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적 뒤 사망발견까지 26시간… 가족에 “미안” 통화

경찰, 사망경위 수사 착수
유서 있는지 자택 등 수색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당 대표실 부실장 이모(54) 씨가 옵티머스자산운용 관계사 측으로부터 사무실 기기 임차료를 지원받았다는 의혹 등으로 검찰 소환 조사를 받던 도중 사망해 경찰이 사망 경위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이 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유서 확보 시도와 관련자 조사 등을 검토하고 있다.

4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서초경찰서는 전날 오후 9시 15분쯤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경내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이 씨의 사망 경위를 수사하고 있다. 시신이 발견된 장소에서는 이날 오전까지 유서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는 올해 4·15 총선 당시 서울 종로구에 출마했던 이 대표의 선거캠프가 옵티머스 관계사인 트러스트올로부터 복합기 임차료 76만 원을 지원받은 혐의와 함께 1000만 원 상당의 가구와 집기류 등을 제공받았다는 의혹 등으로 지난 2일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 주민철)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이 씨는 이날 오후 6시 30분쯤 저녁 식사를 하겠다며 검찰청사를 나간 뒤 10분 후쯤 자신의 부인과 마지막으로 통화하며 “(가족들에)미안하다”는 취지의 말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이 씨가 오후 10시가 넘어도 귀가하지 않은 채 휴대전화가 꺼져 있자 가족들이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고 한다. 실종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휴대전화 위치추적 등을 통해 이 씨의 위치를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시신 발견 현장 목격자와 이 씨의 부인 등 가족들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마친 상태다. 또 현장에서 발견된 이 씨의 휴대전화도 잠금장치가 걸려 있지 않았지만, 사망과 관련된 내용은 특별히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향후 이 씨의 유서 발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자택을 수색하는 한편, 검찰 조사 당시 동행했던 변호인을 불러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하는 등 사망 경위를 규명할 예정이다.

한편 경찰은 이 대표의 지역구 사무실이나 여의도 국회 집무실 등에 대한 수색 계획은 아직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향후 경찰 조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이 씨의 자택 등에서 유서나 사망 경위를 엿볼 수 있는 자료가 발견되면 조사 범위가 확대될 여지도 있다. 또 이날 검찰 조사에 동행했던 이 씨의 변호인 진술 등 이 씨 주변인 조사 과정에서 이 씨의 죽음에 관한 단서가 추가로 나올 가능성도 남아 있다.

이 씨는 이 대표의 과거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으로 활동했고, 이 대표의 전남지사 재직 당시에는 정무특보를 지낸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최지영 기자 goodyoung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