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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21세기 과학의 최전선, 궁극의 질문들 게재 일자 : 2020년 09월 28일(月)
우주의 입자 85%는 암흑물질… 존재만 알 뿐 정체는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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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 = 밥장 작가

(10) 물질의 최소 단위를 찾는 모험의 끝은 어딜까?

쿼크·중성미자 등은 일부분일 뿐…모든 물리이론으로도 ‘암흑물질’ 설명 못해
이휘소 박사가 제시한 ‘윔프’ 수십 년째 다양한 실험에도 번번이 검출 실패
현재 양자게이지 이론에서는 전자 등 기본입자가 물질의 최소단위일 가능성 열려 있어


양자 전기 역학을 완성한 이론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먼은 20세기에 인류가 얻는 물리학적 지식 중에서 매우 오랫동안, 아마도 1000년 이상, 이어질 지식의 하나로 원자론을 꼽은 적이 있다.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모든 물질, 컴퓨터, 책상, 커피잔, 인간, 시계, 건물, 지구, 달, 태양, 은하를 포함한 그야말로 삼라만상의 내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국 원자를 만나게 된다. 파인먼이 말한 원자는 화학에서 말하는 분자를 이루는 기본 알갱이로도 볼 수 있겠지만, 이 화학적 원자를 이루는 보다 근본적인 물질로 확대해서 생각할 수 있을 듯하다. 20세기 초반에 화학적 원자에 도달한 인류는 21세기에는 그보다 훨씬 작은 원자핵의 내부까지 들여다보는 수준에 이미 도달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의 사변을 뛰어넘어, 현대적인 의미에서 물질의 최소 단위인 기본 입자의 발견은 1897년 전자, 그리고 1900년 광자 발견으로부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전자는 페르미 입자(fermion) 중 첫 번째로 발견된 입자이고, 광자는 보스 입자(boson) 중 첫 번째로 발견된 입자인데, 각각 ‘물질을 이루는 입자’와 ‘힘을 전달하는 입자’의 대표적 입자로 생각할 수 있다.

페르미 입자는 소위 파울리의 배타 원리를 따르며 서로 뭉치지 않으려는 성질이 있다. 바로 이 성질 때문에 부피와 구조를 가지는 물질을 이루게 된다. 입자들 사이를 마치 부메랑이 날아다니듯 왕복 운동을 하면서 힘을 전달하는 역할은 보스 입자가 담당한다. 이러한 성질을 정밀하게 기술하는 이론을 ‘양자 게이지 이론’이라고 부른다. 그 수학적 물리학적 구조는 매우 치밀하게 짜여 있지만, 그 내용의 핵심은 앞서 말한 것처럼 단순하다. 이 깨달음을 얻고, 실험을 통해 정밀하게 검증한 것이 지난 100여 년 동안 물질과 힘의 근본을 찾는 모험에서 인류가 획득한 가장 깊은 물리학적 성취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전자만 모아서 보다 큰 복합 구조물을 만들 수 있을까? 전자는 음전하를 띠고 있어서 모으려 하면 척력이 작용해 서로 밀쳐 버린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전기적으로 중성인 상태를 이루는 것이 유리하다. 실제로 원자 수준 이상의 큰 구조를 이루기 위해서는 전자와 짝을 이룰 양전하를 띤 입자, 즉 핵입자가 필요하다. 가장 단순한 원자인 수소의 경우 양성자가 바로 원자핵을 이룬다. 양성자뿐 아니라, 양성자와 닮았지만 전기적으로 중성 입자인 중성자도 존재하는데, 더 큰 원자핵을 이루는 부분이 된다. 원자핵을 이루는 양성자 수가 커지면 더 많은 수의 전자가 결합해 중성인 원자를 이루게 된다. 전자의 수에 따라 원자의 전기적 성질에서 반복적인 패턴이 나타나는데, 이것이 바로 주기율표가 만들어지는 근본 원리라고 볼 수 있다.

