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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Deep Read 게재 일자 : 2021년 01월 19일(火)
한국경제, 소득주도성장론과 재정 중독이 만든 ‘블랙 아이스’ 위 달리는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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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산과 전망 ④ 경제

구조개혁 외면한 채 ‘소주성’ 매몰돼 불황 나락에… 민간 위축·소득 감소 악순환에 ‘K자형’ 양극화 심화
선거 앞두고 포퓰리즘 결합해 정부의 시장개입 노골화… 가계부채·국가빚 ‘새로운 뇌관’ 될 수도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신년기자회견에서 “2020년과 올해의 경제성장을 합쳐서 코로나 이전으로 회복할 수 있는 나라는 극히 드물다”면서 “올해 상반기 안으로 코로나 상황 이전 수준을 회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올해 한국경제를 전망했다. 과연 그럴까.

물론 지금 우리 경제는 거시적으로만 보면 크게 나쁘지 않다. 2020년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모든 국가가 마이너스 성장을 했지만, 한국은 선방해서 최상위권 성장률을 유지했다. 하지만 우리 경제의 문제는 더 근본적인 데 있다. 눈이 왔다가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면 도로가 빙판으로 변한다. 제설작업을 위해 도로에 뿌린 염화칼슘이 눈과 결합하면 도로 위에 남아 있는 수분이 표면을 더 미끄럽게 하는 ‘블랙 아이스’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고집해온 소득주도성장(소주성) 정책으로 취약해진 한국경제는 재정 중독에 빠져, 제설제로 버티려고 하는 블랙 아이스 위의 자동차와 흡사한 상황을 맞고 있다.

◇불황 나락에 빠진 한국경제

지난해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모든 국가가 각자도생하며 전인미답의 길을 갔다. 한국은 K-방역으로 대응 모범국가라 했지만, 경제활동 제한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2020년 실질성장률 -1.1%, 취업자 감소 21만8000명 등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명목은 물론 실질 1인당 국민소득 감소를 경험했다. 10년 넘게 잠재성장률이 예상보다 빠르게 하락하는 가운데 문 정부 들어 시도된 소주성 정책의 부작용으로 지난해 한국경제는 이미 불황의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임금주도성장(wage-led growth) 논리를 차용해 소주성을 주장했던 현 정부 경제 입안자들은 노동소득분배율이 지속해서 하락했다는 것을 근거로 소주성 정책을 도입했다. 한국은행이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노동소득분배율과 소주성 주장자들의 그것은 정의가 같지 않은 가운데 소주성의 근거를 놓고 학자들 사이에 논쟁이 이어졌다. 박정수 서강대 교수는 임금 인상을 통한 경기 부양과 소득주도형 성장의 근거는 약할 뿐 아니라 노동생산성 제고가 없는 임금 인상은 경제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실증 분석을 통해 확인했다.

그런데도 소주성을 주장하는 정책 입안자들은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통해 가계의 처분가능소득을 늘리고, 통신비 인하 등을 통해 핵심 생계비를 경감하며, 공무원 증원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및 중소기업 취업 지원을 통해 일자리를 늘리고,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는 동시에 소득 분배를 개선하는 소주성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소주성 정책이 모두 재정 지출이 뒷받침돼야 가능했다는 것이다. 세계 경제가 급격한 패러다임 전환의 소용돌이에 있어 구조개혁이 절실한데 한국경제는 이를 외면한 채, 소주성에 매몰돼 재정 지출로 성장과 고용지표를 유지하는 데 열중했다.

◇민간 위축과 경제 악순환구조

소주성 도입 초기인 2017년과 2018년에는 실질경제성장률에 대한 민간 기여도는 각각 2.5%포인트와 2.1%포인트로 전체 경제성장률의 70∼80%를 민간부문이 견인했었다. 하지만 2019년 민간 기여도는 0.4%포인트로 경제성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그친 반면, 정부 기여도는 1.6%포인트로 80%에 이르렀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에 이미 민간 부문이 위축돼 정부 지출로 성장을 이어나가는 상황이었다. 지난해에도 재정 지출이 없었다면 민간부문만으로는 1%대 성장마저 어려웠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 확산은 한국경제를 더 벼랑길로 몰아갔다. 2020년에만 21만8000명의 취업자가 감소했다. 부동산 정책 실패로 자산 분배의 불평등이 커지면서 부채 또한 증가했다.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금융자산이나 처분가능소득의 증가율보다 금융부채의 증가 속도가 빨라지고, 특히 30대·저소득층·자영업자의 금융자산 내 금융부채의 비중이 높게 나타나는 등 재무적 양극화가 확대됐다. 가계와 기업의 재무 건전성도 계속 악화했다. 지난해 말 1965조 원에 이른 가계부채는 지난 한해 207조 원이나 늘어 2004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로 증가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중소기업 비중이 지난해 6월에 53%에 달했다.

