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6·25 ‘남침과 책임’ 가르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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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

우리 인구의 절대다수는 6·25전쟁이 정전협정으로 마감된 후에 태어난 세대이고, 젊은이들이 6·25에 대해 갖는 관심은 임진왜란에 대해 느끼는 것만큼이나 아득하다. 어른들의 경험담을 통해 자연스럽게 역사를 배울 수 있던 대가족제도가 무너진 지 오래고 학교도 대중매체도 국제전으로 확대된 그 동족상잔의 참화에 관해 제대로 가르치지 않기 때문이다. 40년 전 5·18 광주에서 벌어진 유혈 사태에 대해서는 보상을 위한 각종의 특별법안들이 국회에 상정되는데 그보다 불과 30년 앞서, 5·18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엄청난 규모의 민족적 재앙을 불러온 6·25에 관해서는 무관심으로 일관한다. 더구나 그 전쟁은 사실 정전협정으로 중단됐을 뿐 남북 간 평화 관계가 수립된 게 아니며, 우리 국민 그 누구도 본인이 의식하든 못 하든 아직은 6·25의 후유증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없을 텐데도 말이다.

6·25전쟁의 피해와 관련해 흔히 생각하는 것은 남북 합쳐 200만에 가까운 전상자와 그에 버금가는 민간인 희생자를 냈고, 물질적 파괴가 엄청났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통계 수치엔 안 잡히지만, 그보다 훨씬 더 심각한 피해가 국민 모두가 입게 된 깊은 도덕적 상처다. 전쟁의 파괴력은 승자와 패자 양쪽에 다 미치지만, 보통은 참전국의 모든 국민이 애국심으로 마음을 무장해 견뎌 낸다.

하지만 동족끼리 총을 쏘며 38선을 몇 차례 넘나드는 새 우리가 본 피해는 차원이 달랐다. 공산군이 들이닥치기 무섭게 벌어진 ‘반동 숙청’ 학살 행위가 공포 분위기를 자아낸 건 말할 것도 없다. 전격적으로 북한 세상이 된 서울에서 ‘의용군’으로 휩쓸려 나간 중·고등학생들이 인민군으로 편입돼 친형제에게 총을 겨누다 미군 포로가 되기도 했다. 피난 못 간 죄로 적진에 협조하며 목숨을 구걸해야 했던 사람들은 강제로 북으로 끌려가거나, 다시 대한민국이 된 세상에서 ‘부역자’로 고초를 당했다. 밤에는 공산 게릴라에게, 낮에는 경찰이나 국군에게 시달리던 상황이 1956년 빨치산 토벌이 끝날 때까지 계속된 곳도 있었다. 민간인들 사이에 적이 숨어들어 있다는 의심이 생겼을 때 그들을 어떻게 처리하는가 하는 문제가 군인에게는 어느 쪽을 선택해도 책임을 추궁당하게 될 도덕적 딜레마였다.

한마디로 민족 구성원 전체가 죄 없는 죄인일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린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민족통일’이라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워 자기의 권력 기반을 다지려 했던 김일성이 미국의 참전 가능성 때문에 주저하던 스탈린과 마오쩌둥을 집요하게 설득해 지원 약속을 받은 후에 벌인 일이지 남북 분단 때문에 불가피하게 생긴 일이 결코 아니었다. 6·25전쟁을 직접 겪은 세대에게는 전쟁이 북한의 남침으로 촉발됐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 없는 사실이었지만, 공산권의 선전에 넘어갔던 사람들은 소련의 비밀문서가 공개된 다음에야, 6·25가 김일성이 치밀한 사전 계획에 따라 촉발한 남침전쟁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6·25전쟁 발발 70주년을 맞으며 깨달아야 할 가장 중요한 점은 바로 우리가 얼마나 쉽게 저들에게 속는가, 그리고 그렇게 해서 우리 민족 모두가 보는 피해는 얼마나 재앙적인가 하는 것이다.

김일성과 그 후계자들은 동족상잔의 전쟁을 일으킨 데 대해 반성의 기미를 보인 적이 없다. 역사에서 배우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 역사를 다시 반복하게 된다는 말을 상기하지 않을 수 없는 시점에 우리는 지금 서 있는 게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