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채권 사상 최저치…코로나 역설

은행이 기업과 가계에 해준 대출 가운데 3개월 이상 연체돼 떼일 가능성이 큰돈의 비중이 사상 최저치를 나타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착시’라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금융감독원의 ‘9월 말 국내은행 부실채권 현황’을 보면 지난 9월 말 국내은행의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 비율은 0.65%로 집계돼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3개월 전보다 0.06%포인트, 1년 전보다 0.2%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전체 대출 규모(2148조7000억 원)는 3개월 전보다 43조7000억 원, 1년 전보다 189조 원 늘었지만, 부실채권 규모는 같은 기간 각각 9000억 원, 2조7000억 원 줄었다. 3분기 중 새롭게 발생한 부실채권은 2조7000억 원으로 2분기(3조6000억 원)나 작년 3분기(3조9000억 원)보다 적다.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해 정부가 시중은행과 손잡고 대출 만기 연장·이자 상환 유예를 지원해 경기 불황에 따른 대출 부실이 가시화되지 않은 데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금리가 낮아 이자 부담이 가벼워진 것 또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9월 말 한 달 이상 갚지 못한 대출을 의미하는 국내은행 연체율(0.3%) 역시 같은 이유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바 있다. 은행들로서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 은행들은 대출해 준 돈을 회수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비해 쌓아두는 대손충당금 적립률을 130.6%까지 끌어올렸다. 3개월 전보다 9.4%포인트, 작년 9월 말보다 20.8%포인트 오른 수치다.

민정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