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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우석의 푸드로지 게재 일자 : 2020년 08월 13일(木)
시원한 배추전…고소한 육전…대표선수 파전… 뜨거울때 煎해야 ‘제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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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원동 ‘나들목 빈대떡’ 집의 모둠전.

■ 전국 유명한 전집을 찾아서

비가 오거나 놀러 가서 생각나는 음식, 전(煎). 전은 한국의 대표적 요리 중 하나다. 격식 있는 어느 상에도 빠뜨릴 수 없는 것이 전이다. 전국 어느 지역에서나 공통되는 몇 안 되는 잔치, 명절요리로 당당히 이름을 올린다. 밀가루와 기름이 귀하던 시절 고급요리였던 전은 이제 상식하는 반찬 및 안줏거리가 됐다. 외국에서도 인기 있는 한식요리로 영어권에선 어소티드 코리안 팬케이크(Assorted Korean Pancake), 일본에선 아예 강원권과 영남권 방언인 지지미(チジミ)로 부른다. 전유어(煎油魚), 전유화(煎油花), 저냐 등으로 불리는 전은 이름에 조리법(지지다·煎)까지 포괄적으로 담고 있다. 기름을 두른 번철에 식재료를 넣어 지져낸(부쳐낸) 음식 종류를 총칭한다. 기름진 음식이 생각나는 장마철과 놀러 가서 번철 펴기 좋은 휴가철, 전국 유명한 전집 소개로 전 한 판을 들들 부쳐봤다. 마침 요즘 대파도 좋고 배추도 애호박도 맛이 들었다.



◇‘토박이 명소’ 나들목 빈대떡

서울 변두리 주택가였던 망원동이 핫한 ‘망리단길’이 됐다. 그 중심에는 여러 유명 가게가 있지만 일명 ‘망원동 전집’도 한 자리를 차지한다. 그냥 막무가내로 망원동 전집 하면 모른다. 하지만 토박이들은 잘 안다. 이름은 ‘나들목 빈대떡’이다. 원래 한 동네에 오랫동안 살아온 이들은 상호로 잘 안 부른다. 커다란 번철을 놓고 주문을 받으면 수시로 부쳐낸다. 빈대떡이며 김치전, 돈저냐(동그랑땡) 등 안줏거리로 딱인 것들을 당장 부쳐준다.

모둠전을 주문하면 동태전, 고추전, 깻잎전, 부추전, 애호박전, 돈저냐 등을 한가득 내준다. 분홍색 옛날 소시지전도 판다. 젊은 층은 “그게 뭔 맛이냐”고 할지 모르지만 중장년들은 좋아한다. 예전에는 꽤 귀한 도시락 반찬이었다. 그걸 접시째 내준다. 덕분에 소주 한 잔 털어 넣고 추억 한입 베어 문다. 해물이 가득한 해물파전도 잘 나간다. 향긋한 쪽파 사이에 오징어와 조개가 푸짐하게 들어 든든하다. 값도 헐하다. 두부부침은 4000원부터 시작한다. 코다리찜, 오징어초무침 등 안줏거리도 많다. 국물 삼아 먹는 라면도 추가 술 한 병을 부른다. 서울 마포구 동교로 33. 모둠전 1만7000원, 소시지전 6000원.


◇‘식기 전에 언능 드씨요’ 육전명가 육전

원래 전은 관혼상제의 상차림에 쓰일 만큼 귀한 음식이다. 이 중 가장 사치스러운 전은 광주에 가면 맛볼 수 있다. 광주광역시의 명물 중 하나가 소고기전, 즉 육전(肉煎)이다. 식재료도 그렇고 조리도 굉장히 호사스럽다. 요리를 주문하면 한복을 입은 직원이 쿠커를 들고 들어와 테이블 옆에서 직접 일일이 계란옷을 입혀 육전을 부친 뒤 젓가락으로 개인 접시에 덜어준다. 식도락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의 주인공 고로 씨가 봤으면 혼잣말을 열 번이라도 되뇌었을 방식이다.

