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시장경제 원리 외면한 이재명의 ‘기본대출’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정부 보증하에 모든 국민에게 신용등급과 관계없이 누구나 1∼2%대 저금리로 1000만 원 안팎의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주자는 ‘기본대출’을 들고 나왔다. 최대 24%의 고금리 대출을 받는 금융취약서민도 ‘복지대출’ 차원에서 1∼2%의 저리장기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지사는 기본대출로 복지 지출을 줄이고 재활 기회를 확대할 수 있다는 생각이지만, 국가의 선보증에 낮은 금리가 더해지면 당장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외면하고 있다.기본대출은 설계 구조가 ‘돈은 싸게 빌려주고, 못 갚으면 국가가 책임집니다’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이 지사는 기본대출을 설명하며 “대부업체의 연 24% 초고리 대출 이용자는 200만 명가량이고 대출금은 평균 약 800만 원이며 연체율은 5∼7% 정도”라고 제시했는데, 이런 메시지가 더해지면 완전히 다른 얘기가 된다. 문턱이 낮아지니 너도나도 은행에 달려가 대출 규모는 폭증하고, 연체율 역시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신용불량자가 되는 걸 막기 위한 기본대출이 오히려 대규모 신용불량자를 양산하는 트리거(방아쇠)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경우 정부는 신용불량자를 구제하기 위한 재정 부담까지 안게 된다. 현실 금융체계에 발을 내딛지 않고 하늘에 떠 있는 이 지사의 발상 또한 문제다. 이 지사는 현 금융체계를 “이익은 소수 기득권자가 보고 손실은 없는 사람들끼리 분담시키는 구조” “강자의 약자에 대한 착취 수탈을 허용하는 금융카스트”라고 정의하며 비판했다.

신용등급에 따라 다른 금리를 적용하는 건 자유주의 시장경제의 기본 작동 원리다. 이를 무시하는 건 현실을 아예 보지 않겠다는 뜻이다. 금융취약서민의 높은 금리 리스크를 왜 성실히 빚을 상환하며 신용등급을 관리해 온 국민이 함께 감당해야 하나. 정부가 손실액의 100%를 책임지는 게 아니라면 금융기관들이 대출을 막아 금융취약서민이 결국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릴 것이라는 분석이 벌써부터 나온다. 보편복지라는 그럴싸한 포장지로 싼다고 해결되지는 않는다. 의도가 선하다고 결과가 선하진 않다.

민정혜 경제부 기자 leaf@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