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6일 침묵 깬 ‘슛돌이 극장골’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그림 같은 중거리슛 발렌시아의 이강인이 8일 오전(한국시간) 스페인 발렌시아의 에스타디오 데 메스타야에서 열린 레알 바야돌리드와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홈경기에서 후반 44분 왼발 슈팅으로 결승골을 터트리고 있다. 발렌시아 페이스북

이강인 후반 44분 천금의 결승골
지난해 9월 데뷔골 후 첫 득점포
30분 뛰고 팀내 3번째 평점 7.01

발렌시아 4경기 연속 무승 탈출
리그 8위로… 유로파 희망 이어가

‘슛돌이’ 이강인(19·발렌시아)이 286일 만에 득점포를 가동했다. 발렌시아는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 4경기 연속 무승(1무 3패)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강인은 8일 오전(한국시간) 스페인 발렌시아의 에스타디오 데 메스타야에서 열린 레알 바야돌리드와의 홈경기에서 결승골을 터트렸다. 발렌시아는 2-1로 이겼다.

이강인의 올 시즌 프리메라리가 2호 골. 이강인은 지난해 9월 26일 헤타페와의 경기에서 프리메라리가 데뷔골을 넣었지만 이후 침묵했고 286일 만에 득점을 추가했다.

이강인은 지난달 30일 보로 곤살레스 코치가 감독대행을 맡은 뒤 3경기 만에 처음 출장했고 기회를 놓치지 않아 곤살레스 감독대행에게 첫 승을 안겼다.

이강인은 1-1이던 후반 19분 카를로스 솔레르 대신 투입했다. 이강인은 4-4-2 포메이션의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배치됐고 공격수를 지원했다. 이강인은 후반 38분 왼쪽 측면에서 왼발로 크로스했고 스트라이커 막시 고메스가 문전에서 머리로 슛을 했지만 골대를 강타했다. 고메스의 위치가 헤딩 직전 오프사이드로 선언됐지만, 이강인의 크로스는 감탄사가 자연스럽게 나올 정도로 빠르고 정확했다.

이강인은 종료 직전인 후반 44분 중거리포로 결승골을 터트렸다. 이강인은 오른쪽 측면에서 조프레 콩도비아의 패스를 받아 아크 오른쪽으로 침투, 수비수 2명을 앞에 두고 강력한 왼발슛을 때려 골망을 흔들었다. 이강인의 슈팅은 골대 오른쪽 하단 구석을 정확히 찔렀고, 골키퍼의 손이 닿지 않았다. 교체투입된 이강인은 이날 30분가량 뛰었지만, 통계전문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으로부터 팀 내 3번째인 평점 7.01을 받았다.

곤살레스 감독대행은 승리 직후 “이강인은 (상대) 수비라인을 깰 수 있고 전반 공격수들에게 적절한 패스도 넣을 줄 아는 선수”라고 칭찬했다. 곤살레스 감독대행은 “후반전 박스 안에서 더 많은 공간과 득점 기회를 잡기 위해 이강인을 투입했다”면서 “팀의 최선을 위해 모든 결정을 내린다. 선수의 나이가 몇인지,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기회를 부여받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강인은 올 시즌 냉가슴을 앓았다. 이강인은 17세이던 지난 2018년 10월 발렌시아 1군에 데뷔, 큰 기대를 모았지만 자리를 잡지 못했다. 성적 부진으로 인한 잦은 사령탑 교체 때문. 발렌시아는 이강인에게 1군 데뷔 기회를 제공한 마르셀리노 가르시아 토랄 감독을 지난해 9월 해임하고 알베르트 셀라데스 감독에게 지휘봉을 넘겼다. 그리고 지난달 30일엔 셀라데스 감독을 경질하고 곤살레스 코치에게 감독대행을 맡겼다. 셀라데스 감독은 이강인을 외면했고, 곤살레스 감독대행도 이강인을 중용하지 않았다. 이날 극적인 결승골을 터트렸지만, 이강인은 이적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6일 스페인 발렌시아 지역지 수페르데포르테는 “이강인은 팀의 재계약 제의를 거절하고 이적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강인은 지난해 6월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한국의 준우승을 이끌고 최우수선수에게 주어지는 골든볼을 수상, 수많은 유럽 빅 클럽의 눈길을 끌었다. 이강인은 올 시즌에 앞서 이탈리아 유벤투스, 네덜란드 아약스의 러브콜을 받았고 최근엔 축구대표팀 동료 황의조의 소속팀 지롱댕 드 보르도를 비롯해 올랭피크 마르세유, 니스 등 프랑스 구단들의 영입 리스트에 올라간 것으로 알려졌다. 발렌시아보다 출장이 보장되는 곳으로 옮기고 싶은 건 당연한 일. 이강인과 발렌시아의 계약 기간은 2022년 6월 종료되며, 바이아웃(최소 이적료)은 8000만 유로(약 1080억 원)다.

발렌시아는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출전 희망을 이어갔다. 프리메라리가에선 5위에게 유로파리그 본선, 6위에게 2차 예선 참가 자격이 주어진다. 발렌시아는 13승 11무 11패(승점 50)로 9위에서 8위로 한 계단 올라섰다. 5위 비야레알(16승 6무 12패·승점 54)과의 차이는 승점 4다. 6위 헤타페(14승 11무 9패·승점 53)와의 차이는 승점 3으로 좁혀졌다. 발렌시아는 3게임, 헤타페와 레알 소시에다드는 4게임이 남았다.

허종호 기자 sportsh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