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추천인사 모두 승진 안돼… 추미애 이번에도 ‘인사 전횡’

법조계 인사내용 비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두 번째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서도 윤석열 검찰총장 의견을 형식적으로만 듣고 사실상 전권을 쥔 인사를 단행하면서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는 잘못된 선례를 남기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검찰의 독립적이고 소신 있는 수사를 위해 총장 의견을 반영하도록 한 검찰청법이 노무현 정부에서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에서 임명한 법무부 장관이 ‘정치적 인사’ 단행으로 취지를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런 인사는 없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7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 오후 3시 대검찰청에서 검찰인사위원회가 열리기 전까지 추 장관과 윤 총장의 회동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인사위 이틀 전 법무부 실무진이 대검에 찾아와 추천 의견을 받아간 것이 유일했다. 특히 추 장관은 윤 총장에게 검사장 승진 후보만 추천받고 보직 인사에 대한 의견을 묻지 않아 위법적인 의견 수렴 절차를 다시 한 번 강행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윤 총장이 추천한 인사들은 한 명도 검사장을 승진시키지 않았다. 추 장관이 지난 1월 첫 검찰 인사에서 윤 총장의 의견을 듣지 않고 인사를 강행한 데 이어 이번 인사에서도 형식적인 요식행위로만 의견을 받아 검찰 내부에서는 검찰청법에 명시된 ‘인사 협의’라고 할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법무부 장관이 검찰 인사에서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도록 법제화(검찰청법 제34조 1항)한 것은 과거 검사 인사가 사실상 청와대와 법무부 주도하에 이뤄지면서 검사들이 정치권의 눈치를 보는 등 독립적인 수사가 어려웠던 여건을 고려한 결과였다. 해당 법 조항은 노무현 정부에서 강금실 법무부 장관이 관례와 달리 송광수 검찰총장과 의견 조율 없이 인사를 내려다 내부 반발로 뜻을 접었던 사건을 발단으로 2004년 1월 만들어졌다. 초안 문구는 ‘협의를 해’였지만 이후 ‘의견을 들어’로 바뀌는 과정을 거쳤다.

당시 송 총장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 인사 협의를 법률로 명문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법무부에 법 개정을 건의했다. 이어 “인사에서 불리하다고 생각하면 (검사들이) 소신 있게 수사를 못한다”며 “검찰 수사의 중립성과 독립성은 의지도 중요하지만 인사의 객관화와 공정화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 진보 정권에서 해당 법 조항이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가 이를 거스르면서 ‘자가당착’에 빠졌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은지 기자 eu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