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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주철환의 음악동네 게재 일자 : 2020년 07월 27일(月)
아름다운 여름날의 ‘J에게’… 36년전 첫 무대를 추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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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희 ‘J에게’

‘아름다운 도시 파리/ 전능한 신의 시대/ 때는 1482년/ 욕망과 사랑의 이야기’(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중). ‘대성당들의 시대’에 빗대자면 음악동네엔 ‘대학생들의 시대’가 있었다. 1980∼1990년대 MBC에는 대학생들만 참가할 수 있는 음악무대가 두 개 있었다. ‘강변가요제’는 한여름 강변(춘천)에서 대낮에 열렸다. ‘대학가요제’는 늦가을 저녁 캠퍼스가 아닌 체육관(정동, 잠실)에서 진행됐다.

‘가수 되려면 일단 대학부터 가라’는 말은 농담이 아니었다. 노래만 잘하면 됐지 학생증이 왜 필요해? 만약에 지금 음악경연에서 재학증명서를 요구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시행착오가 아니라 시대착오라는 항의로 댓글 창이 마비될 거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당시의 기획안을 차분히 들여다보자. 기존가요의 사랑과 이별타령 공식에 살짝 제동을 걸고 싶었던 의도가 읽힌다. (하기야 대학문화를 소리 나는 대로 적으면 대항문화가 되지 않던가).

오디션 프로에선 가창자의 곡 해석능력과 표현력이 관건이다. 거기에 비주얼과 스토리가 얹히면 금상첨화다. 단정한 외모의 효자 임영웅도 귀에 익은 기성가요를 곡진하게 불러서 팬들을 매료시켰다. ‘대학가요제’를 시작할 때만 해도 창작곡, 기성곡 제한이 없었다. 혜은이의 ‘당신은 모르실 거야’로 출전한 팀은 은상을 받기도 했다. 외국곡도 두 곡(‘제비’ ‘나의 어머니’)이나 실황음반에 담겼다. 하지만 폭발적 반응에 고무된 제작진은 2회부터 미발표된 곡으로 참가자격을 제한했다.

▲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노래채집가
가요제에선 스타도 탄생하고 명곡도 태어난다. 하지만 대성당들의 시대가 무너지듯 가요제의 시대도 차츰 저물어갔다. 이유가 뭘까. 기성가수에 신곡, 혹은 무명가수에 기성곡이 아니라 무명대학생에 창작곡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까다로웠다. 1분만 들어도 가창의 수준은 안다. 하지만 노래 자체가 심금을 울리지 않으면 상을 받기 어려운 게 가요제다. 생전 처음 듣는데도 확 가슴에 안기는 노래, 거기에 범상치 않은 노래 실력까지 받쳐준다면야 대상을 못 타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

때는 1984년. 갓 스무 살의 파마머리 숙녀가 입대를 앞둔 서클 선배와 ‘강변가요제’ 무대에 오른다. 팀 명은 동아리 이름을 딴 4막5장. 강렬한 비주얼, 폭발적인 성량으로 그는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매년 자료화면 사용료로 MBC 수익창출에 일익을 담당한다. ‘J 아름다운 여름날이 멀리 사라졌다 해도/ J 나의 사랑은 아직도 변함없는데/ J 난 너를 못 잊어/ J 난 너를 사랑해’. ‘J에게’는 기승전결이 깔끔한 노래다. 잔잔하게 시작해서 점점 달아오르다가 서서히 하강한다.

누구에게나 여름날이 있고 어떤 인생에도 자신만의 J가 있다. 수줍은 청춘은 ‘J야’라고 당당히 부르지 못하고 ‘J에게’라고 마음의 편지를 띄운다. 그날 그 무대에는 노래로 편지를 쓴 젊은이가 또 있었다. ‘흔들리는 호롱불/ 그리운 얼굴 되어/ 흐르는 달빛 따라/ 내 마음속에 머무네’(‘길 잃은 친구에게’ 중). 4인조 통기타밴드 덧마루는 이 노래로 장려상을 받았다. 그중엔 이선희와 동갑인 한석규(1964년생)도 있었다. 그는 ‘낭만닥터 김사부’(SBS)의 옷을 입고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이기려고 메스 들어요?” 이기려고 노래하고 이기려고 연기했다면 36년 동안 우리와 함께하긴 어려웠을 거다.

그들이 처음 무대에 섰던 7월 29일을 이선희의 팬들은 ‘J데이’라고 부른다. ‘아 옛날이여/ 지난 시절 다시 올 수 없나 그날’. 그래서 서운하다면 그해(1984년) ‘대학가요제’ 대상곡 가사로 답을 보낸다. ‘밤하늘 별을 세던/ 그 시절 가버렸어도/ 아직도 지워지지 않는 너/ 너는 아직 나의 꿈이야’ (이유진 ‘눈물 한 방울로 사랑은 시작되고’ 중).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노래채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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