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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게재 일자 : 2021년 01월 24일(日)
세입자 보호 의도와 달리…전셋값 9년만에 최대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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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송파구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집주인-세입자 간 혼란·분쟁 여전…임대차 조정·상담 2∼3배↑

새 임대차법 시행으로 상당수의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기존 주택에 2년 더 안정적으로 거주하게 되면서 당장의 집 걱정을 덜었다.

계약갱신 시에는 전월세상한제에 따라 보증금을 5% 범위에서 올려주면 돼 비교적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보증금을 올려주며 계약을 연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효과에도 불구하고 법 시행 이후 전세난이 전국으로 번지며 신규 세입자들의 시름은 깊어졌다.

새로 집을 구하는 임차인들은 전세 품귀로 애를 먹고 있고, 어렵게 찾은 전셋집은 보증금이 수억 원씩 오른 경우가 많아 발을 동동 구르는 실정이다. 계약 갱신 과정의 혼란과 분쟁도 그치지 않고 있다.

전세난에 전셋값이 껑충 뛰자 불안해진 무주택자 일부는 주택 매수로 돌아서며 매매 시장마저 자극해 집값을 밀어 올리고 있다.

◇ 작년 전셋값 큰폭 상승…8월 이후 급등

24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7.32% 올라 2011년(15.38%) 이후 9년 만에 최대 폭으로 상승했다.

2018년 -2.47%, 2019년 -1.78% 등 직전 2년 동안 하락했다가 지난해 큰 폭의 상승으로 전환했다.

재작년 하반기부터 서서히 오르기 시작한 전셋값은 작년 상반기 0.15∼0.45% 수준에서 등락을 거듭하다가 새 임대차법이 통과된 7월 0.51%로 4년 8개월 만에 0.50% 넘게 올랐다.

역설적이게도 이 법이 본격 시행된 작년 8∼12월 0.69%, 0.81%, 0.71%, 1.02%로 상승률은 더 가팔라졌다. 새해 첫 달에도 1∼3주 누적 상승률이 0.75%에 달해 연초까지도 전세 불안이 이어지는 형국이다.

전세난은 서울에서 불붙기 시작해 수도권과 지방으로 옮겨붙은 모양새다.

서울에서는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가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

지난해 8∼12월 강남 4구 전셋값은 5.33% 상승해 서울 전체 권역 중 가장 많이 올랐다. 작년 전체로 기간을 확대하면 상승률은 9.04%로 뛴다.

송파구가 작년 8월 이후 4개월간 5.71% 올랐고 강동구 5.63%, 강남구 5.09%, 서초구 4.92% 등의 순으로 집계돼 서울 상승률 상위 4개 지역이 모두 강남 4구의 차지였다.

강남 4구 이외 지역의 전셋값 상승세도 만만치 않았다.

작년 8∼12월 동작구가 4.36% 오른 것을 비롯해 마포구(4.21%)와 관악구(4.03%) 등이 서울 평균(3.52%)을 웃돌았고, 성동구(3.15%)와 성북구(3.12%), 노원구(3.01%) 등도 4개월 동안 3% 넘게 올랐다.

수도권 전셋값은 지난해 8.45% 상승하면서 5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4개월간 5.08%로, 직전 8개월간 상승분을 압도했다.

수도권에서는 경기도가 4개월간 5.80% 상승한 가운데 하남시(10.36%)를 비롯한 수원 권선구(10.27%), 광명시(9.40%), 용인 기흥구(9.12%), 고양 덕양구(8.01%) 등 서울에서 출퇴근이 가능한 지역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가팔랐다.

같은 기간 5.93% 오른 인천에서는 연수구(12.77%) 전셋값이 가장 크게 뛰었다.

서울에서 밀려난 임대차 수요가 수도권으로 넘어가고 있지만, 수도권 역시 불과 몇 개월 만에 전셋값이 억 단위로 뛴 곳이 많아 무주택자들의 설움이 커지는 실정이다.

지방의 전셋값 역시 수도권·전국과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수도 이전 논의가 있었던 세종이 작년 8월 이후 4개월 만에 38.39% 폭등한 것을 비롯해 같은 기간 울산(11.48%), 경남 창원(7.77%), 대전(7.54%), 충남 천안(6.95%), 부산(4.94%) 등 전국 대부분 지방의 전셋값이 크게 올랐다.

◇ 갱신계약 늘며 매물 잠겨…같은 평형인데 신규 13억8천만원·갱신 7억7천만원

전문가들은 작년 전셋값 상승의 주요 원인이 매물 잠김 현상과 신규 계약 시 높은 임대료 요구 등 부작용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저금리 장기화와 실거주 요건 강화, 작년 8·4 공급대책으로 인한 청약 대기 등도 원인이지만, 계약갱신청구권을 이용해 기존 주택에 2년 더 눌러앉는 수요가 늘어난 것이 전세 잠김 현상의 핵심 요인으로 지적된다.

