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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럼 게재 일자 : 2021년 02월 05일(金)
5共 보도지침 뺨치는 與 언론 악법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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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전두환 군사정권의 제5공화국 시기에 이른바 ‘보도지침’이라고 부르던 시스템이 있었다. 문화공보부에서 거의 매일 정권안보를 위해 각 언론사에 은밀하게 보도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작성해서 내려보냈다. 어떤 기사를 어떤 내용으로 어느 지면과 어느 위치에 몇 단 크기로 게재하고, 제목은 어떤 표현을 써야 하는지를 명시했으며, 사진 사용의 유무까지도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TV 뉴스의 경우 길이와 순서까지도 사전에 심의를 받도록 했다. 언론 자유가 가장 심각하게 유린된 암흑기였다.

이 상황을 오롯이 경험한 수많은 전현직 기자 가운데 한 사람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3일 “악의적 보도와 가짜뉴스는 사회 혼란과 불신을 확산시키는 반사회적 범죄”라고 규정하면서 “언론개혁을 차질 없이 이행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의 표현 자체는 현재의 언론 보도 상황을 우려한 집권 여당 대표의 상식적인 언급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언론개혁’이라는 명분 뒤에 숨겨진 현 정부에 대한 비판적 보도를 탄압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현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언론개혁의 하나로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당시 국무총리이던 이 대표는 범정부 차원에서 가짜뉴스를 근절하겠다고 수차례 공언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의 지지자들이 댓글 조작이나 문자 폭탄을 날린 행위에 대해 “경쟁을 더 흥미롭게 만들어 주는 양념”이라고 한 과거 발언이 지금까지도 유효하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언론개혁이라는 수사(修辭)는 철저히 정권 유지를 위한 정치행위이며 내로남불의 또 다른 형태이기에 이미 정당성을 상실했다.

설령 언론개혁의 순수성을 인정한다 해도, 가짜 뉴스 등으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할 경우 손해액의 3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과 언론사의 정정 보도 때 최초 보도와 같은 시간·분량·크기로 보도하도록 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처리하려는 여당의 시도는, 언론 자유를 철저히 봉쇄했던 5공 시절의 보도지침을 능가하는 악법 중의 악법이 될 것이다. 특히, 언론사가 악의적 오보를 할 경우 적용하겠다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축시키고 언론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가 남발될 여지가 많아 궁극적으로 언론의 자유에 재갈을 물릴 수단으로 악용되기 쉽다. 그래서 이 제도를 도입한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언론 자유 침해를 이유로 매우 신중하게 접근한다.

이미 언론 보도로 인한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는 제도나 법률이 다양하게 있다. 대표적인 구제 장치 중 하나인 ‘언론중재위원회’는 지구상 우리나라에서만 운영되고 있으며, 형법과 민법상으로도 피해에 따른 구제를 받을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또 다른 법적 장치를 만든다면 이중규제가 되는 위헌적 요소가 명백하다. 무엇보다도 정보와 뉴스의 범람 속에 개인의 확증편향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이러한 처벌과 규제 일변도의 정책은 객관성을 상실한 채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사법적 판단을 하게 돼, 궁극에는 언론 자유를 무너뜨리는 기제로 작용할 수밖에 없어 국민만 피해 보게 된다. 언론개혁 이슈의 경우 신중하고도 다각적인 접근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는 지혜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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