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머뭇거리는 사이 지자체는 “접종 중단”… 백신 대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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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백신 사망 속출

포항, 무료접종 유보 결정 이어
영등포구도 의료기관에 “보류”
백신에 대한 불신 갈수록 커져

23일 오전 전국의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접종 중단 권고를 내리고, 대한의사협회에서도 회원들에게 접종 보류 권고 서한을 발송하는 등 백신 접종을 둘러싼 혼란이 심화되고 있다. 앞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같은 번호의 백신 접종 사망자가 있으면 백신을 봉인하고 접종을 중단하겠다”고 발언한 이후 해당 사례가 확인된 상황이라 이날 오후 열릴 예방접종전문위원회 회의에서 접종 중단이 결정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날 일선 지자체에 따르면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독감 예방 접종을 보류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경북 포항시는 이날부터 29일까지 1주일 동안 무료 독감 예방 접종을 보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시는 22일 오후 독감 예방접종 긴급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이에 따라 시는 독감 예방접종 시행 위탁계약을 체결한 시내 200여 개 병·의원을 대상으로 무료 접종을 1주일 동안 유보해 줄 것을 권고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안전성에 대한 근거가 확보되면 예방접종을 재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포항의 독감 무료 접종 대상자는 총 20만여 명이며 이 가운데 6만3000여 명(22일 기준)이 접종했다. 독감 백신 공포감이 커지면서 전국 병원에서는 접종 예약이 곳곳에서 취소되는 등 이미 사실상 ‘셀프 중단’ 사태를 맞고 있다. 전남도 역시 접종 사망자가 속출하자 접종 중단 권고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22일 주민 1명이 독감 백신을 맞은 뒤 사망한 사례가 나온 서울 영등포구 보건소는 이날 관내 전체 의료기관에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보류를 권고합니다. 접종 백신:㈜녹십자 지씨플루쿼드리밸런트프리필드시린지주 제조번호 Q60220032’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발송했다. 이에 대해 구 관계자는 “구민 안전 보호를 위해 의료기관에서 신중한 판단 후에 접종하거나 접종을 보류해달라고 권고한 것”이라며 “사망자의 사망 원인과 백신 등에 대한 조사는 서울시와 공동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대한의사협회도 22일 “예방 접종 후 사망보고에 대해 백신·접종·사망에 이르기까지의 인과관계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며 “모든 국가 예방 접종과 일반 예방 접종을 23일부터 29일까지 1주일간 유보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각 지자체와 의협 등 전문가 일부까지 접종 중단 권고를 내놓으면서 백신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질병청은 이날 오후 예방접종전문위원회 등과 회의를 열고 접종 중단 여부 등을 검토한다. 앞서 정 청장이 국정감사 도중 동일 제조번호의 백신 접종 후 사망 사례가 2건 이상 발생하면 접종을 중단하겠다고 발언한 만큼, 실제로 일부 접종 중단이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

최재규·김구철 기자, 포항=박천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