실제로 인터넷에 나온 전세 매물은 작년 8월 이후 급감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해 1월 7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전세 매물은 5만890건이었으나 임대차법 개정 논의가 한창이던 작년 7월 19일에는 4만417건으로 20.6% 급감했다.

법 시행 직후인 8월 1일 3만7천107건까지 감소한 전세 매물은 같은 달 16일에는 2만9천614건으로 줄어 다시 20.2% 감소했다.

정부가 작년 8월 21일 허위 매물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인터넷 등록 매물은 작년 8월 27일 1만5천828건으로 크게 내려가며 조정됐다.

조정 이후에도 전세 매물은 9월 1일 1만4천236건, 10월 1일 8천829건 등으로 크게 줄었고, 이후 11월 1일 1만1천233건, 12월 1일 1만3천689건, 올해 1월 22일 2만16건 등으로 점차 회복되고 있지만, 작년 초와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물량이 시장에 나와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허위 매물이 사라진 영향도 있겠지만, 매물이 2만건이나 차이가 난다는 건 임대차 2법 시행의 영향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작년 하반기 아파트 입주 물량이 부족했던 것도 전세 공급에 숨통을 틔워주지 못한 이유로 꼽힌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전국의 아파트 입주 물량은 7월 4만1천154가구에서 8월 3만8천261가구, 9월 3만1천443가구, 10월 2만1천987가구로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3개월 연속 감소했다.

11월 2만5천995가구, 12월 3만2천653가구 등 연말에 입주 물량이 다소 늘어났지만, 12월 물량만 놓고 보면 전년(3만2천848가구)과 비슷하고, 2018년(5만152가구)이나 2017년(5만7천320가구)보다 크게 모자랐다.

전셋값이 단기간에 크게 뛰면서 같은 아파트, 같은 평형인데도 2배 가까이 차이 나는 ‘이중 가격’ 현상도 새 임대차법이 불러온 특이한 현상으로 꼽힌다.

새로 전세 계약을 맺는 경우 수억원씩 뛴 시세에 맞춰 계약서를 쓰지만, 갱신 계약은 2년 전 보증금에 5%만 더해 연장하기 때문에 격차가 벌어지는 것이다.

전셋값이 급등한 서울·수도권 주요 단지에서 이런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84.8㎡는 이달 11일 보증금 13억8천만원(19층)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는데, 같은 달 15일 7억6천650만원(8층)에 다른 계약이 체결돼 나흘 사이 같은 평형의 전세 거래가 6억원 넘게 차이 났다.

7억6천650만원은 7억3천만원에서 5%(3천650만원)를 더한 금액이어서 이 계약이 갱신 계약이라는 것을 쉽게 추론할 수 있다.

◇ 분쟁 늘며 임대차 관련 조정·상담 2∼3배↑…각종 ‘꼼수’ 등장

임대차 계약 과정에서 각종 혼선과 분쟁도 계속되고 있다.

집주인이 실거주 의사를 밝히면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할 수 없는데, 처음에 실거주 의사를 내비쳤던 집주인이 막상 세입자가 다른 전셋집을 계약한 뒤에는 상황이 바뀌었다며 다른 세입자를 알아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세입자 입장에선 새 계약을 취소하면 계약금을 떼이기 때문에 기존 집을 결국 비워주게 되는데, 이때 집주인이 자신은 실거주를 확언한 게 아니고 가능성을 언급한 거라면 책임을 회피한다는 것이다.

전세를 낀 집의 매수자가 기존 세입자의 퇴거 문제 때문에 입주를 하지 못하고 쩔쩔매는 경우도 있다.

전세 낀 집의 매매 계약이 이뤄질 때 매수자가 실거주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기존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쓰지 않고 이사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 매수자가 입주할 수 있다.

하지만 세입자가 갱신청구권을 쓰지 않기로 했는지를 두고 세입자와 매수자, 공인중개사 간에 말이 달라지는 등 혼선이 발생해 계약이 어긋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세입자가 과도한 보상금을 요구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들린다.

계약 파기로 위약금을 물게 된 상황에 몰린 집주인이나 갈 곳이 없어진 매수자가 집을 빼달라며 세입자에게 수천만원의 보상금을 내어준다는 것이다.

인터넷 포털의 부동산 관련 카페에는 집주인이나 세입자가 임대차 계약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들려 갖가지 ‘꼼수’를 쓰고 있어 화가 난다는 제보성 글이 끊이지 않고 올라오고 있다.

분쟁을 막기 위해 국토부는 다음달 13일부터 주택 매매 거래 시 중개사가 매도인으로부터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여부를 확인하는 서류를 받도록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을 개정했다.

임대차 계약 관련 분쟁과 상담도 크게 늘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임대료 증액 및 계약갱신 관련 조정은 총 155건으로, 전년(48건)과 비교해 3배 넘게 증가했다.

임대차법 관련 상담은 1만1천589건으로 전년(4천696건)보다 2배 이상 늘었다.

공단 관계자는 “작년 상반기까지 임대차법 관련 상담과 조정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오히려 적었는데, 작년 7월 이후 모두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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