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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지식카페 게재 일자 : 2021년 01월 13일(水)
낯설면서 익숙, 단순하며 화려… 古典 장식으로 ‘초현실적 美’ 수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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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1. 마르셀 반더스가 디자인한 카타르의 몬드리안 도하 호텔 아트리움의 모습. 고전적인 장식을 활용해 초현실적인 신비로움을 느끼게 하는 이 인테리어는 상반되는 것들이 강렬하게 부딪히면서도 조화를 이루는 반더스 디자인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 최경원의 세상을 바꾼 디자인 - (2) 마르셀 반더스

품격·역사성 가치 더한 스푼·포크·나이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로 바뀐 화장대
상반되는 것들이 강렬하게 부딪히는 패러독스가 매력인 현존 세계 최고 산업디자이너


지금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디자이너는 누구일까? 아마도 많은 사람은 네덜란드 출신의 산업 디자이너 마르셀 반더스(Marcel Wanders)를 꼽지 않을까 싶다.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한 이름이지만 그는 지금 세계적으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가장 핫한 디자이너다.

그가 디자인한 카타르의 몬드리안 도하(Mondrian Doha) 호텔 인테리어를 보면 어렵지 않게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사진1)

그의 디자인은 일단 압도적으로 화려한 느낌과 초현실적인 신비로움으로 보는 사람의 눈과 마음을 강렬하게 파고든다.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는 것 같으면서도 어디에선가 많이 본 것 같다. 익숙한데 낯설고, 심플하면서도 화려하다. 상반되는 것들이 강렬하게 부딪히는 패러독스함. 바로 이게 반더스 디자인의 매력이며, 그가 지금 세계 최고의 산업 디자이너로 손꼽히는 이유다.

이처럼 서로 반대되는 조형요소들이 다층적으로 부딪히면 이미지는 매우 강렬해지지만 전체가 하나로 조화되기는 어렵다. 그런데 반더스는 그런 것들을 한 줄로 꿰어서 매력적인 이미지로 만들어 버린다. 이게 바로 반더스의 뛰어난 디자인 능력이다.

그렇게 해서 그의 디자인에서 만들어지는 가장 중요한 매력은 바로 ‘고전성’과 ‘장식성’이다.

그의 디자인에는 언제나 고전적인 장식들로 가득하다. 고전은 누구에게나 낯설지 않고 익숙하다. 그리고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는 말처럼 장식을 좋아하는 것은 인간의 본질적인 감수성이다. 반더스는 이런 고전 장식의 보편성을 꿰뚫어 보고, 그것을 활용해 세계를 매료시키는 디자인을 만들고 있다.


반더스 스스로가 자신의 디자인을 ‘뉴 앤티크(New Antique)’라고 한 배경에는 이런 보편성에 대한 이해가 자리 잡고 있다. 그렇기에 반더스의 디자인에서는 고전주의적인 장식성이 어떻게 재해석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게 포인트다. 그의 스푼, 포크, 나이프 디자인을 보면 그런 매력을 흠뻑 느낄 수 있다. (사진2)

자르댕 데덴(Jardin d’Eden) 시리즈 은제 커틀러리 세트 디자인에서 반더스는 흔히 쓰고 있는 커틀러리 류의 표면에 고전적 장식 무늬를 잔뜩 새겨 넣었다.

그것만으로도 그저 그런 커틀러리들은 더없이 화려하고 아름다운 사물로 변모하고 있다. 이런 도구로 식사를 한다면 귀족이 부럽지 않을 것 같다. 그런데 고전적 장식이 들어간 스푼이나 나이프는 세상에 수없이 많은데, 이상하게도 이 커틀러리 세트에서는 오래된 느낌보다는 새로운 느낌이 더 든다. 고전적 장식무늬가 문신처럼 돋을새김됐기 때문이다. 뛰어난 디자이너는 디자인을 어렵게 하지 않는다. 단지 문신을 연상시키는 처리만으로 그는 그저 그런 스푼과 포크, 나이프를 아주 새로운 것으로 만들고 있다. 그런데 이런 고전적 새로움은 일반적인 새로움에 비해 품격과 역사성이라는 가치를 더 갖추고 있다. 그 어떤 첨단의 디자인도 가질 수 없는 가치다.

비교적 최근작인 라문(Ramun)의 벨라(Bella) 조명에서는 전통을 구현하는 반더스의 농익은 솜씨를 잘 살펴볼 수 있다. (사진3)

먼저 고전적인 종의 이미지와 LED 조명의 융합이 참 뜬금없다. 오래전부터 그는 전통적인 종 모양을 디자인에 많이 차용해 왔는데, 이 조명에서 그 정점을 찍은 듯하다. 그런데 종 모양과 조명의 결합은 이 디자인에 시각적 성격을 잔뜩 부여하고 있다. 그래서 그냥 자리에 놓여있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시각적 카리스마를 뿜어낸다. 조각적 오브제로도 훌륭하다.

