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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우석의 푸드로지 게재 일자 : 2020년 11월 19일(木)
고소한 곱·탱글한 창… 씹을수록 힘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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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곱놀이

▲  정성곱창전골

■ 열량 공급의 파이프 ‘곱창’

- 평양집, 똬리 튼 곱창에 양밥 한 입 별미
- 소곱놀이, 대파향 가득…화사가 먹방한 집
- 장호왕곱창, 포일 위 볶아먹는 독특한 스타일
- 청춘구락부, 참숯으로 구운 양념 양대창 유명
- 꿀양집, 염통 포함 모둠구이 꿀 찍어 먹어
- 부일양곱창, 돌판에 감자·버섯과 구워 담백
- 돈박사곱창막창, 구수한 된장소스 잊지 못할 맛
- 한성식당, 시원한 배추에 진한 국물 일품
- 정성곱창전골, 깔끔한 육수·수제 닭튀김 인기


찬바람이 옷깃을 파고든다. 체온을 지켜내기 위해 두꺼운 옷을 꺼내입지만 이를 이겨낼 열량이 필요한 시기다. 열량(熱量)이란 열에너지를 계량한 수치. 줄(J)이나 칼로리(㎈)로 표기한다. 1㎈는 1g의 물을 온도 1도 올리는 데 필요한 열량이다. 어쨌든 추울 땐 열량이 필요하단 얘기다. 여기 ‘열량의 대량파괴무기’ 같은 음식이 있다. 바로 가축의 내장, 곱창이다. 소나 돼지, 양의 내장 중 곱창과 대창, 막창, 양깃머리(양) 등은, 열량 부족의 시대에 살코기보다 훨씬 높은 고열량으로 인류의 건강을 지켜왔다.(소곱창 1인분을 구우면 600㎉를 훌쩍 넘는다) 과거 곱창은 저렴하면서도 맛이 좋아 서민들의 인기를 끌었다. 무엇보다 영양 빈곤에 허덕이던 민초의 팍팍한 삶에 에너지를 주고 피와 살이 된 음식이었다. 주로 전골이나 찌개에 넣어 먹었다. 밑 손질에 손길이 많이 가는 탓에 지금은 고기 값을 뛰어넘을 정도로 비싸졌지만, 여전히 호식가(好食家)로부터 열렬히 사랑받고 있는 것이 곱창이다. 차가운 공기가 뒤덮은 11월 하순, 열량 공급의 파이프 같은 곱창집(양대창 포함)을 여럿 모아 소개한다.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부터 녹진한 기름 맛이 입안에 감돈다.

▲  꿀양집, 청춘구락부, 장호왕곱창(위 왼쪽부터), 부일양곱창, 한성식당, 평양집(아래 왼쪽부터)

평양집

차돌박이 맛집으로 알려졌지만 소 곱창과 양깃머리도 유명하다. 철근을 잘라 석쇠처럼 만든 불판 위에 기다란 생곱창을 올려준다. 철판이 아니라 불이 직접 올라오는 불판이라 곱이 흘러내리지 않게 똬리를 틀어 구워야 한다. 얼추 익으면 가위로 성큼 잘라 입에 쏙 넣으면 끝이다. 쫄깃쫄깃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샘솟는 곱창과 부드럽고 신선한 곱이 입안에서 하모니를 이룬다. 마지막으로 양밥을 먹으면 된다. 양깃머리를 잘라 밥에 섞고 깍두기 국물에 볶아나온 밥이 느끼한 맛을 가시게 한다. 시간 한정으로 판매하는 내장곰탕도 별미다.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186. 곱창 2만4000원. ★필수 곁들임=양밥 1만6000원.


