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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20년 10월 21일(水)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女주인공 삼총사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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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서사가 중심이 되는 스토리, 여성이 만들고 타이틀 롤로 나서는 작품은 국내 영화계에서 여전히 적은 편이다. 게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휘청이는 극장가의 현실을 감안하면 여성이 주인공인 영화의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진다. 하지만 21일 개봉하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종필 감독)에는 반가운 여배우 3명이 등장한다. 고아성, 박혜수, 이솜. 1990년 이후 출생한 젊은 여배우 3총사는 1995년 을지로가 배경인 영화 속에서 ‘뉴트로’(새로움과 복고)의 참맛을 보여준다. 지난 15일 3명의 주인공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연달아 만났다.

“아직은 착한 역에 끌려”
- 씩씩한 이자영役 고아성

“한번 더 밝은 역하고 악역 도전
아역 단점은 흑역사 많다는 것”


“20대 후반인 지금은 제가 닮고 싶은 사람, 존경할 수 있는 배역에 끌려요.”

고아성(사진)은 아역에서 출발해 성인 연기자로 성공적으로 변신한 몇 안 되는 배우 중 한 명이다. 2006년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로 스크린에 처음 데뷔했을 때가 14세. 이후로 그 나이만큼의 시간 동안 꾸준히 활동하며 눈에 띄는 작품마다 얼굴을 비쳤다. ‘설국열차’(2013), ‘오피스’(2014), ‘항거: 유관순 이야기’(2019) 등이다.

“최근엔 ‘을의 대변자’ 같은 캐릭터를 많이 했어요. 의미 있는 캐릭터에 끌려요.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인물이 좋아요. 매 작품 소품 하나씩을 모으는데 이번 작품까지 사원증이 4개가 됐네요.”

이번에도 고아성은 그가 좋아하는 ‘의미 있는 캐릭터’를 선택했다. 영화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생산관리 3부의 이자영 사원. 불합리를 보면 ‘오지랖 넓게’ 꼭 짚고 넘어가야 하는 인물이다. 커피 타기, 복사하기, 쓰레기 치우기 등 온갖 허드렛일을 하는 고졸 여사원이지만 삼진그룹 공장에서 은밀하게 진행된 페놀 유출 사건을 알게 된 뒤 양심 고백을 하는 것은 물론, 문제 해결에 직접 나선다.

“처음에 계약직 여직원들이 청소하는 장면에서 시작해요. 정직원들은 아무것도 안 하면서 말로만 투덜거리는데 ‘우리 영화가 이런 결을 가지고 가는구나’ 하고 그때 파악했어요. 처음부터 이자영이 와 닿았고, 이자영이 저라고 생각했습니다.”

데뷔 후 참여한 영화와 드라마만 줄잡아 20여 편. 고아성은 촬영 현장이 일터이고 놀이터이며, 삶의 현장이었다. 그리고 판타지·코미디·공포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 열정과 크고 작은 역할을 병행하는 영리함으로 주목받는 성인 연기자로 진화했다.

“아역 출신의 장점이 분명히 있어요. 겁을 덜 먹어요. 대중과 관객에 대한 막연한 믿음 같은 거라고 할까요? 단점은 ‘흑역사’가 많다는 점? 어렸을 때 아무것도 모르고 했던 말들이 지금 생각하면 너무 부끄러워요. 하하.”

고아성은 이번 영화를 하면서도 성격이 좀 바뀌었다고 했다. 자영처럼 씩씩해졌다는 것이다. “계속 착한 역할만 하다가 이미지가 고정되면 어쩌냐고요? 어쩔 수 없어요. 지금은 선한 사람에게 한없이 빠져요. 딱 하나만 더 밝은 역할을 하고 다음엔 악역할게요. 하하.”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쇼트커트후 주판 맹연습”
- 엉뚱한 심보람役 박혜수

“저 몰라봤다는 반응에 뿌듯
연기로 세상 보는 시야 넓혀”


“‘박혜수 어디 있냐’는 반응에 뿌듯했어요.”

배우 박혜수(사진)는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에 대한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 작품에서 삼진전자 회계부 사원 심보람으로 분하기 위해 난생 처음 ‘버섯머리’ 쇼트커트에 큼직한 안경을 썼다. 기존 박혜수의 이미지를 기억하는 팬들이 이런 그의 모습을 담은 영화 포스터를 보며 “박혜수가 어디 있는지 한참 찾았다”고 묻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감독님께서 ‘보람이는 쇼트커트가 어울리겠다’고 하셨어요. 머리를 자르니 정말 제가 아닌 것 같았죠.”

