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11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진행된 문화일보 인터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힘으로 국회 운영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인터뷰
울산시장 선거 사건 등 대비
야당 입막고 법원·검찰 장악
여야 합의 원구성하는 것은
관행이 아니라 수십년된 원칙
여당 상임위원장 선출 강행땐
우린 짓밟히는 수밖에 없을 것
국회 존재 의의는 정부 견제
야당이 법사위 맡아야 가능
21대 국회 가장 중요한 일은
헌법 반하는 법 통과 막는 일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11일 “더불어민주당이 법제사법위원장에 집착하는 것은 정권 말기에 터져 나올 권력형 비리에 대해 방어막을 치려는 걸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본회의에서 상임위원장 선출 표결을 강행할 경우 “짓밟히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주 원내대표는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 울산시장 선거개입 공작, 앞으로 벌어질 정권 말 비리 사건과 관련해 야당의 입을 막고, 법원과 검찰을 완벽하게 장악하려는 시나리오”라며 이같이 말했다. 주 대표는 “여당은 이미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장치를 활용해 핵심 법안을 처리할 수 있기에 그런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권이 윤미향 민주당 의원을 두둔하는 데 대해서는 “문 대통령의 위안부 합의 무효 결정에 윤 의원의 의견이 적극 반영됐을 것”이라면서 “그 때문에 윤 의원을 버리지 못하고 과도하게 감싸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국회 원 구성을 원칙대로, 법대로 하겠다면서 통합당의 요구에 대해 잘못된 관행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여야 협의에 따라 원 구성을 하는 건 관행이 아니라 원칙이다. 관행이라는 말이 부정적인 어감을 띠는데, 그간 여야가 수십 년간 만들어온 원칙이 ‘협의에 따른 원 구성’이다. 설령 잘못된 관행이라고 하더라도 바로 민주당이 만들어온 관행이다. 민주당이 말하는 법은 일반법이 아니라 회의 규칙에 불과하다. 여당의 일방적인 본회의 개의도 국회법을 엄밀하게 해석할 때 위법한데, 그럴 때는 법을 지키지 않았다.”
―여당은 협상에서 무엇을 요구하나.
“처음부터 ‘당신들은 아무리 해도 바꿀 수 없고 우리 마음대로 다 할 수 있다’고 했다. 법사위원장과 예결위원장은 여당 몫이고, 동의하지 않아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여러 차례 협상에서 이런 주장은 한 번도 변하지 않았다. 그러니 협상이 아니라 협박이다.”
―다른 협상 카드를 제시한 적은 없나.
“법사위원장과 예결위원장을 여당이 가져가면 나머지는 협상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나 법사위를 빼앗길지언정, 그걸 대가로 실리를 챙기는 협상은 할 수 없다. 우리 당에서도 그런 협상은 동의를 받지 못한다.”
―그럼 야당은 왜 법사위에 집착하나.
“국회의 본질적인 존재 의의는 정부 견제다. 이미 여당은 정부와 한통속이어서 정부 견제 기능이 전혀 없다. 국회 통과 법안에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려면 야당이 법사위를 맡지 않을 수 없다.”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는 어떤 것인가.
“법사위원장이 민주당 몫으로 넘어가면 대북전단살포 금지법, 전·월세 무한 연장법, 국립묘지 파묘법이 차례차례 통과될 것이다. 이런 법들은 국민의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법사위가 다른 상임위에서 통과된 법안들을 너무 오래 쥐고 있었다는 지적도 있다.
“고쳐야 하는 관행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체계·자구 심사권을 없애면 부작용이 더 커진다. 20대 국회 때 법안 2800개가 통과됐는데 그중 법사위에서 체계·자구를 수정한 법안이 58%에 달한다. 그마저도 법사위원 18명 중 법안심사소위 위원 7∼9명이 2800개 법안을 손본 결과다. 법제 심사는 오히려 더 강화해야 한다.”
―국회 제출된 3차 추경은 어떻게 평가하나.
“적자 국채로 짜낸 추경이 부실하기 짝이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추경을 한다면서 코로나19 환자를 이송했던 영세 버스 임차료도 안 줬다. K-방역 성공을 자랑하면서 방역 간호사 위험수당은 왜 안 주나. 앞으로 비슷한 상황에 닥쳤을 때 더 효과적인 방역을 하고 경제 회생을 위해 가장 효용성 높은 곳에 돈을 써야 하는데, 데이터 입력하는 아르바이트를 수천 개 만들겠다고 한다. 이런 걸 비판하면 국정 협력을 안 하는 것인가. 눈감아 줘야 협력인가.”
―여당은 원 구성 후 바로 추경 심사에 돌입한다고 한다. 야당은 심사에 참여하나.
“곤혹스럽다. 함부로 구성된 예결위에 참여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해서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놓은 추경안을 야당이 두고 볼 수만도 없다. 당내 논의를 거쳐야 하지만 추경 심사를 소홀히 하지는 않을 것이다.”
―강경 투쟁에 익숙해진 지지층에선 이런 모습을 ‘무기력하다’고 비판한다.
“국회를 오래 경험한 분들이 ‘야당 의원의 가장 효과적인 투쟁은 국회 안에서 이뤄진다’고 말씀하셨다. 국회에선 말 한마디가 전국에 중계된다. 장외로 나가면 오히려 국민이 우리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외교부가 윤미향 의원의 면담 녹취록 공개를 거부했다.
“그런 녹취록이 흘러나오면 정권에 불리하니 당연히 거부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의 위안부 합의 무효화 결정에 윤 의원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겠나.”
―이용수 할머니를 초청했던 청와대는 보다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보나.
“청와대는 ‘대통령이 구체적인 사건을 언급하는 건 맞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기무사 계엄령 사건, 김학의 사건, 장자연 사건은 철저히 수사하라고 해놓고, 왜 윤 의원은 철저히 수사하라고 말을 못 하나.”
―통일부가 대북 전단 살포를 금지하겠다고 한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처벌 규정이 없다고 했는데 얼토당토않은 법률로 국민을 겁박한다. 문 대통령은 ‘일상의 민주주의’가 중요하다고 강조해놓고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 노력조차 하지 않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103석 통합당으론 여당 동의 없이 어떤 법안도 통과시키지 못한다. 우리만의 가치를 세운 법안도 있겠지만 아마 통과가 불가능할 것이다. 21대 국회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헌법에 반하는 여당의 법안 통과를 막는 일이다. 절대 통과돼선 안 될 법안은 최대한 저지해야 한다. 개헌만 막아도 야당은 성공한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김윤희·서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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