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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Deep Read 게재 일자 : 2020년 07월 14일(火)
‘檢 개혁’이라 쓰고 ‘檢 장악’이라고 읽는 文정권의 ‘거꾸로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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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秋·尹 충돌로 본 검찰 개혁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중립성 확보 원칙 깨지면 국가폭력 변질… 文정부는 권력수사를 정치검찰의 ‘정권 흔들기’로 해석

개혁의 대상은 사람 아닌 제도·관습… ‘식물 총장화’로 비리수사 막으면 ‘반민주 정부’로 낙인 찍힐 것


“수사지휘권 박탈은 형성적 처분으로서 쟁송 절차에 의해 취소되지 않는 한 지휘권 상실이라는 상태가 발생한다. 결과적으로 서울중앙지검이 자체 수사하게 된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 발동에 대응해 발표한 전문이다. ‘형성적 처분’. 국민 입장에서는 쉽게 들을 수도, 알 수도 없는 용어다. 무슨 뜻인가. 간단히 말해 이미 권리관계가 이뤄진 상태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즉 이미 지휘권이 발동됐으므로 총장에게는 지휘권이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다음, ‘쟁송 절차에 의해 취소되지 않는 한’이 단서다. 즉 형성적 처분에도 불구하고 쟁송을 하면 그 지휘권이 부당하다는 강력한 암시가 들어 있다. 고도의 중의법을 사용한 것이다. “할 테면 한번 해보라. 하지만 그런 지휘권 발동은 온당하지 않다. 나는 쉽게 물러나지 않는다.” 이것이 윤 총장이 추 장관과 이 정권에 보내는 정치적 메시지일 것이다. 명료함을 특징으로 하는 법 용어를 고도의 중의적 언어로 포장할 만큼 정권과 총장의 대립은 첨예하다. 이 상황은 정치적 충돌을 넘어서 검찰제도에 대한 민주공화국 헌정 체제의 철학적·법적 원칙이 무엇인지를 묻고 있다.

◇핵심은 독립성과 중립성

현대의 검찰제도는 법치를 확립해 인권을 보호하고 정의를 실현하려는 자유민주주의의 고심의 산물이다. 19세기 초 프랑스의 형사소추법이 확립되면서 검찰제도는 확산하기 시작했다. 영국은 ‘사인소추제도’가 일찍 발전해 수사는 경찰이 하지만 기소하고 재판에서 다투는 일은 개인(당사자와 변호사)의 일이었던 반면, 일찍이 왕 밑에 검사를 둔 역사적 전통이 있는 프랑스에서는 프랑스혁명 이후 기소권을 검찰에 위임하는 ‘공공소추제도’를 확립시켰다. 이후 이 제도는 독일 등 유럽을 거쳐 전 세계의 보편적 제도로 굳어졌다. 검찰제도를 운용하는 나라들은 모두 법이 사회 운영의 기본 준거로 자리 잡기를 기대했고, 이 과정에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존엄한 존재로서 최대한의 평등한 자유와 안전이 보장돼야 한다는 정신을 바탕에 깔고 있다.

이를 위해 꼭 필요한 전제조건이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이다. 행정부에 귀속돼 있지만, 사법 기능을 하는 준사법기관으로서 검찰은 그 자체로 정치로부터 자유롭기 어려운 위치에 있다. 그래서 더더욱 정의로운 법 집행을 위해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이 강조된다. 각국의 검찰제도가 다양하지만,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이라는 원칙을 추구한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 이것이 훼손된다면 검찰은 언제든 국가폭력의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정치적 폭력의 수단이 되는 것을 숱한 독재정권 사례를 통해 역사는 충분히 보여줬다. 따라서 민주공화국이냐 아니냐를 가름하는 중요한 척도가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인 것이다.

◇한국 역사 속 검찰개혁의 과제

한국 검찰의 역사에서도 이는 마찬가지다. 1895년 전후의 갑오개혁 이후 최초로 자리 잡은 검찰제도는 이후 일제강점기와 대한민국의 역사를 거치면서 적어도 1987년 민주화가 될 때까지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에서 온전하지 못했다. 물론 검찰은 대한민국 법치국가로 자리 잡는 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그러나 이것이 검찰권의 행사가 정치적 통치권의 수단으로 변질됐던 흑역사를 덮지 못한다. ‘1987 체제’로 민주화가 확립된 이래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은 민주화의 가장 중요한 지표였다.

흥미롭게도 민주화 이후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이 강조될수록 검찰의 힘은 더욱 커졌다. 정치적 독립성은 ‘성역 없는 수사’라는 개념과 동의어로 치환됐고, 검찰은 정치권력을 맞상대할 수 있는 힘으로 조직화했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함께 가진 데다 최고의 엘리트 조직이라는 자긍심까지 덧붙여져 검찰은 무소불위 조직으로 부상했다. 검찰개혁이라는 의제는 여기에서 나오는 것이다. 너무 힘이 커져 국민 위에 군림할 우려가 있는 검찰 권력을 어떻게 견제할 것인가, 그리고 검찰권의 정치적 이용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이 두 가지가 검찰개혁의 변함 없는 과제다.

