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현금 살포 중독, 경제 망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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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환 산업부 차장

정부·여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이유로 추진한 ‘현금성’ 경제정책에 대한 논쟁이 거세다. 긴급재난지원금 정책 시행을 계기로 기본소득제와 같이 현금을 나눠 주자는 요구들이 봇물 쏟아지듯 하고 있다. 재난지원금은 이미 재정 집행까지 끝난 상태이고, 기본소득제에 대한 논쟁도 뜨겁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국토보유세를 신설해 기본소득 재원을 마련하자며 재원 조달 방법까지 제시했다.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사태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인정해도 최근 ‘현금’을 고리로 한 이런 논쟁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경제 위기라고 해서 국가가 모든 국민에게 현금을 나눠주는 행위는 ‘중독성’을 높여 건전한 경제 시스템을 위협할 가능성이 크다. 예산 규모에 맞는 경제적 효과를 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특히 긴급재난지원금은 아직 사용 기한이 두 달이나 남았는데도, 벌써 ‘2차 긴급재난지원금’을 나눠 주자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주민들의 요구에 재빨리 응답하고 나섰다. 대구시가 시에서 나눠준 생계자금과 재난지원금 사용이 끝나는 8∼9월쯤 긴급생계자금을 추가로 지급하기로 했고, 원희룡 제주지사도 2차 긴급재난생활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나섰다. 전북 완주군은 이미 2차 생계지원금을 지급했다. 경기도 시장군수협의회는 2차 재난긴급생활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정부에 공식 건의하기도 했다.

이런 주장의 근거는 재난지원금 사용시한인 8월 말이 지나면 다시 소비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에서 나온다. 이는 역으로 생각하면 재난지원금이 ‘반짝 효과’에 그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셈이다. 14조2448억 원이 배정된 재난지원금은 이미 예산 편성 이전부터 ‘반짝 효과’ 우려가 컸다. 시간이 더 지나봐야 정확한 효과를 알 수 있겠지만, 지금까지는 예산 규모에 걸맞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60여만 소상공인 카드 결제 정보를 관리하는 한국신용데이터에 따르면 재난지원금 지급 4주째인 이달 첫 주(1∼7일) 전국 소상공인 사업장 평균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감소했다. 지난해 평균 매출을 100으로 했을 때 이달 첫 주의 평균 매출이 98을 기록한 것이다. 재난지원금이 지급되기 시작했던 5월 둘째 주 100을 시작으로 5월 셋째 주와 넷째 주에 각각 106, 104를 기록하면서 상승세를 탔던 소상공인 매출이 이달 들어 상승세가 꺾인 것이다. 재난지원금이 반짝 효과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데이터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애당초 현금을 나눠 주는 정책은 투입되는 세금 규모에 비해 효과를 극대화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재난지원금이 코로나19 사태로 무너진 내수를 진작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면,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사용처 제한이라도 최소화했어야 한다. 무엇보다 전 국민에게 현금을 나눠 주는 것보다 고용과 사회 안전망을 보강하고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금’의 달콤한 맛을 본 사람들은 쉽사리 그 유혹을 떨쳐 내지 못한다. 한번 시작한 복지제도를 거둬들이기 쉽지 않은 이유다. ‘공짜 점심은 없다’는 경제의 기본 원리는 현금의 달콤함에 가려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당국자들은 이제라도 돈 나눠주겠다는 생각보다 취약 계층을 위한 사회안전망 강화와 고용 창출 방안 모색에 전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