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찬영의 생각을 부르는 뇌과학>‘회복탄력성’ 낮아도 신경활성 조절하면 ‘우울증 예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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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등이 신경활성 유발
케타민類 물질 등 효능 보고돼
장기간의 커피 섭취도 효과적
젊은층은 고에너지 공급 유리

하늘이 두 쪽 날 큰일을 겪고서도 꿋꿋하게 잘 헤쳐 나가는 사람이 있고 인생을 살아가며 겪는 다양한 스트레스에 취약해 정신적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도 있다. 심리적 역경이 닥쳤을 때 이를 잘 극복하고 일상에 복귀할 수 있는 능력을 회복탄력성(적응유연성·resilience)이라고 한다. 이는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등의 발생과 병리 과정에 중요한 요소다.

최근 양전자방출단층촬영술 연구에 의하면 뇌 중의 타우단백질 침착과도 관련을 보여 알츠하이머 및 노화 관련 인지기능 저하에도 역할을 할 가능성이 보고되고 있다. 나의 회복탄력성지수(KRQ-53)를 측정해보는 질문 항목을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으니 궁금한 분은 확인해 봐도 좋겠다.

회복탄력성은 단순히 마인드 컨트롤이나 불안해하거나 화내지 않는 훈련을 통해 조절할 수 있는 개인의 심리적인 성격을 말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후성)유전학적 요소를 비롯한 다양한 조절 인자가 관여하는 복잡한 신경생물학적 기전이라는 점에서 과학적·의학적 중요성을 지닌다. 특정 유전자의 발현 조절 혹은 약물 처리를 통해 우울증 조절에 관여하는 신경계 변동을 유발하고 회복탄력성을 조절할 수 있다는 동물 연구 결과가 제시되고 있는 것 등이 그 예라 할 수 있다.

어린 시절의 무관심과 학대, 사회적 스트레스, 경제적 빈곤 등 다양한 스트레스 인자는 스테로이드 호르몬 및 염증 인자 증가, 뇌혈관관문 파괴에 의한 뇌염증 가능성 증가, 신경전달 이상, 뇌가소성 이상 등을 유발해 정신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데 민감한 동물이나 사람에게서 이것이 더욱 크게 나타난다. 회복탄력성이 높은 동물이나 사람에게서는 그 변화가 미미하게 나타난다.

스트레스는 복측피개영역(Ventral Tegmental Area·VTA) 신경의 활발한 활성을 유발하는데 우울증에서 나타나는 보상 동기의 상실과 관계있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흥미롭게도 회복탄력성이 높은 실험동물은 다른 쥐의 공격 등 사회적 스트레스를 받은 후에도 이 부위의 활성이 지속적으로 낮은 상태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회복탄력성이 낮은 사람은 스트레스에 의해 뇌 편도체의 활성이 더 높다. 전두-두정엽 네트워크 활용을 통해 편도체 등의 감정 영역을 이성적으로 잘 조절하는 사람은 우울·불안 등 정신과적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낮을 가능성이 확인된 바 있다. 이런 사실을 감안하면 신경 활성을 조절함으로써 우울증 발생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사람에게 우울증 예방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최근 기존 약물에 반응하지 않은 우울증 환자에게 치료 효과가 증명된 ‘케타민’류의 물질은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 증상 발현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음이 보고된 바 있다. 일부 세로토닌 조절 물질, 내재성 칸나비노이드 시스템 조절, 칼륨채널 확장제 등이 정신적 트라우마 혹은 우울증 유발 스트레스에 대한 민감도를 조절할 가능성도 제시됐다.

커피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희소식인데 장기간의 커피 섭취가 회복탄력성을 높일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성인기의 비만은 우울 및 불안에 대한 회복탄력성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며, 젊은 층에 고에너지를 공급하면 회복탄력성 증진에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제시된 바 있다. 흥미롭게도 음식 섭취를 늘리는 ‘오렉신’이라는 물질이 결합하는 수용체를 활성화시키면 동물의 회복탄력성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잘 먹어야 스트레스에도 잘 견디는 셈이다.

사회적 가해와 피해, 비난과 응원에 대한 고민이 많은 요즈음이다. 우리는 수많은 고난과 역경을 거쳐 오면서도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는 뿌리 깊은 회복탄력성을 지닌 민족이다. 우리 사회의 회복탄력성을 끌어올려 정신적 문제를 ‘예방’할 수 있는 약이 무엇인지 고민할 때다. 확실한 고백과 사죄, 그리고 용서가 분명히 처방 목록에 들어 있을 것으로 믿는다.

건국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