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국정원 위임통치 표현은 무리한 분석”

“北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
박지원 쇼맨십 성향 여파”
“의도적 北 흔들기”분석도

국가정보원이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위임통치’라는 신조어를 동원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최근 국정 운영 방식에 대한 분석을 내놓은 것은 정치인 출신인 박지원 국정원장의 개인 성향에서 비롯됐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북 정보력 과시로 남북관계에 묵묵부답인 북한을 자극하려는 국정원의 의도적 포석일 수 있다는 시각도 있었다.

21일 대다수의 북한 전문가는 전날 박 원장이 국회 정보위 비공개 업무보고에서 “김 위원장이 여전히 절대권력을 행사하지만, 과거에 비해 조금씩 권한을 이양했다”며 ‘위임통치’라고 표현한 것과 관련해 대체로 무리한 분석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은 “위임통치란 북한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너무 벗어난 분석이다 보니 의미를 부여할 정도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 역시 “선대의 뜻을 받들어 통치하는 ‘유훈통치’라는 말에서 힌트를 얻어 만든 표현 같은데 위임정치가 더 적합한 표현으로 보인다”고 했다.

국정원이 이처럼 논란을 부르는 표현을 쓴 배경에는 오랜 정치인 생활로 ‘쇼맨십’에 익숙한 박 원장의 성향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은 “국정원장이라면 보수주의적 시각에서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하는데 평소 정치인으로서 언론에 개인적인 해석을 담은 분석으로 주목받아온 성향을 버리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는 “북한이 남측을 무시하기 때문에 국정원이 북한을 움직이려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영주·정철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