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공익신고자를 범죄자 내모는 文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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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재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법학

#1. 체육 시간에 교실에 둔 학급비가 없어지고, 이 사실을 알게 된 담임교사가 학생들에게 눈을 감으라고 한 다음 학급비를 가져간 학생이 있다면 조용히 손을 들고 반성하면 크게 야단치지 않겠다고 한다. 그러나 아무도 손을 들지 않는다. 학급비는 봉사활동 때 쓰기 위해 학생들이 조금씩 모은 것이었다.

#2. 다음날 한 학생이 담임에게 학급비를 가져가는 학생을 직접 본 사실을 알린다. 그러나 담임은 믿지 않고 오히려 자신에게 알린 학생을 의심하고, 지목된 학생과 그의 가까운 친구들은 사실을 알린 학생을 괴롭힌다. 해당 학생의 아버지는 큰 사업가로, 그 학교의 운영위원이다.

현실의 데자뷔 같은 영화 속 장면이다. 군 복무 기간에 휴가를 간 것이 부당한지, 휴가를 얻는 과정에 불공정한 개입이 있었는지는 그 병사가 보통사람의 자식이라면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가 권력자의 자식이라면 상황이 달라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권력과 책임의 지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해당 권력자나 그 자식은 더 신중한 처신과 언행이 요구되기에 그렇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하라는 말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모두가 우울한 이때, 법무부 장관 아들의 병역 복무 중 휴가를 둘러싼 논란이 어수선함을 더한다. 더욱 슬픈 것은, 영화 속 장면과 현실이 묘하게 겹치면서, 불공정한 과정과 개입이 있었다고 한 신고자를 험구(險口)하고 독설을 퍼붓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느 국회의원이 신고자를 범죄인으로 단정하고 실명을 공개하는 글을 올리면서, 악담과 독설이 무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회의원의 역할은 바른 법을 만들어 나라와 사회의 건강한 발전을 이끄는 것이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제대로 지키고 지키도록 감시하는 책임도 있다. 그런데 국회의원이 법을 허무는 언사를 한다면, 이는 국가의 근간을 무너뜨리고 사회를 퇴보시키는 일이다.

‘공익신고자 보호법’은 국민 생활의 안정과 투명하고 깨끗한 사회 풍토 확립을 위해 공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신고한 사람을 보호하고 지원하기 위한 법이다. 이 법은 누구든지 법에 정해진 사람이나 기관에 공익을 위한 신고가 허용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피해의 확대 방지를 위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에게도 신고가 가능토록 해, 국회의원도 공익신고를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공익신고자를 보호하고 지원할 책임이 있다. 그런데 준법에 앞장서야 할 국회의원이 붕당적 편파를 의심하게 되는, 공익신고자를 범죄자처럼 언급했다는 사실에 많은 국민이 아연(啞然)한 지경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야당 시절 공익신고자에 대한 보호를 강조하고, 민간영역까지 보호제도를 탄탄히 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는 선량한 개인의 신고가 더 공정한 사회를 견인한다는 믿음에서 표출된 것이다. 지난 8월 말, 국민권익위원회는 공익신고자의 인적사항 등을 짐작할 수 있는 사실의 요구나 알아내도록 지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과 징계 요구를 담은 입법예고까지 했다. 이러한 방안을 거부하는 입장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권익위원회는 14일 당직병이 ‘공익신고자 보호조치’를 신청한 데 대해 공익신고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정권의 눈치를 보느라 대통령의 약속까지 뒤엎은 셈이다.

극단적인 편 가르기와 감정적 정치집단성이 극복되고, 대통령의 원론적 발언과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