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2021.2.28 일요일
전광판
Hot Click
정치일반
[정치] Deep Read 게재 일자 : 2020년 12월 01일(火)
탈원전, 통치행위 아닌 이념형 정책… 추진과정 ‘적법절차’ 어기면 수사대상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 통치행위와 정책결정

정상적인 국정 운영 불가능할 때 행사하는 非常大權이 통치행위… 정책결정, 법적 테두리 안에서 행사돼야

권력자의 이념이 제어장치 없이 ‘정책’ 둔갑하는 게 한국정치 수준… 秋장관,‘월성 수사’ 맞춰 尹총장 징계 의혹


문재인 정부의 정책치고 찬반이 극명하게 갈리지 않은 정책을 찾기 어렵다.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얻은 득표율 41% 안팎에서 찬반 비율이 등락할 뿐이다. 이 정부는 지지세력의 지지만 잘 유지하면 재집권할 수 있다는 선거전략을 기초로 정책 어젠다를 선택하고, 정책 결정은 통치행위 또는 그에 준하는 것으로 보아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는 논리 구조를 갖고 있는 것 같다. 대전지검이 월성 1호기 관련 파일을 삭제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에 대해 감사 방해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려던 때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정지를 발표했다.

◇‘이념형 정책’의 전형, 탈원전

무릇 모든 정권(그리고 정당)은 집권과 재집권을 노린다. 이를 궁극적 목표로 삼아 정책을 편다. 미국의 초대 정치학회장이었던 엘머 샤츠슈나이더는 저서 ‘반(半) 주권적 국민(The semi-sovereign people)’에서 “정책을 위해 정당이 있는 게 아니라 정당을 위해 정책이 있다”고 갈파했다. 문 정부의 정책 결정 또한 정책의 이런 정치적 속성을 이해하고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예가 탈원전 정책이다. 문 정부 집권 초기에 정국 주도 차원의 정책이야말로 ‘이념형 정책의 전형’이다. 문 대통령이 이 이슈를 정국 주도용으로 선택한 것은 지지층의 결속을 다지고 반대세력의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서라는 것 이외의 다른 이유를 찾기 어렵다. 영화 ‘판도라’ 수준의 사실 왜곡 위에서 원전의 안전성을 문제 삼았지만, 이는 우리나라 에너지 현실과 안보상의 필요, 저렴한 가격, 세계 최고 기술력과 세계 시장의 석권을 자랑스럽게 여기던 국민과 원전 관련 업계에 충격적인 것이었다.

이 탈원전 정책이란 것이 급기야 사달이 났다. 특히 월성 1호기 연장 가동 중단 정책 결정의 주요 근거가 된 경제성 심사와 관련한 감사원의 감사 결과 발표와 검찰 수사로 이 이슈는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에 버금가는 정치 현안으로 급부상했다.

◇정책 결정은 통치행위인가

실제로 추 장관은 대전지검이 월성 1호기 파일 삭제를 지시한 ‘윗선’을 겨누자 이를 통치행위에 대한 도전으로 여기고 윤 총장을 직무정지 시킨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정책 결정은 통치행위와 무슨 관련이 있을까. 통치행위냐 아니냐의 논쟁에서 관건은 그것이 언제라도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될 수 있느냐 아니냐일 것이다. 달리 말하면 통치행위가 아닌 한 대통령의 모든 정책 결정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즉 그 테두리 안에서 행사돼야 한다는 것이 민주주의 국가가 지켜야 할 기본이며 절대로 넘어서서는 안 되는 경계선이라는 말과 통한다.

대통령의 통치행위는 천재지변, 공공 안녕질서에 대한 위협 등 심각한 위기 상황이나 전쟁 상황 등에서 국가의 최고 의사결정자로서 대통령이 행사할 수 있는 ‘비상대권’을 뜻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통상의 정책 결정 과정과 절차를 밟기가 불가능하거나 곤란할 수 있고, 최고 의사결정자인 대통령의 판단과 결정을 존중하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는 현실적 고려에서 대륙법계의 국가 중에 입법례가 있는 정도인 것이 통치행위다.

