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와 나>윤영호 “홀인원 하고 나니 이젠 ‘에이지 슈트’ 욕심나네요”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윤영호 회장이 지난 9월 경남 창원 아라미르 골프장에서 라운드에 앞서 드라이버로 몸을 풀고 있다. 윤영호 회장 제공

- 윤영호 한국관광협회중앙회장

비디오로 독학 2년만에 싱글
10년만에 이븐, 베스트 2언더
올해 80打 넘겨 본 적 없어
구력 38년에 첫 홀인원 감격

“젊고 팔팔할때 ‘노터치’ 고집
이젠 ‘1인치 터치’ 룰 권장해”

윤영호(69) 한국관광협회중앙회 회장은 앞으로의 골프인생을 더 기대하고 있다.

윤 회장은 올해 80타를 넘겨 본 적이 없다. 안정적인 70대 스코어를 유지하고 있다는 윤 회장은 ‘에이지 슈트’에 대한 기대가 큰 것도 사실이다. 윤 회장은 언더파로만 따지면 10차례 이상 기록했다. 가장 최근은 지난 6월 경남 창원의 아라미르 골프장에서 전반에 34타, 후반에 37타를 쳐 1언더파 71타를 기록했다. 구력 38년째인 윤 회장의 베스트 스코어는 2언더파 70타다. 이처럼 나이를 잊은 화려한 골프 이력 뒤에는 골프에 대한 열정이 숨어 있었다.

지난달 22일 서울 종로구 협회 사옥 집무실에서 윤 회장을 만났다. 윤 회장은 경남 창원에서 운수회사, 호텔, 면세점 등을 운영하고 있다. 김해 장유지구에 300야드짜리 60타석 규모의 대형 드라이빙 레인지인 대청공원 골프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윤 회장은 중앙회를 맡은 뒤부터 1주일에 절반은 서울에서 지낸다. 윤 회장은 2018년 11월 중앙회 회장에 취임했지만, 임기 절반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탓에 직격탄을 맞았다. 중앙회는 전국 17개 시도 관광협회를 포함해 카지노협회, 면세점협회 등 11개 업종 단체가 회원이다. 민간직능 단체로는 국내에서 가장 큰 조직. 종사원만 따져도 수백만 명에 달한다. 윤 회장은 2000년 물류대란 당시 전국화물연합회 회장을 맡았고, 경남관광협회장을 지냈던 게 인연이 돼 지금 중앙회를 이끌고 있다.

윤 회장은 6월 28일 경남 창원 용원CC에서 난생처음 홀인원을 만들어냈다. 이 골프장 운영위원인 윤 회장은 운영위원회 월례 모임에서 다른 위원들과 5인 플레이를 하던 중 행운을 안았다. 이날 후반이던 무악 코스 5번 홀(파3·135m)에서 그린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내리막에서 8번 아이언을 잡고 친 게 홀로 사라졌다. 그린에 떨어져 핀을 맞고 들어가는 모습을 생생히 봤다. ‘사이클 버디’는 한 달에 최다 8차례나 기록했지만 홀인원은 생애 처음. 동반자 중에는 이 골프장 소유주이자 무학소주 창업주인 최위승 명예회장도 있었다.

1983년 운수회사를 설립한 뒤부터 골프에 입문한 윤 회장은 당시 30대 초반 나이였다. 그때까지 테니스를 즐기다 골프로 갈아탄 케이스. 때마침 사교를 위해 국제로터리에 가입했던 그에게 골프는 제격이었다. 동반자와 오랜 시간 함께 얘기하며 사람 사귀기엔 최고였다. 바쁜 일상 속에서 쉬는 시간이나 다름없었다. 주말은 물론, 주중에도 가끔 나가면서 골프를 통해 힐링과 휴식을 찾았다. 예나 지금이나 늘 걷는 편이다. 예전 한여름 때는 하루 54홀(3라운드)도 친 적이 있었다. 이젠 체력보다는 골프장 형편상 많이 돌 수 없는 상황이고, 동반자들도 시간과 체력 때문에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옛 추억이 돼 버렸다.

윤 회장은 골프가 좋아 4만9586㎡(약 1만5000평) 규모의 대형 연습장을 만들어 지금도 운영 중이며 경남 밀양에 18홀 규모의 골프장 건설도 추진했지만 사정이 생겨 동업자에게 넘기기도 했다.

윤 회장은 골프채 잡은 지 2년도 채 안 돼 첫 싱글 패를 받았고, 10년 만에 이븐파를 기록했다. 윤 회장은 사실상 독학이었다. 처음 배울 때 잭 니클라우스 골프 비디오를 본 게 레슨의 전부였다. 비디오에 나온 스윙 장면을 떠올리며 연습장에서 스스로 스윙을 익혔다. 윤 회장은 젊고 팔팔하던 시절 승부욕에 넘쳐 ‘노 터치’ 플레이를 고집했지만, 이젠 시작 전 ‘1인치 터치’ 룰을 권장하는 편이다. 요즘 골프장마다 내장객이 많아 페어웨이에 디벗이나 지면이 고르지 못한 경우가 많아 부상 예방을 위해서라고 설득하면 동반자들도 동의하고 따라 오는 편이다.

골프를 함께 시작한 그의 아내 역시 꾸준히 80대 타수를 유지하고 있다. 부부가 월 1∼2회는 함께 즐긴다고 귀띔했다. 특히 부부가 골프를 좋아하니 윤 회장 가족 골프 모임은 늘 문전성시다. 한 번에 3팀씩 나갈 때가 많다. 최근 가족 모임은 홀인원 가족 모임에서 3팀이 친 적이 있다.

윤 회장은 “골프는 세월이 지나도, 욕심이 많아지는 운동인 것 같다”면서 “홀인원을 하고 나니 이젠 앨버트로스나 에이지 슈트 욕심도 난다”고 말했다. 특히 현재 기량이라면 2∼3년 내에 에이지 슈트는 몇 차례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 회장은 “골프를 통해 스스로 행복한 사람이라는 것을 항상 느끼고 있다. 골프로 인해 가족과 대화하고, 친구들과 얘기할 수 있으며, 일하면서도 골프를 매개로 화합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