 일을 끝내버리는 패턴을 반복합니다. 어떻게 보면 효율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며칠 동안 할 일을 몇 시간 내에 끝내버리는 것이니까요.

이는 위기상황에서 분비되는 아드레날린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의 효과입니다. 스트레스 호르몬은 순간적으로 두뇌의 움직임을 기민하게 만들고 집중력을 고조시켜줍니다. 그러나 어쩌다 한 번이 아니라 습관적으로 이를 사용하면 큰 문제가 생깁니다. 내성이 생겨서 마감이 다가와도 긴장이나 집중이 잘 안 됩니다. 게다가 이 벼락치기는 단기적인 과제 처리에는 효과적이지만 논문과 같은 장기적인 과제 처리에는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물론 이를 모르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다만 어느 틈에 그렇게 습관이 굳어졌을 뿐입니다.

이 미루는 습관을 어떡해야 할까요? 지면의 한계상 두 가지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첫째, 습관의 변화는 상위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문제와 씨름해서는 문제를 넘어설 수 없습니다. 미루지 않겠다는 단단한 결심이 아니라 삶의 목적의식이 필요합니다. 해야 하는 의무가 아니라 원하는 소망이 있을 때, 주어진 위기를 넘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도전할 때 새로운 에너지가 솟아납니다. 어떤 학자가 되고 싶으신지요?

둘째, ‘내일부터…’를 ‘오늘만’으로 바꿔야 합니다. 변화란 오늘을 바꾸는 것입니다. 내일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알코올 중독에서 회복하는 사람들은 늘 ‘오늘만 잘하자!’를 염두에 둡니다. 오늘 망가지면 내일 잘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중요성을 놓친 이들에게 철학자 드류 레더는 이런 제안을 합니다. 오늘 보낸 하루가 평생 반복된다고 상상해보라는 것입니다. 늦게 일어나서 허둥지둥 출근했다면 평생 그렇게 출근하는 것이고, 할 일을 미루고 딴짓만 했다면 평생 그렇게 살아간다고 가정해보는 것입니다. 고민을 주신 분의 오늘이 평생 이어진다면 어떨 것 같습니까? 변화란 오늘 할 수 있는 것을 오늘 하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오직 오늘입니다.

문요한 정신과 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