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백수린 작가 인스타그램 캡처
빵 이야기로 산문집 낸 백수린
모두 마음 붙일 곳을 찾아 헤매는 시절이다. 누군가는 명상을 하고, 누군가는 그림을 그린다. 또 누구는 수학 문제 풀이에 몰입하며 상념을 없앤다. 힘들어도 ‘다정함’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 소설가라고 해서 다를까. 백수린(38·사진) 작가는 매일 글을 쓰듯, 빵을 굽는다. 스스로 “나와 타인에게 정성스러워지고 싶은 마음”이라고 표현한 그 행위는,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삶을 살아내게 한다. 이 마음 오롯이 담아, 백 작가가 2020년 끝에 선물 같은 책 한 권을 내놓았다. ‘다정한 매일매일’(작가정신). 등단 10여 년 만에 선보이는 첫 산문집이다.
최근 서면으로 이야기를 나눈 백 작가는 올해 학생들을 직접 만날 수 없어 아쉬웠고, 원고를 쓰러 카페에 가지 못해 곤혹스러웠다고 했다. 그런데도 소설집, 번역서 두 권, 산문집 등 총 네 권의 책을 출간했다. 그리고 빵을 좋아하고, 빵 굽기도 잘하는 것으로 유명한 그의 SNS에는 매일같이 포근한 식탁 풍경이 올라오곤 했다. 향기로운 차와 따뜻한 빵. 산문집의 부제처럼 “빵과 책을 굽는 마음”으로 버틴 일상. ‘좋아하는 것’을 충분히 좋아하며, 그의 바람대로 “스스로 조금 더 너그러워지고 타인을 조금 더 사랑하는 사람”이 되는 과정이었다. “그리운 사람이 많아졌고, 앞으로 어떤 가치를 추구하며 살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일도 늘었어요.”
백 작가가 좋아하는 소설과 그 속에 등장하는 빵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은, 문학과 빵 굽는 일상이 버무려진 ‘읽고’ 또 ‘맛본’ 감상문이기도 하다.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 속 생일케이크를 통해 우리를 살게 하는 것은 어떤 힘인지, 필립 로스의 ‘울분’ 속 파스트라미 샌드위치를 통해 어른이 된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한다. 또 제임스 설터의 ‘소설을 쓰고 싶다면’ 속 티라미수는 작가 지망생들이 느끼는 12월과 같은 맛으로 비유된다. 신춘문예 응모가 있는 달이어서다. 달콤하면서도 쌉쌀한 인생, 그리고 소설 쓰기의 본질을 논하는 것이다.
펌킨 파이, 마카롱, 캄파뉴, 슈톨렌, 사과 머핀…. 40여 종에 이르는 책 속 빵을 거의 다 먹어봤다는 백 작가는, 올 한 해를 잘 견뎌온 우리에게 ‘붕어빵’을 권했다. 함께 읽을 소설로는 델핀 드 비강의 ‘고마운 마음’을 추천했다. “낱개로는 살 수 없는 빵이잖아요. 같이 먹을 사람이 따뜻하게 맛볼 수 있도록 봉투를 코트 속에 품고 걸었던 그 마음 그대로…. 고마운 이들을 기억하는 연말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kind=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