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韓좌파 햇볕정책 숭배… 北독재정권 돕는 것”

- 회고록 전문 입수해 분석

“영변폐기 비핵화 첫단계 주장
文대통령의 조현병같은 생각”
정의용 “사실 크게 왜곡” 반박

문재인 대통령이 2차례 미·북 정상회담 성사 과정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1년 내 비핵화 약속, 한국전쟁 종전선언, 3차 정상회담 장소·일정 제안 등 여러 ‘무리수’를 두면서 미국의 의구심을 산 것으로 드러났다.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회고록에서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면서 “한국의 좌파는 햇볕정책을 숭배한다(worship)”고 비판했다.

22일 문화일보가 입수한 볼턴 전 안보보좌관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북한의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 비난 성명으로 1차 미·북 정상회담이 무산 위기에 처하자 2018년 5월 26일 판문점에서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후 문 대통령은 다음 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제안하고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했다”고 전했다. 또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1년 내 비핵화를 요청했으며 김 위원장이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볼턴 전 안보보좌관은 “국무부는 김 위원장에게서 1년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볼턴 전 안보보좌관은 문 대통령이 1차 미·북 싱가포르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종전선언’ 아이디어를 내놓았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볼턴 전 안보보좌관은 “처음에는 한국전 종전선언이 북한의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이게 자신의 통일 어젠다를 뒷받침하기 위한 문 대통령의 아이디어라고 의심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거짓말’까지 했다고 볼턴 전 안보보좌관은 평했다. 정 실장이 2018년 3월 방미 당시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북 정상회담 초청을 제안한 건 자신이었음을 시인했다는 것. 또 문 대통령이 영변 핵시설 폐기를 불가역적 비핵화의 첫 단계라고 주장했는데, “이는 조현병 같은 생각(schizophrenic idea)”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정 실장은 “볼턴 전 안보보좌관의 회고록은 한국과 미국, 북한 정상들 간의 협의 내용과 관련한 상황을 자신의 관점에서 본 것을 밝힌 것으로, 정확한 사실을 반영하고 있지 않다”며 “상당 부분 사실을 크게 왜곡하고 있다”고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통해 전했다.

워싱턴 = 김석 특파원, 민병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