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시민들 “테러리스트는 정부” 시위… 정권 붕괴 오나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시위대, 무장경찰과 대치 지난 4일 대규모 폭발 참사가 일어난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6일 시위대가 무장 경찰들과 대치한 상황에서 ‘정부는 퇴진하라’ 등 반정부 구호를 외치고 있다. EPA 연합뉴스

경제위기로 쌓여있던 불만
폭발 참사로 거세게 번져
주먹 치켜들며 “혁명” 외쳐
마크롱 “국제사회서 조사”

지난 4일 발생한 레바논 베이루트의 대형 폭발 사고가 경제위기 속에 불만이 쌓여가던 레바논 시민들의 반정부 시위 도화선이 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6일 방문을 계기로 대규모 시위까지 벌어진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과 ‘정권 붕괴’ 가능성까지 우려된다.

중동 전문 매체 미들이스트아이(MEE)와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이날 마크롱 대통령이 폭발 피해가 심각한 제마이제 지역을 방문했을 때 잔해 수습 작업을 하던 자원봉사자들을 포함한 수백여 명이 정권 퇴진을 촉구했다. 시위대는 주먹을 치켜들고 ‘혁명’이란 구호를 외치며 “국민은 정부의 퇴진을 원한다”고 외쳤다. 한 참가자는 ‘테러리스트는 바로 레바논 정부’라고 적힌 종이를 들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이들은 이번 참사 원인을 현 정부의 태만·과실로 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레바논에서는 폭발 다음 날인 5일 오전부터 소셜미디어 트위터 등으로 “교수형에 처하자”는 뜻의 아랍어 해시태그가 급속도로 퍼져나가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도 “프랑스의 원조가 부패한 이들의 손에 가진 않을 것이며, 새로운 정치 협약을 요청하기 위해 모든 정치 세력과 대화할 것”이라면서 이번 참사에 대한 국제사회의 조사를 주장했다. 이날 현재 폭발 사고에 따른 사망자는 157명으로 늘었고, 부상자는 5000여 명에 달한다.

이번 참사는 경제위기를 해결하지 못하는 정부에 대한 불만이 터지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 장기간 정국 혼란을 겪은 레바논에서는 올해 1월 하산 디아브 총리가 이끄는 새 내각이 출범했지만, 경제 회복과 개혁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임 사드 하리리 총리도 애플리케이션(앱) ‘와츠앱’ 이용자에게 “20센트(약 230원)를 이용료 명목으로 과세하겠다”고 발표했다가 거센 저항에 사임한 바 있다. 트레이시 샤문 주요르단 레바논 대사가 이날 사임을 표명하는 등 정부 내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샤문 대사는 이날 한 언론 인터뷰에서 사임을 발표하면서 “레바논 고위 관료들은 모두 집으로 가야 한다”고 비판했다. 샤문 대사는 레니 샤문 전 국가자유당 당수의 딸로, 이번 사임이 정치개혁과 정계개편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원내에 진입한 무슬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향후 행보도 주목되는 가운데, 헤즈볼라가 과거에 영국 런던과 키프로스 등에서 이번 참사의 원인 물질인 질산암모늄을 각각 3t과 8t가량 보유하고 있었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헤즈볼라 연루 의혹도 아직 말끔히 가시지 않은 상태다.

여기에 부상자 구호에 의료인력이 집중 투입되면서 코로나19 재확산 우려도 커지고 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