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국정감사 아닌 국정‘감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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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용 정치부 차장

제21대 국회 첫 국정감사는 집권 여당의 방탄 국감으로 오래 기억될 것이다. 철통 같은 증인 채택 저지에 다수 상임위원회가 반드시 테이블에 올려야 할 주제를 다루지 못하고 국감을 끝낼 위기에 놓였다. 본보 추산 결과 국민의힘이 핵심 증인·참고인으로 신청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채택되지 않은 사람들이 지난주까지 120여 명에 달했다. 행정안전위원회는 41명이다. 법제사법위원회와 국방위원회에서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군 휴가 특혜 의혹과 관련해 아들인 서모 씨는 물론, 국회 출석 의지가 있는 관련자 전원이 채택되지 않았다. 외교통일위원회와 국방위,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는 북한에 살해당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친형을 참고인으로 부르겠다는 야당의 뜻이 좌절됐다. 행안위에선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의 ‘측근 기획사 일감 몰아주기’ 의혹, 정의기억연대 기부금 의혹 등에 연결돼 있는 인물들이 무더기로 불발됐다. 외통위는 이혁진 전 옵티머스자산운용 설립자도 증인으로 부르지 못하게 됐다. 옵티머스 펀드 사기의 핵심 인물인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이 정무위원회에서 증인으로 채택된 것이 사실상 유일한 여당의 선물이다.

여당의 무차별적 저지는 17대 국회부터 정치부에서 여야의 협상을 지켜본 기자에게도 낯설다. 매년 국정감사 때 여야는 증인 채택을 놓고 줄다리기를 한다. 정부의 아픈 곳을 건드리고 싶은 게 야당의 본성이다. 어떻게든 막아야 하는 것은 여당의 숙명이다. 여야가 최대 요구치를 내놓고 왈가왈부하다 중간에서 답을 찾아왔다. 여당이 일부 들어주는 선에서 포용력을 보이며 마무리하는 것이 흔한 장면이었다. 채택된 증인이 실제 출석을 하는지는 다음 문제다. 이 또한 협치라면 협치다. 실제 지난 2012년 대선을 앞둔 19대 국회 첫 국감에선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박근혜 대선 후보 조카사위의 증인 채택을 요구했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못 이기는 척 받아줬다. 20대 국회 첫 국감에서는 우병우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하지만 21대 첫 국감에선 여당의 협치 정신이나 아량은 찾아볼 수 없다. 야당에 숨 쉴 틈도 주지 않겠다는 ‘질식 정치’만 보인다.

국감이 정쟁의 장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 여당의 명분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대안이 있는 정책 국감, 문제의 정답을 찾으려는 여야 의원들의 진지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해수부 공무원 피격 사망 사건과 같은 현안을 정쟁으로 볼 국민은 많지 않다. 우리 국민이 북한의 총에 맞아 사망했는데도 대정부질문에 이어 국감도 틀어막혔다. 야당 의원은 어디에서 진실을 찾고, 국민은 어떻게 갈증을 풀어야 하나. 여당의 정쟁 우려는 핑계에 가까워 보인다. 청와대만 바라보니 조금이라도 불리한 증인과 참고인은 거부하고, 정부를 감싸기만 한다는 시각이 더 설득력 있다. 여당 원내지도부가 “피감기관장들에게 지나치게 뭐라고 하지 말라”고 의원들에게 지침을 내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정감사(國政監査)는 말 그대로 정부를 감독하고 검사하는 것이다. 3권분립 정신에 따라 국민의 대표인 입법부가 행정부 등을 견제하도록 헌법이 보장한 국회의원의 권리이자 의무이다. 이런 국정감사라면 ‘국정감싸’라는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21대 국회 첫 국감이 협치의 출발이 될지는 남은 일주일 여당의 양보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