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들 기침하는데 언제까지 기다리나”… 불안한 시민들

다른 백신 유통돼도 괜찮나
택배 배달하듯 공급 못믿어
이미 접종한 영유아 어떻게

경기 성남시에서 여섯 살 딸을 키우는 워킹맘 김모(36) 씨는 전날 밤 가슴을 쓸어내렸다. 22일부터 시작되는 임신부 및 만18세 미만자 등 접종 대상자에 대한 독감 백신 무료 접종을 맞기 위해 딸과 날짜를 세고 있던 참이었다. 김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하고 있고 해서 올해는 독감 예방 접종을 꼭 맞히려 했다”며 “정부의 무료 백신에 문제가 생겼다는데, 앞으로 다른 백신이 유통돼도 괜찮은 건지 불안하다”고 말했다.

전날 정부가 무료 독감 백신에 유통 과정상 문제가 발생했다는 발표를 하자 자녀를 둔 부모들은 한결같이 “식겁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직장인 딸을 대신해 서울 서초구에서 다섯 살 손녀 2명을 키우고 있는 윤모(64) 씨는 이날 갑작스럽게 백신 접종이 불가능하다는 소식을 듣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윤 씨는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면서 손주들이 기침을 하기 시작해 오늘 아침에 독감 예방 접종을 하려고 했다”며 “당장은 예방 접종이 안 된다고 하는데,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지 몰라 답답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부모 A 씨 또한 “국가사업인 무료 백신 유통을 이렇게 허술하게 택배 배달하듯 공급했다니 믿을 수 없다”며 “하필 코로나19 시국에 관리 부실로 당장 접종이 중단돼버리니 불안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건강에 대한 우려가 깊어진 가운데 독감까지도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미 일부 영유아를 대상으로 예방 접종이 이뤄진 백신에는 문제가 없을지 염려하는 분위기도 감돌고 있다. 지난 8일부터 시작된 2회 접종 어린이 대상자가 맞은 백신으로 인해 이상 반응이 생길지 아직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날 온라인 맘카페에는 이미 1차 접종을 한 자녀를 둔 부모들이 ‘접종 괜히 맞게 했다’며 성토하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6개월 아기를 둔 부모 B 씨는 “전날 아기가 독감 백신 예방접종을 받았는데 좀 더 일찍 알았으면 받지 않았을 것”이라며 “부모들이 이렇게 불안한 데도 일단 기다려보라는 정부의 반응이 무책임하게만 느껴진다”고 말했다. C 씨는 “1차 접종은 문제가 없다고 해도 2차 접종을 해야 할 때 백신 접종이 정상화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며 “언제쯤 백신 접종이 재개될지 좀 더 확실한 대책을 밝혀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나주예·김규태·최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