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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한성우 교수의 맛의 말, 말의 맛 게재 일자 : 2020년 09월 25일(金)
솎음배추와 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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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를 지어보지 않은 사람은 동사 ‘솎다’를 써 볼 일이 없다. 그래도 된장을 풀고 어린 배추를 숭숭 썰어 끓여낸 배춧국을 먹어본 이들이라면 ‘솎음배추’는 알 수 있다. 종자가 따로 있기는 하지만 애초부터 배추의 씨앗을 좀 촘촘하게 뿌린 뒤 적당한 시기에 뽑아내기도 하는데 그때 하는 작업이 바로 ‘솎다’이다. 경쟁이 치열한 밭에서 힘들게 자란 데다 채 크지 않은 것을 뽑았으니 질기지 않고 부드러워 식감이 좋다.

동사 ‘솎다’는 그것이 필요한 상태를 나타내는 형용사를 필요로 하는데 ‘배다’가 그 자리를 채운다. 물건의 사이가 비좁거나 촘촘하다는 뜻인데 써 보거나 들어본 적이 없는 단어일 가능성이 크다. 촘촘한 그물을 두고 그물코가 배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때로는 생각이나 안목이 좁다는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는데 이런 쓰임은 들어본 적이 없다. 어떤 맥락으로 쓰이든 필요 이상으로 빽빽하여 여유가 없는 상태이니 솎아내어 성기게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솎음배추와 함께 떠오르는 채소가 있으니 ‘열무’가 그것이다. 어린 무를 가리키는 말인데 열무김치에 국수를 말아 팔기도 하니 아주 익숙한 단어이기도 하다. 그런데 ‘무’를 떼어내고 남은 ‘열’의 정체가 불분명하다. 질기지 않고 여린 무이니 ‘여리다’와 관련을 맺고 싶기도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과거에는 쓰였지만, 누군가 솎아내어 지금은 사라졌는지도 모른다.

솎음배추를 적당히 넣어 향기롭고 시원하게 담근 열무김치를 볼 때마다 ‘솎다, 배다, 여리다’라는 단어가 연속적으로 떠오른다. 배니까 솎아야 하는데 그 대상이 어리고 여린 것들이니 마음이 쓰이기도 한다. 작물이야 본래 그렇다 쳐도 이 단어가 인간사회에 적용되면 섬?해진다. 동사 ‘솎다’는 누군가를 제거할 때 쓰인다. 그리고 어른들이 너무 배게 들어찬 사이에서 억센 어른들에게 희생되는 어린 생명의 소식을 들으면 더 그렇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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