소곱놀이

TV 예능프로 ‘나 혼자 산다’에 소개돼 이른바 ‘화사 신드롬’으로 이름난 집. TV 등장 이전부터 홍대 앞에서 유명했던 소곱창집이다. 차곡차곡 올린 곱창과 양파, 대파, 부추 등이 지글지글 익어가면, 미처 곱이 흘러나오기 전에 새끼손가락 두 마디 길이로 잘라준다. 오랜 경험을 통해 가장 맛있게 즐길 수 있는 한입 크기다. 고소한 곱창과 진한 육즙(피) 맛의 염통과 아삭한 양파, 기름에 지진 부추와 대파의 향긋함이 한데 섞인 복합적 맛을 추구한다. 기름 맛을 더 즐기고 싶다면 대창을 함께 주문하자. 대창 기름에 볶듯 튀기듯 익어가는 곱창이 궁합이 좋다. 곱과 기름을 머금은 볶음밥은 선택이 아닌 필수. 서울 마포구 양화로6길 91. 곱창 대창 1만8000원. 모둠 5만2000원. ★필수 곁들임=볶음밥 2000원.


장호왕곱창

고기가 잔뜩 든 김치찌개와 내포 수육 ‘짤라’로 유명해졌지만 원래 상호에서 알 수 있듯 곱창집 임을 잊으면 안 된다. 철판도 직화도 아니다. 곱창과 마늘, 김치, 파조리개 등을 알루미늄 포일에 올려 볶듯 익혀 먹는 독특한 스타일이다. 특유의 소스에 미리 재워서 가능한 조리법이다. 다진 마늘과 후추, 과일을 섞은 듯한 소스가 고소한 곱창 맛을 당장 살려준다. 곱창을 주문하면 두툼한 막창과 잘라서 펼친 대창, 벌집양까지 나온다. 곱창을 실컷 먹고 난 후 국가대표급 김치찌개로 마무리할 수 있어 더욱 흐름이 좋다. 서울 중구 서소문로 83. 곱창 2만5000원. ★필수 곁들임=김치찌개 8000원.


청춘구락부

예전부터 맛난 식당이 몰려있던 마포에서 양념 양대창구이로 유명한 집이다. 매콤달콤한 소스로 살짝 양념한 양깃머리와 대창을 참숯불에 구워 먹는 곳이다. 소의 배 속에선 어땠을지 모르지만 이 둘은 참 궁합이 좋다. 고소한 기름이 가득 찬 대창과 기름기는 별로 없지만 씹을수록 고소한 육즙이 흘러나오는 양깃머리(특양)는 서로 장단점을 보완하며 감칠맛의 완성을 이룬다. 대창과 양은 두툼한 것으로만 골라 쓴다. 화력과 향이 좋은 참숯과 열전도율이 높은 구리 석쇠를 쓴다. 곁들인 찬도 좋고 양밥도 맛있지만, 고기를 잔뜩 섭취했으니 평양식 메밀냉면이나 들기름 메밀순면으로 마무리를 하면 딱이다. 서울 마포구 토정로 308. 특양 3만2000원 대창 2만9000원. ★필수 곁들임=들기름 메밀순면 1만1000원.


꿀양집

일산에서 회오리같이 둘둘 말린 내장으로 돌풍을 일으키는 집이다. 꿀을 찍어 먹는 것도 독특하고 믿기 어려울 만큼 저렴한 가격대도 이 돌풍에 한몫했다. 물론 맛도 좋다. 미리 초벌을 해서 내온다. 곱이 가득 든 곱창도 튼실하고 두툼한 특양, 푸딩 같은 기름이 꽉 찬 대창에다 씹는 맛이 고소한 홍창과 염통 등 다양한 내장 부위를 한 번에 맛볼 수 있는 ‘600모둠’이 시그니처 메뉴다. 특제 양념장과 꿀을 함께 내주는데 이를 적절히 찍어 먹는 맛이 포인트다. 대창에 순두부를 넣은 곱창전골 창순이와 조선향미로 지은 밥으로 함께 마무리하면 아쉬움이 남지 않는다. 외투에 냄새가 배지 말라고 의류관리기까지 갖춰놓았다.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대산로211번길 7-17. 600모둠 5만2000원. ★필수 곁들임=창순이 1만2000원.