원자핵을 이루는 입자인 양성자와 중성자는 실은 근본 입자가 아니다. 양성자와 중성자에 높은 에너지의 전자를 충돌시켜 보면 양성자와 중성자 모두 내부에 구조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치 작은 구슬들이 주머니 안에서 달각거리는 것처럼, 원자핵의 내부에는 쿼크라고 부르는 입자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원자핵은 원자에 비해 매우 작기 때문에 쿼크 입자들을 묶어 두기 위해서는 전자기력보다 훨씬 강한 힘이 필요하다. 이 힘을 강한 핵력이라고 부른다. 이 힘은 글루온(gluon)이라는 보스 입자에 의해 매개된다.

현재까지 발견된 쿼크는 총 6종류가 있다. 가벼운 순서대로 위, 아래, 이상한, 매력적인, 바닥, 꼭대기라는 재미난 이름으로 불리며, 입자 가속기의 고에너지 충돌 실험과 우주에서 날아오는 우주선(cosmic ray) 입자 검출 실험 등을 통해 그 존재가 밝혀졌다. 흥미롭게도 쿼크의 6종류에 대응하는 전자와 중성미자도 딱 6종류가 있다.

2020년 현재 인류가 도달해 ‘볼’ 수 있는 최소한의 길이는 대략 원자핵 크기의 1만 분의 1 정도다. 이는 대형 하드론 충돌기(LHC)라는 스위스 제네바의 실험 장치를 통해 도달했다. LHC 실험을 통해 힉스 입자를 새로 발견했고, 12개의 물질 입자와 강한 핵력, 약한 핵력, 전자기력을 매개하는 입자들도 모두 정밀하게 확인됐다. 그런데 과연 현재까지 발견된 입자가 모든 물질의 근본 입자일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쿼크와 전자, 중성미자 등 소위 표준 모형 입자가 우주 물질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는 사실이 21세기 정밀한 우주 관측 실험을 통해 이미 밝혀졌기 때문이다. 소위 암흑 물질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종류의 물질은 그 정체가 확인되지 않았지만, 전체 물질 성분의 85%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이 물질은 빛을 내지 않아 과학 관측을 통해 직접 확인되지 않지만, 다양한 중력 현상을 통해서는 그 정체를 이미 드러냈다. 예를 들어 충돌하는 은하를 자세히 관측해 보면, 중력 렌즈 효과 등을 통해 질량 분포 지도를 만들 수 있는데, 이때 엑스선 등 빛을 이용한 관측에서 ‘보이는 물질’ 분포와 비교하면 놀랍게도 보이지 않는 물질이 훨씬 더 많이 있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중성미자 등을 이미 알고 있기에, 애초에 빛을 내지 않는 물질의 존재 자체가 놀라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재 인류가 가지고 있는 가장 정밀한 물리 이론인 표준 모형의 어떠한 입자도 암흑 물질을 설명할 수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으니 물리학자들은 정말로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론가들은 암흑 물질의 후보가 될 수 있는 새로운 물질을 여럿 제시했다. 그중 가장 널리 알려진 후보로 이휘소 박사가 제시한 ‘약하게 상호 작용하는 무거운 입자’인 윔프(WIMP)가 있다. 윔프는 암흑 물질이 만족해야 할 물리적 조건들 -무겁고, 차갑고, 빛을 내지 않는다-는 성질을 갖도록 이론적으로 고안된 입자의 이름인데, 윔프가 한 종류인지, 윔프들 사이에는 어떤 상호 작용이 가능한지 등 전혀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일종의 ‘가족 이름’ 정도로 생각할 수 있겠다.