우리 헌법에 통치행위 관련 문구는 찾아볼 수 없으나 ‘계엄령 선포’나 ‘긴급재정경제명령권’ 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해석된다. 그러나 이런 해석조차 허공에 떠 있는 상태다. 유신 시대 긴급조치나 5·18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당시 사법부는 통치행위라고 판결했으나, 훗날 정권이 바뀐 뒤 이 판례들은 뒤집혀 통치행위가 부정되고 피해자들이 배상을 받기도 했기 때문이다.

◇정책 결정, 적법절차 따라야

자유민주주의 제도의 근간은 법치(rule of law)주의, 삼권분립을 통한 견제와 균형의 원리, 복수 정당 제도의 보장, 사법부의 독립성 보장, 언론의 자유와 정치적 중립성 확보 등이다. 민주국가에서 국가권력은 소위 정당한 법의 절차, 즉 ‘적법절차(due process of law)’에 따라 행사되도록 강력히 요구되고 있다. 마그나카르타에서 유래되고 민주주의의 종주국이라는 미국의 수정헌법 14조의 핵심인 이 적법절차 조항은, 적당한 번역어를 찾기가 매우 어려우나, ‘정도(正道)’를 뜻하는 말로 새기면 좋을 것이다. 국가권력의 행사와 관련해 주권자인 국민이 갖는 판단 기준은 법 규정 이전에 건전한 상식이다. 이 기준은 역사적으로 형성되고 진화해 온 것이어서, 말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정상적인 도덕감정과 사고능력을 가진 사람이면 공감할 수 있는 그런 것이다.

민주국가라고 만능은 아니다. 국민이 지지하기만 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생각만큼 순진하고 위험한 생각은 없다. 국가가 국민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에는 명백한 한계가 있다. 그 한계를 규정한 것이 헌법이고 법률이다. 국가 역시 이 한계선을 넘어서면 안 된다. 사실 법치주의와 더불어 적법절차 조항은 대통령이든 국회의원이든 고위 정책 결정자들의 이념과 사상이 제도적 장치를 통과하면서 충분히 여과되지 않고 국가정책에 반영돼서는 곤란하다는 판단에 기초한다. 국가권력을 행사할 권한을 가질 개인의 이념과 사상의 편향성을 제어할 수단이 막연한 상황에서 그 해악을 최소화할 방도를 찾아낸 제도적 장치가 바로 법치주의이고 적법절차 규정이다.

◇탈원전과 한국 민주주의 수준

여권은 탈원전이 문 대통령의 선거공약이었으므로 통치행위로 보아 적법절차를 거쳐야 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를 내세우지만, 이는 설득력이 없다. 국정을 책임지기 전 선거전략 차원에서 제시한 공약과 실제로 국정의 최고책임자가 돼 다루는 정책을 같은 저울에 달 수는 없기 때문이다.

민주국가에서 정권이 교체되면서 집권세력의 이념과 사상에 따라 정책이 좌우로 기우뚱거리는 것을 피할 길은 없다. 그러나 정책의 급선회는 필경 정책의 실패를 부른다. 하물며 최고 정책 결정자의 설익은 이념과 사상이 여과 없이 곧바로 정책의 옷을 입고 나온다는 사실은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수준이 퇴행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표다. 우리가 기댈 수 있는 것은 국민 개개인이 ‘깨어 있는 시민’이 되고, 정직하고 유능한 대표자를 선출하며, 국가의 역할이 무한정 커지는 것에 본능적으로 저항하는 정신이다. 어떤 명분으로든 국가의 영역이 늘어나고 영향력이 커지면 국가는 홉스가 말한 통제 불능의 ‘리바이어던’이 되고 만다. 이 괴물 앞에 국민은 주인이 아니라, 하이에크가 경고한 ‘노예의 길’을 걷는 신세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명예교수
전 한국정책학회장


■ 세줄 요약

탈원전, ‘이념형 정책’의 전형 :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은 ‘이념형 정책의 전형’임. 탈원전 이슈를 선택한 것은 지지층의 결속을 다지고 반대세력의 기선을 제압하려는 것. 이는 정책을 위해 정당이 있는 게 아니라 정당을 위해 정책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

정책 결정은 통치행위인가 : 정책 결정과 통치행위는 다를 뿐 아니라 통치행위의 해석이 허공에 떠 있는 상태임. 대통령의 정책 결정도 헌법과 법률의 테두리 안에서 행사돼야 함. 국가권력 행사에서의 해악을 최소화할 제도적 장치가 적법절차임.

