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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안진용 기자의 엔터 톡 게재 일자 : 2021년 01월 22일(金)
“돈 필요할 때 연기를 제일 잘한다”는 윤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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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는 돈 필요할 때 연기를 제일 잘한다.”

누가 한 말일까요? 배우 윤여정입니다. 한국계 미국인 감독이 연출한 영화 ‘미나리’로 각종 영화제에서 여우조연상 14관왕에 올라, 오는 4월 열리는 미국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수상이 점쳐지는 바로 그 배우죠.

앞서 한 말은 영화 ‘바람난 가족’의 출연 계기를 밝히는 과정에서 꺼낸 속내입니다. ‘19금’ 딱지가 붙은 이 영화에서 노출 수위가 높아 다른 여배우는 거절했다며 “당시 집수리를 하려면 돈이 필요했다. 나 역시 꺼려졌지만 돈이 너무 급해 결국 수락했다”고 솔직히 말했죠.

그때 그의 나이 불과(?) 56세였는데요. 여기서 주목할 점은 윤여정의 연기 투혼이 아니라 이런 뒷이야기까지 가감 없이 밝히는 데 주저하지 않는 그의 ‘태도’입니다. 소위 말하는 ‘꼰대’스러움이 없는 윤여정은 계산 없이 말하고, 후배들과도 격의 없이 어울리는 것으로 유명하죠.

함께 연기했던 후배 공효진, 김민희와 친하게 지내며 그들과 같은 옷을 구입해 입기도 합니다. 중요한 건, 모델 출신인 그들과 같은 사이즈의 옷을 입을 정도로 자기 관리가 철저하다는 거죠. 그가 나이를 초월해 tvN 예능 ‘윤스테이’에서 박서준, 최우식 등 ‘젊은 피’와 썩 잘 어울리는 모습을 연출하는 것도 결국 체면을 차리거나 구습에 얽매이지 않는 사고방식을 가진 덕분입니다.

그래서 윤여정의 성과를 다루는 언론이 ‘70대’라는 그의 나이를 화두에 올리는 것이 아쉬운데요. 그는 50대에 19금 영화를 촬영하고, 60대에 30대 배우와 베드신을 나눈 영화 ‘돈의 맛’으로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돼 레드카펫을 밟았습니다. 그런 그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 아카데미 수상이라는 기회가 온 것이 결코 늘그막에 찾아온 우연이 아니라는 거죠.

아카데미 시상식은 백인 중심적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지만, 나이와 경력에 대해서는 관대한 편입니다. 그 증거로 이 시상식에는 ‘신인상’이 없죠. 오직 연기력으로 평가받는 만큼, 신인과 기성 배우를 구분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겁니다.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 현장에 취재 가서 ‘기생충’의 영광을 직접 지켜봤습니다. 작품상, 감독상 등 4관왕을 휩쓴 반면 연기상 부문에는 후보에도 오르지 못해 못내 아쉬웠는데요. 올해 윤여정이 그 섭섭함을 달래줄 것이란 기대감이 큽니다. ‘70대 한국 여배우’라는 편견을 걷어내고 오롯이 ‘배우’ 윤여정으로 말이죠.
e-mail 안진용 기자 / 문화부 / 차장 안진용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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