정부부채 역시 급속히 증가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4차례 추가경정예산을 집행한 결과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3.9%,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은 5.9%로 역대 최고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계부채의 경우 가장 큰 우려는 부채의 상당 부분이 주식과 부동산 매입을 위한 ‘빚투’라는 점이다. 가뜩이나 민간수요가 위축돼 있는데 가계부채가 늘면 소비 여력과 내수 위축을 부른다. 이는 경제 활력을 떨어트리며 소득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만든다. 소주성이 의도했던 바와 반대 방향의 결과로 양극화가 심해진 것이다.

◇블랙 아이스 위의 한국경제

그럼 올해 경제는 어떨까. 2021년 역시 블랙 아이스 위에 있기는 마찬가지다. 백신 접종이 시간이 걸리므로 세계 경제가 코로나19 영향에서 벗어나려면 2022년 초나 될 것이다. 제조업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출이 잘된다면 3% 내외의 성장은 가능할지 몰라도 ‘K자형’ 회복이 될 것이다. 코로나의 경제적 피해가 내수와 중소 영세상공인들에게 집중되는 불균형이 더 커질 것이다. 정부가 구조개혁을 등한시함으로써 소주성의 근거였던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출과 내수 부문의 불균형은 해소가 아닌 심화하는 쪽으로 나아갈 것이다.

지난해 위기 속에서 집행한 정책을 정상화하는 과정이 위기 극복 과정보다 더 위태로울 수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경고한 것처럼 작은 충격에도 시장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최근 가계 빚 폭증과 실물경제·금융시장 간 괴리가 확대된 상황인데, 이후 회복 과정에서 대차대조표 불황이 야기될 위험이 있다.

게다가 올해와 내년에 있을 중대선거로 인해 경제정책이 단기적이고 포퓰리즘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 팬데믹이 경제·교육 격차 확대와 같은 경제구조의 변화를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격차의 심화는 포퓰리즘을 부추겨 더 많은 재정 지원과 정부의 직접적인 시장 개입을 통한 격차 완화를 요구하게 할 것이다. 재정 중독 현상으로 국가채무 증가 속도가 급격하게 빨라지는 가운데 미국의 인플레이션에 따라 가계부채와 더불어 위기의 새로운 뇌관으로 부상할 가능성은 늘 존재한다. 블랙 아이스 위에서 재정으로 경제를 버티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서강대 교수, 전 한국경제학회장


■ 세줄 요약

불황 나락에 빠진 한국경제 : 문재인 정부 들어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부작용으로 지난해 한국경제는 불황의 나락으로 빠져들어. 한국경제는 절실한 구조개혁을 외면한 채 소주성에만 매몰돼 재정 지출로 성장과 고용지표를 유지하는 데만 열중함.

민간 위축과 경제 악순환구조 : 실질경제성장률의 70∼80%를 견인했던 민간 기여도는 코로나 확산 이전인 2019년에 이미 20%로 줄어듦. 코로나 확산 이후 가계부채가 급증하면서 내수 위축과 경제 활력 저하 및 소득 감소를 부르는 악순환이 형성됨.

블랙 아이스 위의 한국경제 : 올해 한국경제는 ‘K자형’ 양극화가 심화하고, 선거 국면에서 경제정책이 포퓰리즘으로 흐르면서 정부의 직접적인 시장 개입도 심해질 듯. 블랙 아이스 위에서 재정 지출만으로 경제를 버티기는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음.

■ 용어 설명

‘K자형’ 회복이란 고학력·고소득층은 경제 침체에서 비교적 빠르게 회복하는 반면, 저학력·저소득층은 좀처럼 회복하지 못해 침체가 심화하는 것. ‘회복’보다는 ‘양극화’를 강조하기 위한 표현.

‘임금주도성장’은 임금을 많이 주면 소득과 소비가 늘어 경제성장을 견인해낼 수 있다는 이론. 문재인 정부는 자영업자 비중이 유난히 높은 한국경제 구조를 고려, 이를 ‘소득주도성장’으로 바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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