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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게재 일자 : 2020년 07월 11일(土)
“00씨는 다리가 참 이쁘네” 고위직 성희롱에 우는 비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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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5일, 안희정 당시 충남지사가 자신의 수행비서를 8개월에 걸쳐 지속적으로 성폭행 및 성추행했다는 충격적인 사건이 밝혀졌다.

그는 지위를 이용해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작년 9월 대법원은 안 전 지사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확정했다.

지난 4월에는 부산시청 여직원 B씨가 오거돈 당시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실을 폭로, 오 시장은 시장직을 사퇴했고 더불어민주당은 그를 제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이 연루된 성추문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전직 비서 A씨는 과거 박 시장에게 성추행을 당한 사실이 있다며 지난 8일 그를 경찰에 고소했고, 고소장에는 박 시장으로부터 수차례 신체접촉과 함께 부적절한 내용의 메신저를 전송받았다는 내용이 담겨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이틀 뒤인 10일 새벽 박 시장은 북악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  출처/비서직종사자 온라인 카페
이들 사건 피해자와 고소인들의 공통점은 비서이거나 개인 집무실을 단독으로 드나든 직원이라는 점이다. 이처럼 위계에 의한 성폭력 사건은 근접한 위치에서 근무하는 직원에게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특히 비서직의 경우 항상 상사와 긴 시간을 대해야 하므로 이런 위험에 노출될 확률이 높아진다.

2017년 숙명여대의 한 학위논문에 따르면 비서직에 종사하는 사회초년생 여성들이 편견에 치우친 처우와 감정노동에 따른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조사에 참여한 비서들은 자신들이 상사의 분노나 변덕을 고스란히 받아내면서도 늘 웃는 얼굴을 하고 있어야 하는 어려움과 비서직에 대한 몰이해와 편견 때문에 겪는 괴로움을 털어놨다.

특히 이런 사건들이 반복되자 비서를 바라보는 왜곡된 시선에 고충을 토로하는 비서직 종사자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한 대학 비서학과 관계자는 “어떤 행위 자체에 대해서 성추행이 되고 성희롱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미처 인지하지 못하면서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것들이 많지 않겠나 생각한다”며 “결국에는 고위공직자들에 대한 성 인식 교육 등이 강화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비서직의 계약 형태도 이들이 직장 내 성폭력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원인 중 하나가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 한 구직 사이트의 비서 직군 모집 공고를 분석한 결과 전체 26건 중 7건(27%)만 정규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  구직사이트 비서직 모집 공고 캡처
신분이 불안하다보니 인사권자인 상사가 저지르는 위계에 의한 성폭력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인제대학교 박지현 공공인재학부 교수는 “공무원 사회는 상하 위계질서가 강조되다 보니 상관에 의한 성범죄나 갑질이 조직적으로 저질러지기 쉬운 문제가 있다”며 “기관별로 청렴 실적을 강조하는 것은 집단이기주의를 부추겨 비위를 은폐하게 하고 피해자들은 2차 가해에 시달리기 십상이라 쉽게 문제를 제기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박 교수는 이어 “공무원 조직도 일반 직장과 같은 수준으로 성희롱 방지나 직장 내 따돌림 방지를 위한 인권 보호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며 “업무처리의 공개성·투명성 강화, 공익제보자 보호 기능 재정비는 물론 청렴도 평가 또한 비위의 적발 활동을 높이 평가하는 방식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비서나 계약직 직원 등 성폭력 피해자들이 주변 동료들에게 피해 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해도 고위 공직자인 가해자의 권세에 눌려 이를 외면하거나 오히려 피해자에게 참으라고 조언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도 위계에 의한 성폭력 사건이 근절되기 어려운 원인으로 꼽힌다.

심지어 가해자인 고위 공직자의 지지자들에 의한 2차 가해의 위협에까지 시달리는 성폭력 피해자들.

사회적 약자인 이들의 권익이 보호받고 성폭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조직문화가 언제쯤 만들어질 수 있을까.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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