상무지구 ‘육전명가’는 육전 전문식당이다. 그렇다고 꼭 고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키조개 관자, 낙지, 홍어, 맛조개 등을 낸다. 광주 서구 상무자유로 174. 육전 2만7000원, 홍어전 2만6000원.


◇‘광주에만 있는 게 아이라카대’ 진주육전 하연옥

기생집으로 대변되는 조선 외식문화의 중심지 진주. 냉면과 비빔밥 등 음식문화가 발달했다. 진주냉면에 꼭 들어가는 것이 바로 육전이다. 전을 부쳐 국물에 넣는 것은 원래 전 자체가 다른 음식의 중요 식재료가 되기 때문인데, 여기선 시원한 냉면 고명으로 올린다는 점이 다르다. 수육보다 손이 많이 가는데 이는 한양이나 개성처럼 권력형 외식문화였던 까닭이다. 진주냉면 명가로 꼽히는 ‘하연옥’, 이곳에서 냉면에 육전 한 접시는 하나의 세트처럼 인식된다. 소고기 육전은 진한 육향을 잃지 않도록 빈틈없이 노릇한 계란옷을 차려입고 접시 위에서 기다린다. 뜨거운 육전 한 점은 시원한 냉면 국물과도 잘 어울린다. 경남 진주시 진주대로 1317-20. 한우육전 1만9500원.


◇‘동부부침 들어봤슈?’ 동부콩 빈대떡

충주 땅에서는 보기 드문 평양냉면집이 있다. 시내 중앙시장 인근 ‘삼정면옥’은 슴슴하면서 구수한 국물에 메밀향 진한 국수를 말아내는 집으로 유명하다. 40년 넘게 영업해온 ‘노포’다. 쇠고기를 삶아 뭉텅뭉텅 썰고, 중국식 냉채처럼 채소와 겨자 양념에 무쳐내는 수육도 맛이 좋다.

근데 이 집 별미는 따로 있다. 동부부침. 동부콩을 갈아 반죽한 후 번철에 지져낸 빈대떡 방식인데 녹두와 또 다르다. 밀가루가 아닌 단백질을 많이 함유한 콩으로 부쳐낸 전이라 처음 베어 물면 바삭한 것이 꼭 고기 파이처럼 느껴진다. 비계 기름을 두르고 부쳤으려나, 속에는 푸성귀만 들었는데 입에 넣으면 고소한 단백질 맛이 한가득 퍼진다. 충북 충주시 관아3길 21. 동부부침 4000원.


◇‘명태전의 신개념’ 부림시장 명태전

우리가 아는 명태전은 명태살을 발라 한입 크기로 부쳐낸 것이다. 가시가 있고 없고, 밑간을 하고 안 하고 정도의 차이지 어딜 가나 대부분 그렇다. 하지만 창원 마산부림시장 앞 명태전은 개념이 다르다. 명태 한 마리를 펴서 통째로 부쳐내는 방식이다. 기름을 두른 번철 위에 명태를 반으로 갈라 펴고 밀가루 풀과 매운 고추, 방아풀(배초향), 부추 등으로 양념을 바르듯 옷을 입힌다. 껍질까지 바삭하게 익으면 다시 뒤집어 지져내는데 이 맛이 별미다. 익은 명태전을 먹기 편한 크기로 잘라서 내주면 한입에 쏙 넣고 우물우물 씹기만 하면 된다. 매콤한 양념이 바삭하고 부드러운 명태살과 잘 어우러진다. 몸통부터 꼬리까지 각각 다른 맛을 낸다. 6·25떡볶이 옆에 있다.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3·15대로 352. 명태전 1만 원.


