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자료 유출 경징계로 쉬쉬… 커지는 윤석헌 금감원장 책임론

부실한 내부 통제 지적 잇따라
이와중에 독립 추진 역풍 우려

라임·옵티머스 등 잇딴 사모펀드 사태에 전·현직 금융감독원 임직원이 연루된 정황이 포착되며 윤석헌 금감원장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사모펀드 사태 초기에는 금감원 감독 권한이 없었다는 점이 부각되며 비난 대상에서 제외된 측면이 있으나 사모펀드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면서 현재는 윤 원장 책임론과 내부통제 강화 필요성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라임의 불건전 운용행위 등 검사계획 보고’ 문건을 빼내 룸살롱에서 김모 전 금융감독원 팀장(전 청와대 행정관)에게 넘긴 금감원 선임에게 경징계(감봉) 처분을 내렸다. 해당 문건은 김 전 팀장에서 바로 옆방에 있던 ‘라임 배후’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에게 전달됐다. 그럼에도 윤 원장은 지난 23일 국정감사에서 “문건은 건넸지만 접대는 없었다”며 “검찰 수사 의뢰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해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논란의 불을 지폈다.

윤 원장은 그동안 ‘소비자 보호’를 강조하며 금융회사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 금감원은 라임의 환매 연기 4개 모(母)펀드 중 무역금융펀드는 ‘계약 취소’라며 사상 처음으로 투자 원금 반환을 주문했고, 나머지 두 개 펀드에는 ‘손실 선 보상 후 정산 방식’의 분쟁조정을 적용키로 하며 금융회사를 압박했다. 오는 29일에는 라임사태 관련 판매 증권사인 신한금융투자와 KB증권, 대신증권 전현직 최고경영자(CEO)들에 대한 제재심의위원회를 연다. 앞서 금감원은 CEO들에게 내부통제 실패를 이유로 중징계를 통보했다.

초기만 해도 사모펀드 사태의 원인은 2015년 사모펀드 투자 하한액이 기존 5억 원에서 최소 1억 원으로 완화됐지만, 관리 규제는 갖추지 않아 감독 공백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봤다. 이 때문에 금감원의 독립성이 보장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금감원 출신 전 청와대 행정관이 라임사태와 관련해 뇌물을 받고 문건을 빼돌린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윤모 전 금감원 국장은 옵티머스 대표에게 금융권 인사를 소개해 주는 대가로 수천만 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까지 받았다.

사모펀드 사태의 근본적 원인은 윤 원장의 부실한 내부통제 역량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민정혜 기자 leaf@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