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의대 증원과 의료 불균형의 바른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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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철 서울대병원 교수 서울대 공공보건의료사업단장

의료에 있어 인적자원, 특히 의사 인력은 적정한 의료 서비스의 제공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유례 없는 고령화 속도를 감당해야 하는 우리 사회에서 미래의 의료 수요를 고려한 의사 인력의 추계는 매우 필요하다. 2020년 현재 65세 이상의 고령인구가 차지하는 인구 구성비는 약 15%인데, 2030년에 이르면 25%에 이를 전망이다. 베이비붐 세대가 고령화되면서 매년 1%씩 65세 이상의 고령인구 구성비가 높아지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고령인구는 당뇨병, 고혈압, 심장질환, 만성폐쇄성호흡기질환, 암과 같은 만성질환뿐 아니라,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신경퇴행성질환을 많이 가진 인구 집단이다. 따라서 고령인구가 크게 증가한다는 것은 의료 수요가 급속도로 커짐을 의미한다. 이에 잘 대비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는 감당 못 할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수 있다. 따라서 미래의 의료 수요에 대비할 수 있는 필요한 인력을 추계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전략을 잘 준비해야 한다.

현재 OECD 회원국을 보면 1000명당 평균 의사 수는 3.5명인데 우리나라는 2.4명에 불과하다. OECD 꼴찌 수준이다. 그것도 한의사 수를 합쳐서 그렇다. 이러한 수치를 보면 적어도 의사 수가 많다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더욱이 앞으로 늘어날 의료 수요를 고려하면 의사 인력을 늘리는 게 옳을 것이다. 한편, 2020년 현재 국내 의사 수가 부족하지 않다고 가정하고 통계청의 인구 변화를 기반으로 미래의 의료 수요를 예측해 보면 15년 뒤인 2035년에는 약 1만816명이 부족하다. 의대 입학정원을 500명 증원한다고 해도 2035년에 부족한 의사 인원은 7723명에 이른다.

그런데 의사 인원 자체가 부족한 것도 문제지만, 지역별로 과부족의 문제가 크게 차이 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의사 인력을 지역별로 분석해 보면 충청남북도와 경북, 전남, 제주도는 의사 인력이 크게 부족하지만, 서울·부산·대구·광주·대전 등 대도시에서는 의사 인력의 과잉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결국, 의사 인력 수급의 문제는 지역 간 의료 불균형과 그 기저에 있는 의료 체계의 문제와 떨어질 수 없다. 의사 인력의 교육 및 수련 제도를 어떻게 만들어 갈지도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분명한 점은, 현재와 같이 의료전달 체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고 지역사회에서 1차 의료가 제 역할을 못 하게 되면 의사 인력의 지역 간 불균등 분포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교육 및 수련에 있어서도 세부 전문과목을 중심으로 하는 의사 인력 양성 체계를 1차 의료와 필수 의료 중심의 수련으로 바꿔 나가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의료 불균형의 문제와 필수 의료의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의사 인력이 부족한 지역에서 의사 인력을 더 많이 양성하는 것만으로 의사 인력 부족 현상을 해결할 수 있을까? 이러한 방안들은 필요한 정책이긴 해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충분한 정책은 아니다. 이들 지역에 대도시와 견주어 뒤떨어지지 않는 수준의 의료를 행할 수 있는 의료 체계가 있고 이에 대한 보상을 적절히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고는 문제 해결이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발전된 지역 의료 체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공공병원의 공급 확대도 필요하지만, 교육과 수련 과정을 마치고 배출되는 의사들이 지역사회에서 헌신하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혁신적인 제도 개선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