부일양곱창

매일 생선회만 먹을 것 같지만 부산은 양곱창 골목이 여럿 있을 정도로 양곱창을 즐긴다.(전혀 회를 못 먹는 부산사람도 가끔 있다) 부평동시장 앞에도 양곱창 골목이 있는데 여기 부일양곱창이 있다. 3대를 이어가는 집이다. 메뉴 구성도 간단하다. 특양을 주문하면 양깃머리만 주고, 소금구이나 양념구이를 주문하면 양깃머리와 대창, 염통을 함께 준다. 소금구이를 주문하고 돌판에 감자와 버섯을 넣고 같이 구워 먹으면 담백하고 고소한 맛의 양곱창(사실은 양대창)을 즐길 수 있다. 양념구이를 주문하면 나중에 바로 볶음밥을 먹을 수 있지만 소금구이는 곱창볶음밥을 따로 주문해야 한다. 부산 중구 중구로23번길 29 소금구이(소) 3만5000원, ★필수 곁들임=곱창볶음밥 7000원.


▲  이우석 놀고먹기연구소장
돈박사곱창막창

대구는 막창이다. 그것도 돼지막창으로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도시다. 막창을 구워 먹는 문화가 태동한 ‘성지’이기도 하다. 안지랑 곱창골목은 막창과 곱창을 모두 파는 먹거리 골목으로 유명하다. 특히 곱창을 ‘바가지’ 단위로 넉넉하게 주면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 인기를 모았다. 돈박사곱창막창은 거리 끝쪽에 있다. 빨간 양념에 재운 돼지곱창인데 모둠세트를 주문하면 생막창 2인분과 염통 꼬치를 함께 준다. 곱창은 탱글탱글한 맛에, 막창은 쫄깃쫄깃 씹는 맛에 즐기면 된다. 큼직한 염통 꼬치는 한잔 안주로 딱이다. 막창 맛집이 대부분 그렇듯 이 집도 양념장 맛이 좋다. 매콤달콤하면서도 구수한 된장 소스에 푹 담가 먹으면 막창 고유의 고소한 맛이 펄펄 살아난다. 고기와 함께 양푼이 라면을 주문하면 좋다. 대구 남구 대명로36길 79-1. ★필수 곁들임=양푼이 라면 3000원.


한성식당

이번엔 곱창전골이다. 원래 곱창은 구이가 아니라 전골로 먼저 먹었다. 제법 매서운 늦가을 움츠린 날, 싱싱한 곱창과 양, 배춧속, 쑥갓, 떡과 국수사리까지 넣은 곱창전골을 팔팔 끓여 먹고 나면, 링거라도 한 병 맞은 듯 당장 힘과 온기가 나는 듯하다. 곱창전골의 핵심은 ‘어우러지는 맛’이다. 굽지 않아 곱창의 부드러운 느낌은 살갑고 흘러나온 곱이 국물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양은 씹는 맛을 보태준다. 여기서 양은 양깃머리가 아닌 소의 위장. 일명 카펫이라 불리는 부위다. 배추는 시원한 맛을 보태 느끼한 맛을 애초 차단하는 역할이다. 국물과 국수를 함께 들이켜듯 삼키고 밥까지 말고 나면 비로소 생겨나는 물리적 정신적 포만감이 자랑스러울 정도. 서울 중구 서소문로11길 8. 1만5000원. ★필수 곁들임=추가 사리 1000원.


정성곱창전골

곱창전골은 추울 때 생각나는 메뉴다. 고소한 곱이 가득 배어든 뜨겁고 매콤한 국물은 몸도 마음도 훈훈하게 한다. 이 집은 상호처럼 ‘곱창전골’만 한다. 버섯과 쑥갓, 배추 등 시원한 채소 국물에 소 힘줄, 아롱사태, 곱창이 함께 들어가 조화를 이룬다. 매끄럽고 부들부들한 곱창 안에는 곱이 가득 차 국물 맛을 더욱 진하게 추켜세운다. 과하지 않을 정도로 진한 국물이 연신 목을 타고 넘어가며 소주를 부른다. 곁들여 주문할 수 있는 수제 닭튀김도 걸작이다. 닭봉(날개 아랫부분)을 튀겼는데 바삭하고 속엔 육즙을 품었다. 고양시 일산이 본점인데 파주 야당역 앞에도 있다. 깔끔하고 친절하기까지 하다. 경기 파주시 경의로 1056 아이플렉스 124호. 1인분 1만3000원. ★필수 곁들임=수제 닭튀김 6000원.

놀고먹기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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