윔프를 찾기 위한 다양한 실험이 수십 년째 진행되고 있지만, 번번이 검출에 실패해 아직도 그 정체는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한국의 학자들도 윔프를 찾는 경쟁에 당당히 이름을 걸고 있다. 서울대 김선기 교수가 1999년 시작한 KIMS(Korea Invisible Mass Search) 실험과 김영덕 단장이 이끄는 IBS 지하실험연구단(Center for Underground Physics·CUP)의 COSINE 실험 등이 특히 경쟁력이 있다. 최근 이탈리아 그란사소에 위치한 XENON1T 연구팀이 일반적인 윔프의 질량 범위보다 훨씬 가벼운 영역에서 전자와 암흑 물질의 충돌로 해석할 수 있는 신호를 포착해 발표했는데, 필자가 연구책임자로 있는 연세대 암흑우주연구실 주도로 이를 해석하는 이론을 제시한 바 있다. 윔프가 암흑 물질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고민이 물리학자들 사이에 퍼져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암흑 물질을 밝혀내는 것이 물질의 최소 단위를 찾는 모험의 끝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반드시 해결하고 지나가야 할 강적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지금까지 현재 물리학자들이 이해하고 있는 물질의 최소 단위인 기본 입자와 힘을 매개하는 게이지 입자 그리고 밝혀지지 않은 암흑 물질 등에 대해 이야기해 봤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돌이켜 보면 에너지를 높여 감에 따라 자연에 내재하고 있는 새로운 층위의 구조를 발견해 왔다. 지금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층위-기본 입자라는 층위-아래에 또 새로운 구조가 없다고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전자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그 아래에 더 본질적인 입자 혹은 끈, 혹은 또 다른 그 무언가가 있을 수도 있다. 다만 현재 수준의 물리학 실험의 한계 때문에 그 구조를 발견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은 분명히 열려 있다.

한편 이론적으로 생각해 보면 양자 역학과 상대성 이론을 정합적으로 결합한 양자 게이지 이론에서는 기본 입자가 실제 물질의 최소 단위일 가능성 또한 열려 있다. 기본 입자는 양자 역학적인 의미에서 크기가 없는 점입자로 기술되므로, 그 아래에 무언가가 애초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가 알고 있는 양자 역학과 상대성 이론 또한 보다 근본적인 물리 이론으로 변화, 확장될 여지가 있다. 특히 중력을 고려하면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점입자의 양자 역학과는 모순이 있다는 것이 알려져 있어 끈 이론이나 또 다른 형태의 양자 중력 이론이 존재할 가능성은 매우 현실적이다. 양자 중력 이론에서 물질의 최소 단위가 무엇일지는 지금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이 아니다. 물질의 최소 단위를 찾는 모험의 끝은 여전히 멀리 떨어져 있으며, 아마도 물리학자들이 포기하지 않는 한 그다음 단계에 대한 호기심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박성찬 연세대 물리학과 교수 · 암흑우주연구실 연구책임자


■ 용어설명

스핀 : 전자를 전하를 띤 일종의 작은 공으로 생각하면 자전하면서 작은 자기장을 만들 수 있으며, 이 자기장을 만드는 자기 모멘트(magnetic moment)를 스핀이라고 부른다. 놀랍게도 이 자기장 성분은 모든 전자에 대해 정확히 동일한 값을 갖는데, 플랑크 상수의 정확히 절반 값을 가진다. 하지만 자전으로 이를 해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전자의 ‘크기’를 고려해 자기 모멘트를 계산해 보면 말도 안 되는 양이 나오기 때문이다. 대신 스핀이라는 자기 모멘트는 입자의 성질을 정의하는 새로운 양자 역학적 특성으로 해석할 수 있다.

페르미 입자와 보스 입자 : 시공간의 대칭성인 로렌츠 대칭성을 고려하면 기본 입자가 가질 수 있는 스핀 값은 플랑크 상수를 단위로 정수(0, 1, 2, 3…) 혹은 반정수(1/2, 3/2…)만을 가질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정수 단위의 스핀을 가지는 입자를 보스 입자(Bose particle·boson)라고 하며, 반정수 단위의 스핀을 가지는 입자를 페르미 입자(Fermi particle·fermion)라고 한다. 보스 입자는 보스-아인슈타인 통계 법칙을 따르며, 페르미 입자는 페르미-디랙 통계 법칙을 따라 온도에 따른 밀도 분포가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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