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문10답>변이 바이러스, 세포침투 관여하는 돌기단백질 변형…전파력 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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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英·남아공 코로나 변이 확산

변형 많이 이뤄진 변종과 차이… “백신 통한 집단면역 어려울 수도”

23개중 8개가 돌기단백질 변이
N501Y 등이 감염력 증가 영향

英·남아공변이도 치명률 비슷
英선 12월 첫 출현 보고됐지만
훨씬 이전부터 퍼졌을 가능성

전문가들 “변이에도 백신 효과”
일각 “남아공 변이는 확신못해”
언제든 제3, 제4 변이 가능성

현재 유행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보다 감염력이 70% 더 강하다고 알려진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가 세계 곳곳으로 확산하면서 국제사회의 공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9월 영국에서 처음 발견됐지만,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방역조치는 최근에야 이뤄져 이미 전 세계에 널리 퍼져 있을 가능성이 크다. 국내에서도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 유입 확진 사례가 연이어 나오고 있어 ‘코로나 시즌2’가 열릴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아울러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보다도 더 감염력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남아프리카공화국발 변이 바이러스도 등장하는 등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연속적인 변이가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변이 바이러스의 정체와 현재 국내외 상황 등을 정리했다.

1. 영국 변이와 남아공 변이 언제 출현?

영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14일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을 세계보건기구(WHO)에 처음으로 보고했다. 이어 18일 이 바이러스가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훨씬 빨리 전파되는 ‘새 변이체’라고 발표했다. 이 변이가 정확히 어디에서 누구로부터 출현했는지는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변이가 이미 면역력이 저하된 암 환자에게서 출현했다는 주장이 있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지난달 말 “과학자들은 코로나바이러스가 암 환자의 몸에서 면역세포들의 공격을 덜 받으며 자유롭게 돌연변이를 일으킨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영국발 변이가 보고되기 전인 지난해 11월 독일에서 영국발 변이와 같은 변이가 발견됐다는 주장이 나와, 영국발 변이가 보고되기 훨씬 이전부터 이미 퍼져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 영국발 변이와는 다른 남아공발 변이(501.V2)는 콰줄루나탈 연구혁신·시퀀싱플랫폼(Krisp)의 유전체학팀이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감시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달 초 처음 확인됐으며 18일 WHO에 보고됐다.

2. 변종과는 다른 것인가

전문가들은 변이와 변종을 구분해서 설명한다. 변종 바이러스는 비교 대상이 되는 원형에서 유전자 변형이 매우 많이 이뤄져서 분석 결과 아예 종이 달라지는 경우를 의미한다. 이에 비해 변이는 바이러스 전파 과정에서 끊임없이 이뤄지는 소규모의 유전자 변형 과정에서 기존 바이러스와 감염력 등 일부 특성에서 차이를 보이는 경우를 말한다. 코로나19가 그 조상 격인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유전자 측면에서 21%가량 차이가 나 이름까지 새로 붙어 변종이 된 것과 달리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는 기존 코로나19와 유전자 측면에서 0.07%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코로나19의 염기 수가 2만9903개에 달하는 만큼 그 차이가 매우 작은 셈이다. 전문가들은 통상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키면 전파력, 감염력은 강해지지만, 치명률은 크게 영향이 없거나 낮아진다고 본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확산했던 GH형 변이 바이러스도 전파력이 최대 6배까지 높다며 우려를 키웠지만 치명률에서는 큰 차이가 없었다.

3. 영국과 남아공 상황은?

영국은 전파력이 더욱 강한 변이의 영향으로 6일 연속 하루 신규 확진자가 5만 명을 넘어섰다. 현지시간 3일 기준 누적 확진자도 265만 명을 돌파했다. 이미 잉글랜드 동부와 남부 일대에는 모든 비필수 업종의 영업이 중단되고 등교 등 특별한 사유 없이는 집을 떠날 수 없는 봉쇄령이 발령됐다. 영국 정부는 등교 중단을 포함한 더 강한 봉쇄조치도 검토하고 있다. 남아공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110만 명을 넘은 가운데 남아공 정부도 오후 9시부터 오전 6시까지 통행을 금지하고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며 술 판매를 전면 금지하는 등의 봉쇄조치를 시행 중이다. 세계 각국도 변이 유입을 막기 위해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다. 50여 개국이 영국발 입국을 제한하고 있고, 일본과 인도네시아는 외국인의 입국을 전면 금지했다.

