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깔따구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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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규 논설위원

깔따구 애벌레가 나오는 수돗물 사태와 관련, 25일 국무총리가 국민에게 사과했다. 하지만 수돗물 포비아(공포)는 쉬 가시지 않고 있다. 지난 9일 깔따구 유충이 인천 서구의 한 빌라 수돗물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전국적으로 수백 건이 신고되자 환경부가 나섰다. 15∼17일 전국의 활성탄 여과지(활성탄 정수 설비) 49개 정수장을 점검했더니, 인천·경기·경남·울산 등 7곳에서 깔따구 유충이 나왔다. 그 정체는 안개무늬날개깔따구와 등깔따구 유충.

일부 지역에선 새끼 농어를 깔따구라고 하지만, ‘진짜 깔따구’는 따로 있다. 곤충강 파리목 깔따굿과의 날벌레다. 모기 비슷하게 생겼으나 주둥이가 퇴화해 사람 피를 빨지는 않는다. 그 대신 일생 짝짓기 비행에 올인한다. 여름철 해 질 무렵이면 강이나 저수지 근처에서 수천수만 마리가 이루는 ‘모기기둥(蚊柱)’은 징그럽다 못해 공포스럽다. 이 군비(群飛·swarming)가 끝나면 깔따구들은 고향 물가에서 죽음을 맞는다, 산란 마친 연어들처럼. 하루에서 일주일 정도 살다 가는 깔따구 암컷 한 놈이 낳는 알은 수백 개. 문제는, 깔따구를 항원으로 한 알레르기성 비염이나 ‘깔따구천식’이다. 한꺼번에 번식한 깔따구들의 짝짓기·알낳이와 사후 사체 풍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 입자가 그 원인으로 지목된다.

부화한 깔따구 애벌레의 이름은 모기의 유충과 같은 장구벌레다. 4급수로 아주 탁한 물속이나 모래·뻘 속에 살면서 수중 유기물을 먹고 자란다. 그의 생애는 3주일쯤으로, 어미아비보다 3∼20배 이상 길다. 깔따구 유생인 키로노무스는 몸길이가 1㎝쯤이며, 몸빛은 아주 붉다. 더러운 물이나 수챗구멍 등에 살기에, 귀한 산소를 많이 붙잡아 두기 위해 헤모글로빈 비슷한 호흡색소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블러드 웜(blood worms)’이란 영어 이름이 잘 말해준다. 일본인들은 쉬지 않고 몸을 꿈틀(ゆすり)거리는 이놈 행동을 이름에 담아 어른 깔따구를 ‘유스리카(ユスリカ)’라고 한다.

휴가철이지만 코로나19 때문에 ‘방 콕’해야 하는 서민들은 깔따구 공포에 주택 세금·전세금 인상 폭탄까지 떨어지니 죽을 지경이다. 여름 뒤끝에 날아들 냉방 전기료 고지서가 시한폭탄 같아 에어컨 켜기도 겁난다. 장마철에 수돗물 샤워조차 두려운 ‘가붕개’들이 신발을 벗어 던져 분풀이라도 하고 싶다고 하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