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다’, 디지털 세대의 좀비 극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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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살아있다’(감독 조일형)의 포스터는 꽤 상징적이다. 주인공 준우(유아인)가 베란다 난간에 매달린 채 셀카봉을 멀리 뻗고 있다.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무슨 상황인지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하지만 요즘 세대는 다 안다. 와이파이 혹은 기지국의 신호를 잡기 위해 휴대전화를 요리조리 돌려보는 거란 걸. 그리고 그 아래로 ‘데이터, 와이파이, 문자, 전화 모든 것이 끊긴 채’라는 문구가 보인다. 이를 통해 ‘#살아있다’라는 영화를 한 문장을 표현하자면, ‘디지털 세대가 좀비로부터 살아남는 법’이라 할 수 있다.

줄거리는 이렇다. 원인 모를 좀비가 창궐하고 영문도 모른 채 잠에서 깬 준우는 아무도 없는 집에 혼자 고립된 것을 알게 된다. 연락이 두절 된 가족에 이어 최소한의 식량마저 바닥나자 더 이상 버티기 힘들어진 준우는 건너편 아파트에 누군가 살아 있음을 알게 된다. 또 다른 생존자 유빈(박신혜)이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의지하며 이 난관을 극복할 방안을 찾아간다.

최근 ‘K-좀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 속에서, ‘#살아있다’는 새로운 방식으로 소재를 변주한다. 휴대전화를 붙들고 정보를 얻고 소통하려 노력하고, SNS를 통해 구조 요청을 보낸다. 고립된 채 두려움에 떨고 있는 준우가 할 수 있는 건 그것뿐이다. 이는 마치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최대한 서로 간의 접촉을 줄이고 ‘언택트’ 시대로 걸어들어가고 있는 현 상황과 몹시 닮았다. 그래서 영화는 스크린 안과 밖의 경계를 지우며 더 몰입도를 높인다.

아파트라는 공간 또한 ‘#살아있다’를 살아 숨쉬게 만드는 요소다. 아파트는 한국인들의 가장 보편적인 주거 공간이다. 수많은 이웃이 있고, 굳게 닫힌 철문과 첨단 보안장치 덕에 무엇보다 안전한 주거 공간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사태로 일상이 망가지자 그곳은 더없는 공포의 공간으로 변모한다. 바로 옆집에서 좀비가 있고, 복도에도 좀비가 서성인다. 게다가 고층 아파트라 베란다 너머로 탈출하는 것도 언감생심이다. 수직과 수평으로 직조된 이 공간에서 도무지 탈출구를 찾기 어렵고, 숨을 데도 없다. 그런 측면에서 ‘#살아있다’는 아파트에서의 삶이 익숙한 한국의 환경적 특성을 잘 포착한 좀비물이라 할 수 있다.

사면초가의 상황에서 이 영화가 결국 찾는 돌파구는 인간의 연대다. 홀로 남겨졌다는 고독감과 무력감으로 인해 생을 포기할 생각까지 하던 이들은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이들을 서로 독려하며 견뎌 나간다. 그리고 상대방이 위험에 처하자 기꺼이 피난처를 박차고 나가 좀비에 맞서며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우왕좌왕하며 허무하게 무너지던 인간들의 의지와 연대를 통해 난관을 극복해가는 과정은 새롭진 않지만 여전히 흥미롭고 벅차다.

주연을 맡은 유아인, 박신혜 두 배우의 연기력도 인상적이다. 고립된 인간의 내면을 보여주는 디테일한 연기가 이 영화의 제목처럼 살아있다. 영화의 말미, ‘살아남아야 한다’를 넘어 ‘살아있다’고 외치는 인간의 모습은 코로나19 시대를 관통하는 관객들에게 적잖은 울림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러닝타임 98분. 15세 이상 관람가. 24일 개봉.

안진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