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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한성우 교수의 맛의 말, 말의 맛 게재 일자 : 2020년 11월 20일(金)
키위와 참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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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가요 ‘청산별곡’을 보면 고려 시대에는 다래를 먹으려면 청산에 가야 했지만, 오늘날에는 마트에 가면 된다. 물론 마트에서는 다래를 안 파니 키위를 먹어야 한다. 다래와 키위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지만 키위의 여정을 살펴보면 그 관계가 파악된다. ‘키위’는 과일 이름이기 이전에 새 이름이다. 뉴질랜드에 가면 볼 수 있는 날지 못하는 새 이름이다. 키위는 어쩌다 과일 이름이 됐을까?

키위의 원산지는 중국의 양쯔(揚子)강 유역인데 중국에서의 이름은 ‘양타오(羊桃/楊桃)’였다. 이것이 20세기 초에 뉴질랜드로 전해져 오늘날과 같이 개량된다. 이것이 딱히 이름이 없는 상태에서 미국에 수출되자 미국 업자들은 뉴질랜드를 대표하는 동물인 키위를 과일 이름으로 붙였다. 이 과일의 겉을 덮고 있는 털을 보면 키위의 그것과 비슷해 이런 이름을 붙이는 것이 무리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이 과일이 우리 땅에 전해지면서 ‘키위’ 혹은 ‘양다래, 참다래’라는 여러 이름이 붙었다. 키위나 양다래는 문제 될 것이 별로 없어 보이는데 참다래가 문제다. 식물의 이름 앞에 ‘양’은 ‘서양(西洋)’을 뜻하는 ‘양(洋)’이다. 키위의 원산지가 중국이지만 뉴질랜드에서 개량한 것이니 양다래라고 부르지 못할 이유는 없다.

‘참’은 진짜 혹은 토종을 뜻한다. 그러니 ‘참다래’는 고려 시대에도 먹었던 우리 땅의 다래여야 한다. 그런데 뉴질랜드산 개량종에 ‘참’을 붙인 것이다. 야생 다래보다 맛이 더 좋아서 붙였을 수도 있지만 아마도 재배하거나 판매하는 사람 처지에서는 ‘참’을 붙이는 것이 더 유리하니 그리 붙였을 것이다. 키위의 이런 역사는 ‘신토불이(身土不二)’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우리 땅에서 난 농작물을 먹어라’는 구호가 무색해진다. 농작물 또한 세계화된 마당이니 ‘신(身)’은 한반도에 있어도 ‘토(土)’는 지구촌으로 여겨야 할지도 모른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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