4. 변이 바이러스 왜 전파력 높나

일반적으로 바이러스는 복제 과정에서 계속 변이한다. 코로나19 변이가 전파력이 높은 이유는 바이러스 표면에 위치한 ‘스파이크(돌기) 단백질’ 유전자에서 발생한 변이 때문이다. 스파이크 단백질은 코로나19가 세포에 침투할 때 사용하는 주요 부위다. 영국 코로나19 변이는 모두 23개 유전자 변이가 발견됐는데 그중 6개는 바이러스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17개 변이 중 8개가 스파이크 단백질 유전자와 관련이 있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영국 보건 당국은 그중 특히 ‘N501Y’ ‘N439K’ 및 ‘Y453F’ 유전자 변이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감염력 증가에 관여할 것으로 추측했다. N501Y는 남아공발 변이에서도 발견됐다. 호주 바이러스학회 회장인 길다 테치지안 브루넷연구소 교수에 따르면 남아공발 변이는 영국발 변이에 비해 ‘E484K’와 ‘K417N’ 두 유전자 변이가 추가됐다. 다만, 높은 전파력과 달리 아직 영국과 남아공발 변이 모두 치명률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5. 변이 바이러스 원리는

바이러스는 세포의 형태를 갖추지 못한 유전정보를 가지고 있는 핵산과 이를 둘러싼 단백질 막으로만 구성돼 있어 스스로 물질대사를 할 수 없다. 따라서 살아 있는 세포에 기생한다. 세포 속으로 침투한 바이러스는 숙주세포의 유전자 복제와 단백질 합성 도구를 사용해 증식한다. 즉 바이러스가 끊임없이 변이한다는 의미다. 영국 변이 바이러스는 변이가 일어나는 스파이크 단백질의 수용체 결합영역 N501Y의 변이다. 501번 아미노산이 아스파라긴(N)에서 타이로신(Y)으로 바뀌었다는 의미다. 바이러스가 우리 몸에 침투하려면 스파이크 단백질이 피감염자 호흡기 세포에 있는 단백질인 앤지오텐신전환효소2(ACE2) 수용체와 결합해야 하는데 N501Y를 보유한 스파이크 단백질은 ACE2 수용체와 결합하는 능력이 더 높아진다. 보통 스파이크 단백질 머리 부분에 변이가 생기면 결합력이 강해진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 국내 유입 차단을 위해 지난달 29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입국장에서 방역요원들이 소독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6. 전장 유전체 검사는 무엇?

방역 당국은 영국발 입국자가 코로나19에 확진되면 전장 유전체 분석(genome-wide association study·GWAS)을 실시해 변이 여부를 파악하고 있다. 전장 유전체 분석이란, 염기서열 전체를 분석해 유전체에서 발생하는 유전 변이 여부를 확인하는 것을 말한다. 보통 질병을 가지고 있는 그룹과 질병을 가지고 있지 않은 대조군의 DNA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염기가 2만9903개로, 이 염기가 어떤 순서로 배열돼 있는지 일일이 확인해 아미노산의 변이 여부를 찾아낸다고 생각하면 된다.

기존 코로나19 진단 시 사용했던 방법은 유전자증폭(PCR) 검사다. PCR 검사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특징에 해당하는 유전자 조각 일부를 증폭해 확인하는 방식으로, 바이러스의 유전체 염기서열을 모두 해독하는 전장 유전체 검사보다 방식이 간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전장 유전체 검사에 소요되는 기간 역시 PCR 검사보다 상대적으로 더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기존) PCR 검사는 바이러스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지만, 변이와 관련해서는 유전체 분석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좀 더 걸린다”고 설명했다.