박혜수가 연기한 심보람은 수학 올림피아드 우승자 출신이다. 하지만 고졸 사원인 그에게 주어진 주요 업무는 가짜 영수증을 처리해 회계 장부의 숫자를 맞추는 일이다. 이에 회의를 느낀 그는 토익 점수를 잘 받아 대리로 진급한 후 제대로 된 회계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멍한 표정의 심보람이 숫자를 대할 때만큼은 총명해지는 장면은 웃음 포인트다.

“일부러 주판을 구해서 연습했어요. 엄마가 쓰실 줄 아셔서 도움을 받았죠. 보람이라는 인물이 주는 답답함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세 친구가 함께 있어도 보람이는 딴소리를 하죠. 애니메이션 ‘인사이드아웃’의 인기 캐릭터인 슬픔이와 닮았다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1994년생인 박혜수에게는 1990년대의 기억이 없다. 그래서 영화를 촬영하며 접하는 소품 하나하나가 새롭고 신기했다. 그중에서도 그는 동전을 넣는 공중전화를 첫손에 꼽았다.

“요즘은 공중전화를 찾기 어렵잖아요. 전화가 끊길까 싶어서 계속 동전을 넣으며 통화를 이어가던 느낌을 살리려 했어요. 초등학생 때 컬렉트 콜(수신자 부담 전화)로 전화를 걸어서 ‘엄마 나야’라고 외치던 때가 생각났죠.”

박혜수는 오디션 프로그램인 ‘K팝 스타’ 출신이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의 개봉을 앞두고 홍보 차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의 녹화에 참여한 박혜수의 감회는 남달랐다.

“6년 만에 무대에 오르니 울컥했어요. 저는 연기가 참 좋아요. 연기하며 많은 고민을 하고, 저 자신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됐으며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졌죠. 그래도 기회가 된다면 다시 노래를 불러보고 싶어요.”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욕연기 의외로 입에 착”
- 까칠한 정유나役 이솜

“분장하면 자연스레 자세 나와
이제 30대… 도전 계속할 것”


“1990년대 패션요? 과감하고 강하게 보이죠.”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을 이끄는 삼진그룹의 고졸 여사원 삼총사 중 마케팅부 사원 정유나 역을 맡은 배우 이솜(사진)의 이미지는 강렬하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높지 않던 시절, ‘뾰족 구두’를 신고 까칠한 성격으로 ‘돌직구’ 멘트를 날리는 유나는 1990년대를 사는 여성들의 자존심과 같은 존재다.

특히 그의 의상이 눈에 띈다. 요즘 뉴트로 열풍과 함께 강남 한복판에서 봐도 멋스러워 보일 것 같은 패션으로 무장한 유나의 모습은 눈을 즐겁게 한다.

“제가 본 1990년대 의상은 강하고 과감한 패션이 돋보였어요. 그래서 동묘시장에 가서 복고풍 옷을 골랐죠. 정말 그 시대 느낌이 나는 아이템이 많았어요. 그 시절 엄마의 사진을 보고 스타일을 잡으려 했죠. 개인적으로는 사원들이 그렇게 똑같은 유니폼을 입고 근무한다는 점도 신기했어요.”

극 중 유나는 무시당하기 일쑤다. 마케팅 아이디어가 넘치지만 부서원들의 햄버거를 사다 나르는 것이 주 업무이고, 다른 직원에게 아이디어를 뺏기기도 한다. 하지만 유나는 주눅 들지 않는다. 소위 ‘짝다리’를 잡고 삐딱하게 바라보며 욕설까지 내뱉는 유나의 모습은 이솜에게 맞춤옷처럼 안겼다.

“유나의 의상과 분장을 하면 그런 자세가 자연스럽게 나왔어요. 마치 저와 다른 자아가 생기는 것 같았죠. 실제 제 모습과는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영화 속 세 캐릭터 중에서는 유나가 실제 저와 가장 많이 닮은 것 같아요. 대본에 있는 욕설을 보고 감독님께 ‘저 생각보다 욕을 못하는 편’이라고 했는데, 막상 해보니 입에 착 달라 붙었죠.”

어느덧 연기 10년 차에 접어든 이솜은 작품마다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영화 ‘마담 뺑덕’과 ‘소공녀’로는 각각 신인상과 주연상까지 거머쥔 연기파다. 게다가 올해 30대로 접어든 이솜은 보다 무르익은 연기를 보여주기 위한 담금질이 한창이다.

“20대와 30대의 차이는 크게 못 느끼고 있어요. 그때도, 지금도 도전을 즐기고, 호기심이 많죠. 그래도 스스로 더 성장하려고 해요. 누군가가 저를 어떻게 기억하는가보다는 저 스스로 ‘만족스럽다’는 느낌을 받을 때까지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mail 김인구 기자 / 문화부 / 차장 김인구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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