정책 결정과 한국 민주주의 : 정책의 급선회는 필경 정책의 실패를 부름. 탈원전 사례에서 보듯 최고 정책 결정자의 설익은 이념과 사상이 여과 없이 곧바로 정책의 옷을 입고 나오는 것은 한국의 민주주의 수준이 퇴행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표임.

■ 용어 설명

‘적법절차’란 국가권력의 행사가 법률로 정해진 정의에 합치하는 절차에 따라야 한다는 영미법상의 원칙. 모든 국가 작용을 지배하는 독자적인 헌법의 기본원리로서 해석돼야 할 원칙으로 간주됨.

‘통치행위’란 국가통치의 기본에 관한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 행위로 사법심사권의 적용 범위에서 제외되는 행위. 실정법 영역에서 확정된 게 아니어서 이를 자명한 것으로 이해·사용해서는 안 됨.
[ 많이 본 기사 ]
▶ 투계 준비하던 닭 주인, 닭다리에 채운 칼날에 찔려 사망
▶ 김동성 전 쇼트트랙 선수 극단적 선택 시도…“생명 지장 ..
▶ 불륜 의심하는 남편 손가락 꺾어 다치게 한 아내 선고유예
▶ 백신 1병당 접종인원 확대, 묘수인가 악수인가…전문가도..
▶ ‘기성용 초등 성폭력’ 폭로 변호사 “증거 전체 조만간 공개..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배수진 김종인-3지대 안철수…힘겨..
신규확진 356명, 주말 영향에 다시 3..
부전여전…아버지 이어 딸도 음주운..
美 FDA, 3번째로 코로나 백신 존슨앤..
천안함 함장 전역… 부하 잃고 살아남..
topnew_title
topnews_photo 인도 남부 텔랑가나주 로토누르 마을에서 지난 23일 불법 투계를 준비하던 닭 주인이 닭다리에 채운 칼에 찔려 숨졌다고 BBC가 27일(현..
mark김동성 전 쇼트트랙 선수 극단적 선택 시도…“생명 지장 없어”
mark‘기성용 초등 성폭력’ 폭로 변호사 “증거 전체 조만간 공개”
김동성, 의식 흐릿한 상태로 발견…“생명 지장 없어..
백신 1병당 접종인원 확대, 묘수인가 악수인가…전..
“증거 내놔라” vs “원하는 대로”…기성용 사건 ‘끝..
line
special news 장제원 아들 래퍼 노엘, 이번엔 폭행 시비 연루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었던 장제원 의원(국민의 힘)의 아들인 래퍼 노엘(20·장용준)이 폭행 시비에 휘말..

line
백신 이상반응 97건 추가 총 112건, AZ 111건-화이..
홍준표, 이재명 정조준…“끝까지 살아남을 거라 보..
불륜 의심하는 남편 손가락 꺾어 다치게 한 아내 선..
photo_news
한·중 미녀 골퍼 대결서 유현주·안소현 ‘승리’…..
photo_news
클럽하우스에 등장한 정용진 “우승 반지 끼고..
line
[Review]
illust
‘文레임덕 촉발 논란’ 박범계…‘이마트로 국내 복귀’ 추신수
[북리뷰]
illust
아마존을 넘어 우주로… ‘창조자’ 베조스의 꿈
topnew_title
number 배수진 김종인-3지대 안철수…힘겨루기 2라..
신규확진 356명, 주말 영향에 다시 300명대..
부전여전…아버지 이어 딸도 음주운전 신고..
美 FDA, 3번째로 코로나 백신 존슨앤드존슨..
hot_photo
최지만, 무릎 통증으로 MLB 시범..
hot_photo
‘소림축구’ 출연했던 홍콩 영화배..
hot_photo
‘학폭 논란’ 스트레이키즈 현진, ..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한형민)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1년 1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