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유공자 후손 가난 대물림… 충분히 보훈 못해 안타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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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고치기’ 캠페인 나선 한국 해비타트 윤형주 이사장

경북도와 추진 사업 첫 결실
임윤익 선생 손자 집 새 단장

“대부분 생계 힘들고 환경 열악
주거문제로 고통 안받게 지원
그들에게 진 빚 우리가 갚아야”

“일생을 나라를 위해 헌신한 독립유공자의 삶은 피폐했고, 가난은 대물림돼 후손들은 생계를 이어가는 것 자체가 여전히 고달프고 주거 환경은 열악합니다. 독립유공자 후손 모두 주거 문제로나마 고통받지 않도록 세밀히 파악해 지원할 계획입니다.”

경북도와 한국해비타트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경북 독립유공자 후손 집 고쳐주기 사업’이 최근 첫 결실을 봤다. 일제강점기인 1919년 3월 안동에서 독립 만세운동을 주도하다 옥고를 치른 임윤익(1885~1970) 선생 손자 임시재(80·안동시 임하면) 씨 집을 4주간의 공사 끝에 새로 단장한 것이다. 이 집은 1930년에 지어졌으며 낡은 배수시설, 높은 계단, 외풍을 막지 못하는 얇은 문풍지 등 환경이 열악했다.

윤형주(사진) 한국해비타트 이사장은 7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임 씨는 ‘살면서 이런 날이 올 줄 몰랐다’며 너무 기뻐했다”면서 “독립유공자 후손들을 위해 정부가 충분한 보훈을 하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그는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독립유공자 후손들을 예우하는 것은 우리의 도리”라며 “후손들이 제대로 살면서 자존감을 회복하고 선대의 명예도 더욱 높이게 하기 위해 집 고치기 캠페인에 나섰다”고 덧붙였다. 이 사업은 이철우 경북지사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이 지사는 열악한 주거 환경에서 어렵게 사는 독립유공자 후손이 많은 것을 파악하고 윤 이사장에게 손을 내밀었다. 양 기관은 8월 14일 한국해비타트 본부에서 업무협약을 체결했으며 광복회 경북지부, 경북 청년봉사단도 동참했다.

윤 이사장은 “독립유공자 후손 집 고쳐주기 사업에 지방자치단체가 발 벗고 나선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경북도는 독립유공자 후손들의 주거지를 전수 조사해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는 집은 모두 개선하기로 했다. 경북도에 따르면 전국 독립유공자는 1만5931명이며 이 가운데 경북 출신은 2267명이다. 또 현재 독립유공자 후손 515명이 경북에서 살고 있다. 윤 이사장은 “대한민국의 성공과 영광은 자주독립을 위해 젊음과 목숨을 바친 독립유공자들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우리 국민은 이러한 사실을 잊지 말고 독립유공자들에게 진 빚을 후손들에게 갚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해비타트는 1995년 설립됐으며 그동안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 해외와 국내에서 5만6000여 채의 집을 보수하거나 새로 지었다. 에티오피아 6·25 참전용사 가운데 생존한 분들의 열악한 집도 고치고 있다.

안동 = 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