7. 국내 감염 상황 및 대응책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3일 기준 국내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는 총 10명으로 영국발이 9건, 남아공발이 1건이다.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 확진자는 지난해 12월 26일 검역과정에서 발견됐다. 방역 당국은 확진 후 바로 치료시설로 이송돼 지역 사회와의 접촉은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영국 변이 바이러스는 지역 사회 전파 가능성이 남아 있다. 지난해 11월 8일(1명)과 12월 13일(3명)에 나눠 입국한 일가족 중 먼저 입국한 1명은 감염자와 같은 집에 머무르다가 12월 27일에야 확진됐다. 진단검사가 늦어지는 과정에서 확진자가 15명과 접촉했다. 현재까지 해당 접촉자들은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무증상 감염과 강해진 전파력으로 변이 바이러스의 국내 확산은 시간문제라는 지적이다. 검역을 철저히 하면서 동시에 백신과 치료제 도입에 속도를 내는 것이 대응책으로 꼽힌다. 변이 수준이 낮을 때는 현재의 백신과 치료제로 대응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체돼 변이 수준이 높아지면 백신을 다시 개발해야 하는 상황이 빚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8. 글로벌 확산 및 WHO 심각성 인식?

5일 현재까지 영국발 변이는 최소 36개국으로 확산한 상태다. 영국에서 먼저 확인된 변이는 이어 한국을 포함해 그리스, 네덜란드, 노르웨이, 대만, 덴마크, 대만, 레바논, 몰타, 미국, 베트남, 벨기에, 브라질, 사이프러스, 스웨덴, 스위스, 스페인, 싱가포르, 아이슬란드, 아랍에미리트(UAE), 요르단, 인도, 아일랜드, 이스라엘, 이탈리아, 일본, 중국, 칠레, 캐나다, 터키, 파키스탄, 포르투갈, 프랑스, 핀란드, 호주로 확산됐다. 남아공발 변이도 영국과 일본, 스위스, 핀란드, 호주, 잠비아, 프랑스 등으로 확산됐다. 데이비드 헤이만 WHO 전략기술자문위원장은 “잇따라 나타나는 변이들로 전염성은 커졌지만, 기존 치료법과 백신 등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면서도 “계속되는 변이 때문에 백신 접종을 통한 집단면역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9. 기존 백신 효과 있나?

세계 각국에서 접종되고 있는 백신이 변이에도 효과가 있을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다수의 전문가와 백신 제조업체들은 변이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그렇지 않을 거란 반론도 있다. 화이자와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는 모두 “백신이 변종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주장하고 있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도 “백신은 변이 바이러스들에도 보호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WHO도 “백신이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반론도 있다. 영국 옥스퍼드 의대 존 벨 교수는 최근 인터뷰에서 “현재 개발된 코로나19 백신이 영국발 변이에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남아공발 변이에 관해서는 모르겠다. 큰 물음표가 있다”면서 “남아공 변이는 단백질 구조에 꽤 큰 변화가 있다. 남아공 변이가 더 우려된다”고 말했다.

10. 제3, 제4 변이 가능성

당연히 가능하다. 돌연변이는 바이러스 입자 표면 단백질에 있는 몇 개의 핵심 아미노산을 교체하면 되기 때문에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 다양하게 변이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변이를 거듭해오고 있다. 현재까지 인간에게 병을 일으키는 코로나바이러스는 총 7종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 중 사스(SARS-CoV)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ERS-CoV), 코로나19(SARS-CoV-2) 3종은 중증 폐렴 등 심각한 호흡기 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고병원성이다. 나머지 4종은 감기를 유발하는 저병원성으로 실제 감기의 약 25%는 저병원성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WHO는 현재 유행 중인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유전자형에 따라 S, V, L, G, GH, GR그룹 등으로 분류하고 있다. 국내에도 지난해 4월까지 초기에는 중국 및 아시아 국가에서 유입된 S와 V그룹이 유행했지만, 그 이후부터 유럽, 아메리카 및 아프리카 지역에서 확산했던 G, GR, GH그룹이 유행했다.

최재규·박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