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11번 “통합” 8번… 트럼프가 남긴 상처 치유에 올인

■ 취임사 분석 - 대내정책

민주주의 복원·국민통합 과제

“민주주의라는 대의명분 승리”
정치적 극단주의와 전쟁 예고

“함께일 때 美 실패한 적 없어”
국민통합 대통령 의지 분명히

제46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사를 대표하는 단어는 ‘민주주의’와 ‘통합’이었다. 대선 결과 불복과 인종 차별주의로 민주주의 종주국이자 다인종 국가인 미국에 상처를 남긴 도널드 트럼프 시대를 끊어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20일 워싱턴DC 의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행한 연설에서 ‘민주주의(democracy)’를 11번, ‘통합(unity)’을 8번, ‘함께(together)’를 6번 사용하는 등 민주주의 복원과 국민 통합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불과 며칠 전 폭력이 의사당의 토대를 뒤흔들려고 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의사당 난입사태를 상기한 뒤 “오늘 우리는 한 후보의 승리가 아니라 민주주의라는 대의명분의 승리를 축하하고 있다. 바로 이 순간 민주주의가 승리했다”고 말했다. 그는 “폭도들은 폭력을 사용하면 시민들을 침묵시키고 민주주의 작업을 멈추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오늘도 내일도 앞으로도 영원히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주의 위협요인으로 정치적 극단주의, 백인 우월주의, 국내 테러리즘을 지목하고 “우리는 이에 맞서야 하며 물리쳐야 한다”고 말해 이들과의 전쟁도 예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이들 도전 과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민주주의의 모든 것 중 가장 달성하기 어려운 통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 모든 영혼은 이 안에 있다”며 “미국을 하나로 묶고, 우리 국민을 통합하고 우리나라를 통합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또 미국이 통합을 이뤄낸다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인종 차별 문제, 미국의 떨어진 국제적 위상 등을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가 말하는 통합이 어리석은 환상처럼 들릴 수 있다는 점을 안다. 우리를 갈라놓은 힘이 깊고 실존한다는 것도 안다”며 “하지만 역사와 믿음, 이성은 통합의 길을 보여준다. 우리가 함께했을 때 미국은 실패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나는 모든 미국인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며 “나를 지지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서도 똑같이 싸울 것을 약속한다”며 국민 통합 대통령의 길을 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워싱턴 = 김석 특파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