그런데 이 조명등은 정말 종처럼 손에 쥐고 이리저리 옮길 수가 있다. 조명은 그 자리에 고정시켜 사용한다는 선입견을 여지없이 파괴해 버린다. 그래서 이 이동하는 조명은 때론 랜턴이 되고, 때론 독서등도 되며 무드등도 된다. 게다가 이 조명에서는 진짜로 종소리가 난다. 종소리로 녹음된 환상적인 음악이 저장돼 있어서 건드리기만 하면 모양만큼이나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준다. 빛과 음악을 결합한 미적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 디자이너의 배려라고 하는데, 그래서 해가 지고 난 뒤부터 이 조명은 쓰는 사람의 곁을 한시도 떠날 수 없게 된다.

이 조명의 종 모양과 투명한 플라스틱 재질이 자아내는 아름다움은 이 디자인의 화룡점정이다. 플라스틱임에도 불구하고 유리나 크리스털 같은 재료가 빚어내는 고급스러움을 자아낸다. 빛의 굴절을 계산해 아름다운 투명함을 만든 디자이너의 솜씨가 돋보인다.

그런데 이 투명한 종 모양의 조명은 궁극적으로 우리를 초현실적인 감흥으로 이끈다.

반더스의 디자인에서는 이런 초현실적인 체험을 많이 하게 되는데, 마요르카에 위치한 빌라 카사 손 비다(Casa Son Vida)의 화장대는 그것을 잘 보여준다. (사진4)

그냥 보면 베르사유 궁전의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지극히 고전적인 모습의 화장대다. 커다란 둥근 거울이 돋보이는데, 화장 테이블이 거울 안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만들어져 있다. 이 부분 때문에 화장대와 거울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로 바뀐다. 반더스의 디자인에서는 고전주의적 형태가 일관되게 나타나지만, 거의가 이런 초현실적인 분위기로 마무리된다. 그의 디자인이 낡아 보이지 않으면서 세계적인 인기를 얻는 이유다.

반더스의 디자인에서 나타나는 이런 일관된 특징들은 결과적으로 우리의 일상생활을 고품격으로 만드는 방향을 지향해 왔다. KLM 네덜란드 항공의 비즈니스석 기내 식기들을 보면 그것을 잘 알 수 있다. (사진5)

기내 식기답게 무게를 줄이고 실용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디자인됐는데, 그런 제약 사항을 충족시키면서도 반더스는 지극히 고전적인 장식미로 디자인을 마무리하고 있다.

종이나 플라스틱, 도자기, 스테인리스 스틸 등 일상에서 많이 쓰는 재료들로 만들어졌지만, 그 표면에 새겨진 고전적인 장식무늬나 꽃잎처럼 처리된 그릇, 액자를 연상시키는 트레이 등은 이 작은 기내 식기에 차분한 고전미를 더하고 있다. 고급스럽지 않은 재료와 형태에 지극한 고급스러움을 구현하는 솜씨가 참으로 뛰어나다.

그렇지만 반더스 디자인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아름다움’이다. 조형성을 아무리 세밀히 분석한다고 해도 그의 디자인이 보여주는 압도적인 매력은 설명이 불가능하다.

일본 도쿄의 긴자 식스(Ginza Six)에 있는 메종 데코르테(Maison Decorte) 매장을 보면 보는 것만으로 풍성한 아름다움에 빠지게 된다. (사진6)

앞서 말한 반더스의 모든 특징이 다 담겨있지만 그런 분석들이 그냥 눈을 통해 가슴으로 파고드는 아름다운 느낌을 다 설명해줄 수는 없다.

다만 이런 파워풀한 아름다움을 보여주기 때문에 반더스의 디자인은 지금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이런 디자인들을 끊임없이 내놓으면서 세계 디자인의 격렬한 흐름을 맨 앞줄에서 이끌고 있다. 앞으로는 또 어떤 디자인을 만들어내며 세계를 매료시킬지 기대가 되는 디자이너다.

현디자인연구소 대표


▲  마르셀 반더스(Marcel Wanders·1963∼)
■ 마르셀 반더스(Marcel Wanders·1963∼)

― 네덜란드 복스텔에서 출생

― 에인트호번 디자인 아카데미에서 제명된 후 1988년 아르넴의 호그스쿨 보르 드 쿤스텐(Art EZ예술연구소) 졸업

― 1996년 ‘매듭 의자(Knotted Chair)’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음

― 2000년 고급 가구 디자인 레이블 Moooi를 공동 창업. Moooi는 세계적인 가구 브랜드로 성장

― 암스테르담에 디자인 스튜디오를 설립, 50여 명의 스태프와 함께 수많은 프로젝트 진행 중

― 20년이 넘는 기간 세계적인 기업들과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해왔으며, 고전적인 장식성을 추구하는 독특한 디자인 세계를 만듦

― 미국 뉴욕과 샌프란시스코의 현대 미술관, 영국 런던의 V&A 박물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시립 박물관 등에서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음

― ‘비즈니스 위크’는 그를 “유럽에서 가장 인기 있는 디자이너”라고 평가했고, ‘워싱턴포스트’는 “디자인 세계에서 가장 좋아하는 스타”라고 칭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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