◇검찰개혁과 ‘산 권력’ 수사

민주화 이후 역대 정권에서 검찰은 권력에 대한 정치적 수사에서 유사한 패턴을 보여줬다. 정권 초기에는 통치권력이 정치적 목적을 깔고 제기하는 적폐 수사나 사정에 발맞춰 구정권에 대한 기획 수사에 집중한다. 권력의 힘이 빠지는 정권 중·후반기에는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벌여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의 지표로 삼고자 했다.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 대통령의 가족과 친척, 측근이 이 수사의 그물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 대한 보수정권과 진보정권의 반응에는 온도 차가 있었다. 보수 정권들은 대부분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면 ‘성역 없는 수사’를 표방하고 대체로 결과를 담담히 받아들였다. 반면에 진보정권에서는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주류·기득권세력의 ‘정권 흔들기’로 해석했다.

검찰개혁이란 말을 본격적으로 의제화한 것이 김대중 정권이었다. 이후 노무현 정권 초인 2003년 3월 ‘검사와의 대화’에서 “이쯤이면 막 나가자는 것”이라는 대통령의 발언 이후 검찰개혁이 제기된 것도 검찰이 진보정권에 반해 정치적으로 움직인다는 의구심에 바탕을 뒀다. 이 때문에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검찰개혁도 대승적 명분은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 확보였다. 검찰개혁에 보수와 진보의 인식이 다를 이유가 없다. 요컨대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을 확립하고 이 토대 위에 검찰권의 남용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들을 마련해 검찰이 국민의 인권과 안전을 지켜주는 조직으로 거듭나게 하는 것이 검찰개혁이다.

◇검찰개혁 거꾸로 하는 문 정권

이런 면에서 문재인 정부는 검찰개혁의 역사를 거꾸로 쓰고 있다. 검찰개혁이라 쓰고 검찰 장악이라 읽는다. 민주화 이후 어느 정부도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에 노골적으로 반발해 검찰총장을 몰아내려는 정권은 없었다. 정권 초기에 적폐청산에 부응해 전 정권과 전전 정권을 탈탈 털다시피 할 때는 ‘최고의 검사’로 치켜세우더니 수사의 칼날이 정권의 핵심으로 향하자 ‘정치검사’로 낙인찍는다. 이런 표변 하나로도 검찰개혁은 개혁의 가장 중요한 명분인 정당성을 잃었다. 총선 이후 진행되는 윤석열 몰아내기가 권력형 비리 수사를 막기 위한 기도라는 비판에서 과연 자유로울 수 있는가. 그때그때 달라지는 위선적 태도와 검찰개혁은 어울릴 수 없다. 정의는 보편성을 확보할 때 비로소 실현되는 미덕이다.

검찰개혁은 당연히 제도와 관습을 겨냥해야지 사람을 겨냥해서는 안 된다. 정권에 고분고분하지 않은 검찰 수장을 무력화시키고 쫓아내려는 시도, 검찰 내부를 정권 편과 검찰총장 편으로 갈라치는 기도, 검찰총장을 법무부 장관의 일개 부하로 다루려는 기도 등이 모두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에 반하는 행위들이다. 현 총장을 퇴출하거나 식물 총장으로 만들어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막는다면 문재인 정부는 검찰개혁에 역행한 반민주 정부로 기록될 것이다.

동아대 교수·전 국회 사무총장


■ 세줄 요약

검찰개혁의 핵심 : 행정부에 귀속돼 있지만 사법 기능을 하는 준사법기관인 검찰은 정치로부터 자유롭기 어려운 위치에 있음. 그러므로 정의로운 법 집행을 위해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이 절실함. 이것이 훼손되면 검찰은 국가폭력의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음.

검찰개혁의 과제 : ‘1987 체제’로 민주화가 확립된 이래 검찰의 정치 중립과 독립은 민주화의 가장 중요한 지표였음. 이 토대 위에 검찰권의 남용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국민의 인권과 안전을 지켜주는 조직으로 거듭나게 하는 것이 검찰개혁 본질임.

거꾸로 가는 文 정권 : 문재인 정부는 ‘검찰개혁’이라 쓰고 ‘검찰 장악’으로 읽고 있음. 이는 개혁의 가장 중요한 명분인 정당성을 잃게 함. 검찰총장을 퇴출하거나 식물 총장화해 권력에 대한 수사를 막으면 문 정권은 검찰개혁에 역행한 반민주 정부로 기록될 것.

■ 용어 설명

‘형성적 처분’이란 별도 조치 없이 그 자체로 법률관계의 발생·변경·소멸 등 법적 효력이 발생하는 처분을 말함.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에 대해 대검은 ‘형성적 처분’이란 표현으로 사실상 수용함.

‘검사와의 대화’는 노무현 정부 출범 직후인 2003년 3월 9일 강금실 법무부 장관의 인사안에 검찰이 반발하면서 전국의 검찰청에서 검사회의가 이어지자 이를 잠재우려고 마련한 노 대통령과 평검사와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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