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 SUV·미군장갑차 추돌 부부 4명 사망 사고 원인…SUV 운전자 음주·과속으로 밝혀져

경기 포천시에서 SUV와 미군 장갑차 추돌로 50대 부부 4명이 사망한 사고와 관련, SUV 운전자가 운전면허 취소 수치(0.1%)를 넘을 정도로 음주한 상태에서 과속(시속 100㎞)으로 운전하다 사고를 낸 것으로 밝혀졌다.

17일 포천경찰서에 따르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지난달 30일 포천시 관인면 중리 87번 국도 영로대교에서 SUV가 미군장갑차와 추돌해 사망한 50대 부부 4명에 대해 부검을 실시한 결과 SUV 운전자 A 씨가 운전면허 취소치를 넘는 혈중 알코올 농도 0.12%의 음주 상태에서 시속 100㎞가 넘는 속도로 SUV를 운전하다 미군 장갑차 후미를 추돌한 것으로 밝혀졌다. 차량 블랙박스에서는 A 씨가 처음 차량 뒷좌석에 동승했다가 사고가 발생하기 수 분전에 차주인 후배 B 씨와 자리를 바꿔 운전대를 잡은 것으로 확인됐다. 운전자가 바뀌기 전까지 B 씨도 음주(혈중 알코올 농도 0.11%) 운전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가 난 도로의 제한 속도는 시속 60㎞였으나 SUV의 사고기록 장치에는 시속 100㎞가 넘는 수치가 기록됐다. A 씨는 장갑차와 추돌 직전 브레이크도 밟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A 씨와 B 씨에 대한 향정신성 의약품 등 마약 반응에서는 음성 판정이 나왔다.

경찰은 차량 동승자에서 운전자로 바뀐 A 씨가 음주상태에서 SUV를 몰고 창수면에서 관인면 방향으로 과속으로 달리다가 인근 영평사격장에서 훈련을 마치고 이동 중인 장갑차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장갑차 후미를 들이받아 사고가 난 것으로 결론을 지었다.

사고 발생 당시 관인면과 창수면을 연결하는 영로대교(길이 755m) 위에는 가로등 40개가 있었으나 20여 개만 켜져 있는 등 가로등 고장도 사고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날 사고 당시 충격으로 SUV의 엔진 부분은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파손됐으며, 장갑차 역시 오른쪽 무한궤도가 이탈했다.

이날 영중면에 사는 C(60) 씨 부부는 같은 동네 사는 B 씨 부부와 관인면에 사는 A 씨 부부 등 4명을 집에 초대해 저녁식사와 함께 술을 마셨으나 모임이 끝난 후 막내인 B 씨가 선배 A 씨 부부를 차에 태워 관인면까지 데려다 주다가 참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0일 오후 9시 30분쯤 포천시 관인면 중리 영평사격장 인근 87번 국도 영로대교에서 철원 방향으로 달리던 SUV차량이 같은 방향으로 훈련을 마치고 이동 중인 미군 장갑차 후미를 추돌해 SUV에 탔던 A 씨 부부와 B 씨 부부 4명이 숨졌다.

포천=오명근 기자 om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