◇‘몇 번 먹어봐야 아는 맛’ 대구 방천찌짐 배추전

지역 출신이 아니면 잘 모르는 맛의 세계. 바로 배추전이다. 배추 이파리를 펴서 번철에 얹고 묽은 반죽을 부어 지져내는 배추전. 경상북도와 강원권에서 주로 먹는 전이다. 재료라고는 달랑 배추 한 잎과 멀건 밀가루 풀뿐이다. 이 맛을 두고 수도권이나 호남에선 ‘아무 맛도 나지 않는다’고 한다. 사실 영남에서도 처음 먹으면 뭔가 빠진 섭섭한 맛으로 느낀다. 하지만 배추전은 그 무미(無味)로 먹는 음식이다. 나이가 들고 자주 접하다 보면 배추의 달달하고 시원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대구 김광석길로 유명한 방천시장에 조그마한 전집이 하나 있다. 이름하여 ‘방천찌짐’. 찌짐(전)을 주로 파는 막걸리집이다. 이 집에서 정통 대구식 배추전과 부추전을 판다. 물론 해물파전과 동태전도 있다. 반들반들한 번철에 기름을 두르고 배추전을 즉석에서 부쳐낸다. 부드럽고 시원한 맛의 배추전에 참기름향 고소한 양념장을 찍어 먹으면 그 맛이 기막히다. 정구지라 부르는 부추전도 밀가루는 거의 없다. 대구 중구 달구벌대로446길 3. 배추전·부추전 각 3500원.


◇‘고기를 사랑한 파전’ 부민옥 파전

전과 어울리는 재료 중 파(蔥)가 있다. 쪽파든 대파든 상관없다. 기름기의 느끼함을 없애주기 때문이다. 유명한 동래파전 역시 파에 찹쌀가루 반죽을 뿌려 익힌다. 파전 하면 보통 해물전이다. 대부분 ‘해물파전’이란 이름으로 판다. 오징어와 조개 등 해물과 파의 궁합도 좋다.

▲  이우석 놀고먹기연구소장
많은 한식 메뉴를 파는 ‘부민옥’의 경우 파전에 큼지막한 대파와 고기가 들어 있다. 육전이라 해도 될 만큼 소고기를 많이 다져 넣었다. 어떨 때는 대파와 소고기가 상당히 떨어져 있어 파전과 육전을 반반씩 시킨 것처럼 즐길 수 있다. 해물은 없지만 대파가 고기와 기름 맛을 향기로 보(補)한다.

혹자는 부민옥 파전을 ‘숨은 메뉴’라 하는데 아무도 숨긴 적은 없다. 메뉴에도 당당하게 적혀 있다. 메뉴 중에는 모둠전도 있다. 이것 역시 숨은 적은 없다. 서울 중구 다동길 24-12. 모둠전·파전 각 2만3000원.

놀고먹기연구소장


■ 煎의 변신

민어·처녑·스팸·고수·방아풀… 재료따라 식감도 제각각


정말이지 전의 세계는 놀랍다. 안 쓰는 식재료가 없다. 전 중 제일이라는 민어부터 각종 해산물에 소고기, 간, 처녑 등 내장에다 스팸, 소시지, 참치 통조림까지 모든 식재료로 전을 만들 수 있다. 고수나 방아풀로 전을 부치는 경우도 있다. 전주에는 도토리를 갈아 부친 전을 파는 곳(전주 덕진구 ‘아중도토리묵촌’)도 있다.

일반적으로 분류되는 감자전도 감자만 갈아서 쓰는 집, 밀가루를 섞는 집, 감자채를 썰어 다시 부치는 집 등이 있어 다양하게 맛볼 수 있다. 특히 얇게 채를 썰어 부치면 바삭함이 더하다. 섬유처럼 서로 얽힌 감자전에 기름과 불기운이 고루 스며 식감이 뛰어나다. 좀 더 바삭한 맛을 강조한 뢰스티(rosti·스위스 요리)라 생각하면 된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 ‘차림’에서 이 같은 감자전을 맛볼 수 있다.

전(煎)은 부치는 것이고 ‘떡’을 뜻하는 병(餠)은 찌는 것이니 전병(煎餠)은 ‘부친 떡’이 된다. 보통 안에 김치나 팥 등 소를 넣는 경우가 많다. 예외로 일본의 센베(煎餠)는 같은 한자를 쓰지만 구운 과자다. 빈대떡(貧者餠)은 이름에 떡이 들어가지만 조리법상 ‘전’의 범주에 든다. 진달래 등 꽃을 올리고 지지는 화전(花煎)은 모양새는 떡과 비슷하지만 기름에 지져 구우니 역시 전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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