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이코노미>中의 R&D 맹추격에… 美, 韓과 ‘군사동맹’ 넘어 ‘기술동맹’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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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경제공조’ 압박 가능성

1960년 美의 R&D 투자액
전세계 69% 차지…압도적
2018년 美비중 28%로 급락
中 투자액 미국에 거의 근접

美 조지타운대 보고서 발간
中에 맞서 ‘R&D 동맹’ 강조
韓·日·獨·印·佛·英 등 지목
향후 美 정책 반영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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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해온 연구·개발(R&D) 투자도 중국에 따라잡히기 일보 직전이다. 당장 미국에서는 R&D 분야에서도 한국 등 동맹국과의 공조를 강화해 중국을 압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반중 경제블록인 경제번영네트워크(EPN)와 아시아·태평양지역 인프라 개발을 추진하는 ‘블루닷 네트워크(BDN)’에 이어, R&D에서도 보조를 맞추자는 압박을 한국에 가해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 워싱턴DC의 조지타운대 산하 ‘안보와 신흥 기술 센터(CSET)’는 최근 ‘글로벌 R&D와 동맹의 새로운 시대’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한국 등 6개 동맹국을 과학 분야에서 미·중 간 힘의 균형을 변화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지목하면서 R&D 동맹 필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보고서를 작성한 멜리사 플라그 CSET 선임연구원은 미 국무부와 국방부 연구공학 차관보실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특히 플라그 선임연구원이 국방부 과학기술 연구소 책임자로 미군의 지속적 기술 우위에 필요한 기술 개발 등을 맡아왔다는 점에서 보고서가 향후 미국 정책 방향에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냉전 중이던 1960년 미국의 R&D 투자액은 전 세계 R&D 투자액의 69%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보고서는 “R&D 투자액과 기술적인 리더십은 미국의 비교 우위를 유지하는 데 중요하다”며 “미국은 창의력을 포용하고 아이디어 경쟁을 자극하며, 믿을 수 없을 정도의 기술적·산업적 혁신을 판매하는 독특하고 다양한 R&D 생태계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각국이 갈수록 R&D 투자액을 늘리면서 미국의 R&D 투자를 통한 과학 기술 우위는 약화됐다. 최근 20년간 미국이 R&D 투자액을 2배 넘게 늘렸지만, 세계 R&D 투자액은 이보다 빠르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미국의 R&D 투자액은 2000년 2690억 달러에서 2018년 5820억 달러로 증가한 반면, 세계 R&D 투자액은 같은 기간 7220억 달러에서 2조1000억 달러로 늘었다. 이러한 추세로 인해 2018년에 미국의 R&D 투자액이 전 세계 R&D 투자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8%로 급락했다.

문제는 중국의 R&D 투자액이 미국에 근접했다는 점이다. 2018년 중국의 R&D 투자액은 5540억 달러에 달했다. 보고서는 “미·중 경쟁이라는 프레임에도 불구하고 양국이 세계 R&D 투자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0% 정도”라며 “미국과 중국 간 투자액과 성장률에만 초점을 맞추면 중요한 현실을 놓치게 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나머지 국가들도 R&D 투자액을 늘려왔으며, 이 같은 흐름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면 중국이 미국과의 경쟁에서 이기고 있다는 시각을 강화하게 된다”고 밝혔다. 또 보고서는 “미국의 미래는 기술적 동맹에 달려 있다”며 “미국과 6개 국가만의 R&D 투자액이 세계 R&D 투자액의 50% 이상이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보고서는 미국이 R&D 동맹을 맺어야 할 6개 국가로 한국과 일본, 독일, 인도, 프랑스, 영국을 지목했다. 전통적인 R&D 투자 강국인 일본과 독일뿐 아니라 R&D 투자액이 국내총생산(GDP)의 3.8%로 증가세인 한국도 R&D 동맹을 맺을 국가에 포함한 것이다. 이들 6개국은 미국의 동맹국이거나 안보 파트너(인도) 국가다. 또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추진 중인 EPN 핵심 대상국가들이며, 오는 9월 열릴 예정인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가국이거나 확대 G7 정상회의 참가 예비국들이다.

이 중 한국의 R&D 투자액은 980억 달러다. 여기에 일본 1710억 달러, 독일 1410억 달러, 인도 740억 달러, 프랑스 680억 달러, 영국 530억 달러를 다 합치면 6050억 달러로 미국이나 중국보다 많다. 미국이 이들 6개 국가와 R&D 동맹을 맺을 경우 중국을 압도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6개국과 함께 데이터 공유나 투명성 등에 대한 국제적 기준과 가치를 규정할 경우 중국을 기술 경쟁에서 따돌릴 수 있다. 보고서는 중국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러시아의 경우 세계 R&D 투자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가 유사한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동시에 미국이 군사동맹을 바탕으로 한 한·미 동맹을 경제·기술동맹으로까지 확대·발전하려는 시도를 하면서 한국을 압박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보고서도 “미국의 개방성 가치와 인간성에 대한 존중, 최상의 R&D를 활용할 수 있는 군사 능력은 우리가 동맹을 받아들일 때만 생존할 수 있다”며 “국제적 동맹이 새로운 글로벌 지형에서 우위에 설 수 있는 확실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국제적 R&D 동맹은 세계의 변화를 인식하는 것일 뿐 아니라 민주적 가치 고양이라는 미국의 전통적 가치를 위한 가장 명확한 길”이라며 “다음 세기를 위한 경쟁의 규칙을 쓰려면 동맹의 개념을 재고해 모든 노력을 동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워싱턴=김석 특파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